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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위협 앞에 선 기독교 신앙
프랑스와즈 돌토 지음 / 다산글방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조그마한 서책, <정신분석학의 위협 앞에 선 기독교 신앙>은 유명한 정신분석가 프랑스와즈 돌토Dolto의 기독교 신앙을 -제라르 세베랑Severin과의- 대화적 방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드러나는, 가톨릭 교인인 돌토의 신앙은 라캉Lacan의 관점으로 해석된 것이다. 돌토는 -프로이드로 돌아가자는 모토를 제시하는- 라캉의 제자이며 동료였다. 구절구절마다 라캉의 흔적이 배어있다.
책 전체에서 계속 강조되는 것은 욕망(desire), 사랑, 그리고 모험이다. 욕망은 인간의 직접적이고 신체적인 필요로 인해 발생하는 욕구와는 구별되는 관계적이고 정신적인 갈망이다(46). 인간의 억압된 욕망을 참으로 해소해야 하며, 그럴 때 인간의 내면은 진정한 사랑(욕망이 궁극적으로 조화를 이룬 상태-110)으로 넘쳐 흐른다. 욕망의 해소에서 사랑의 충만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곧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이다. 욕망실현의 위험을 감수하는 이 모험이 바로 신앙이며, 이는 곧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다.
돌토는 제도적 종교는 멀리하나, 체험으로서의 종교, 즉 영성 체험은 높이 산다. 그가 생각하는 참된 종교의 경험적 의미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 자유가 바로 모험의 동인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모험은 위험의 감수이며 신앙이다. '사랑 안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입니다.' (218)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정신분석학, 프로이드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의 적인가? 돌토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이야말로 신앙의 기제(mechanism)를 설명할 좋은 수단으로 본다. 신앙인이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한 종교적 체험을 정신분석학의 개념과 용어를 통해서 명확하게 파악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정신분석학을 통해 새롭게 정립하였다.
종교(특히 기독교)적 차원에서 구별되는 바, 이 책이 주는 다른 유익은 죄와 죄의식의 문제이다. 그녀는 현명하게도 모든 인간의삶의 조건의 하나로 죄인됨을 제시한다(127). 즉 인간은 그 유한함으로 인해 계속 죄를 지으며 그러한 필연성은 곧 인간의 죄책에 대해 용납이라는 해법으로 연결된다. '죄는 우리 정신 또는 의식의 자발적인 행위와는 거리가 먼 것'(114)이다. 이를 가지고 한탄하고 곱씹는 것은 낭비이다. 그러므로 신앙, 즉 정신적인 바라봄의 대상으로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을 제시한다(127). 복음은 우리에게서 죄의식을 거둬가는 욕망의 열쇠로서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다(152).
손바닥보다 좀더 큰 소품, <정신분석학의 위협 앞에 선 기독교 신앙>은 정신분석학과 종교(기독교)의 긍정적인 만남의 좋은 사례이자, 대화적 구성을 통한 흥미로운 교양 자료이다. 프로이드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몰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알면 더 좋겠지만). 정신분석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거나 기독교 신앙의 사회 안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탐구하는 분들의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