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다니엘 키즈 지음 / 청림출판 / 1992년 5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은 SF史에 있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고전이다. 단편으로는 나올 땐 휴고 상을, 장편으로 개고해 출판할 땐 네뷸러 상을 받았다. 또한 영화, [찰리]의 원작이다.

2. 이 책은 아름답고 슬프다. 나는 이 책을 육년 전에 읽었다. 가슴이 미어지고 내면에서 흐르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 책은 한 정신박약한 청년이 수술을 받고 천재가 되었다가 무너져 가는 과정을 그 자신의 글로 보여준다. [최종병기그녀]처럼 나의 가슴을 뒤흔들고 아마도 그 만화보다도 더 오랜 영향을 미친 책이다. [미녀는 괴로워]처럼 나의 내면에 공명을 일으킨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반드시 다시 읽을 것이다.

3. 주인공, 챨리는 IQ 80조차 못되는 청년이다. 하지만 그가 지능 증진을 목적으로하는 뇌수술을 받고서 점차 천재로 탈바꿈을 해간다(어느 교수에게 그는 묻는다. '왜 그 사람은 이 문제에 대해 몽골어로 쓰인 중요한 논문을 참고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머리가 커갈수록 가슴이 냉막해져가는 챨리. 그런 챨리에게 어떤 혼돈스런 과거의 단편이 밀려든다. 그 조각들을 맞추려고 몸부림치는 동시에 잃어가는 마음을 되찾으려 애쓴다.
그런데 그와 함께 수술받은 생쥐, 앨저넌(천재 생쥐!)이 급속히 함몰된다. 챨리는 자신의 운명을 짐작한다. 그 중량감을 견디면서 아직도 찾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밝히고자 몸부림치면서 자신의 정신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하나의 논문, 자신의 모든 능력을 집약시킨 논문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4. 이 책에선 그 모든 진행 과정이 챨리 자신의 글로 제시된다. 따라서 그 문체가 그의 지적 능력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포레스트 검프 같은 무식하고 오자 투성인 글로 시작하여 그 정점은 지력과 감성이 겸비된 명작(정말 아름답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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