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Ⅰ[보보스]는 일급의 교양물이며, 오락물이다. 시대 조류 파악에 도움을 주며, 젊은 언론인의 저서답게 구성이 세련됐고, 문장이 유려하며, 점잖게 사람을 웃긴다(저자, 브룩스는 자신의 책을 comic sociology라고 말한다). 형선호 님의 번역도 깔끔하다.미국의 신흥 엘리트 계층, 보보스(Bobos)는 기존의 상층 그룹과는 매우 다르다. 보보(Bobo)는 합성어, 즉 Bougeois + Bohemians 이다. 즉, 여피와 히피의 결합이 곧 보보이다. 이들은 부르주와의 물질적 풍요와 보헤미안의 반물질적인 저항정신을 공유한다. 보보스는 양육자nurturer와 포탈자predator로 나뉜다. 둘 다 문화자본과 경제 자본을 충분히 공유하지만, 포탈자(사업가/전문직 종사자)는 경제 자본을 더 많이 누리고, 양육자(지식인)는 문화 자본을 좀더 많이 확보한다.

보보 계층에의 가입 조건은 명문 대학의 졸업, 전문직종의 수행, 고소득의 획득 등이다. 이것은 기존의 WASP와는 중요한 점에서 구별되는 것이다. 즉, 혈통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재능과 능력이다.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이보다 상세한 그네들의 자기 규정과 다양한 삶의 구현은 책을 직접 보라.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단상을 적어가련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브룩스의 책과 그 책이 보여주는 계층의 묘사에 드러나는 위선과 함정이다.

Ⅱ 첫째, 그들이 정말 순수한 개인적 능력만으로 보보라고 하는 엘리트 계층에 들어가는 것인가? 이 책에서 브룩스가 몇 번 지나가는 말로 그들의 부모가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들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우연일까? 가드너는 [비범성의 발견]에서 천재가 나올 가장 좋은 환경은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즉, 전문 직종 종사자들과 그의 자녀들로 구성된 가정이다.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자녀는 유년 시절에 좋은 문장 구성법과 논리의 조직, 그리고 설득력 있는 소통 방식을 배우기 어렵다. 또한, 보보들은 보보들과 결혼한다. 즉, 동종교배, 확대재생산이다. 사회학자들이 종종 지적하는 것이지만, 끼리끼리 사랑에 빠진다.

둘째, 앞의 논의와 연결되는 평등의 문제인데, 과연 보보 계층 산출의 토대가 되는 지식기반사회/정보사회가 과연 그의 말대로 평등한 것인가? 허버트 실러의 [정보불평등]를 보면, 정보사회란 결국 자본주의 체제 확장의 귀결이고, 따라서 정보화 사회는 과거와의 단절이 아니다. 정보사회가 도래한다고 기존 계급적 불평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전의 상층계급은 정보를 선점/독점했다. 정보기술은 이들의 지배 강화를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다. 브룩스는 분명, 현실의 저변을 이루는 본질적인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

셋째, 이 책의 관찰 대상은 자본주의를 살아간다. 연봉이 최하 100만불(14억원)은 넘어야 보보의 자격이 있다. 아무리 보헤미안을 운운해도 보보들은 풍족한 재정과 사치스러운 소비 방식을 구가한다. 블록버스터를 찍어서 2억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예술 영화를 찍어서 1억불을 획득하는 것이 보보다. 그렇지만 예술 영화를 찍어서 이천명만 몰린다면, 그 감독은 절대로 보보가 될 수 없다. 그들도 우리처럼 돈을 사랑한다!결론은 간단하다. 보보는 보헤미안의 외양을 한 부르주와일 뿐이다. 돈이 그들을 규정하는 일차요인이니까 말이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한다면 [보보스]는 비판적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애써 이 책의 재미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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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3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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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6 2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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