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갈등과 선택
HENRY ROSOVSKY / 삼성경제연구소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1.난 대학(을 포함한 고등 교육 기관)에 대한 관심이 크다. 명문대에 대한 관심은 더욱 크다. 초등학교적에는 하버드를 세계 최고의 명문이라고, 서울대를 한국 최고의 명문이라고 배웠다(나만 그러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하여 명문대, 그 중에서도 하버드와 서울대를 동경했다(역시 나만의 일은 아니었으리라). 중학교 때 [아, 서울 대학교]를 어머니에게 졸라 사 읽은 기억도 난다. 하지만 이 매우 천박한 표제를 단 책이 베스트 셀러인데다 스테디 셀러이다(내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해도 반박할 생각은 없다).

2. 어쨌든 지금도 대학에 대한 책이 눈에 띄면 주의깊게 들여다 본다. 그러한 중에 우연찮게 구내 서점에서 눈에 띈 책이 [대학, 갈등과 선택]이다. 역시나 저자는 하버드의 인문대학장(하버드에선 총장 다음가는 자리)이 썼단다. 둔중한 분위기의 표지가 나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볼 것을 명하였다. 나는 예 하는 마음으로 바로 이 책을 사들고 기숙사로 모셔갔다.

3. 펼쳐들던 그 날 난 곧바로 이 책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여타의 성공수기 류와는 근본(?)이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이 내게 매력적이었던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공부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정말 사람은 좋은 교육 환경에서 탁월한 교육을 받아야겠구나라는 평범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주었다. 분명 이 책은 미국이 -확실히 兩價적인 평가이지만- 세계 강국이 된 이면에 그네들의 교육이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유학 가고 싶다라는 마음에 부채질하는 책이었다.

둘째, 이 책은 정말 쉽다. 명쾌한 표현과 단순한 구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높은 교육 수준이 뛰어난 소통 능력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가 논의하는 내용들이 많은 부분에서 깊은 생각을 전재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논의하는 항목의 구체적인 요소들에 따라 명쾌하게 해부되어 차례차례 설명되는데 놀라울 정도이다. 정말이지 어렵게 쓰는 인간들은 이 책의 저자, 로조프스키의 발톱이라도 달여 먹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 책은 재미있다! 이 책은 표지를 보면 무척 엄숙해 보이는 분위기를 지닌다. 실상 안을 열고 좀만 읽어보면 금방 저자의 유머감각에 헤메게 된다. 그는 결코 웃기려고 작정한 것처럼 천박하게 간지럼 태우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근엄하게 우리를 웃긴다. 정말 읽는 맛이 색다르다.

4. 여러 모로 보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하지만 두 가지 곁 다리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저자는 잔인하기 그지 없는 미국의 교육제도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며, 지극히 엘리트적이다. 결국 이 책의 진정한 독자들은 지능지수 150 아니면, 명문대 출신들이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독자들만 이 책들에서 자기와 동일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자 이형행 교수의 번역이 무난하기는 하나 어색하다. 즉 오역의 문제는 없으나 한글의 자연스러움을 살려내지 못한 어색한 번역으로 딱딱하게 읽혀 글 읽는 맛을 반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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