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곁과 결
이은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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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곁과 결>은 한 번에 다루기에 벅찰만큼 내용이 풍부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1부의 맨 처음에 실린 두 편의 글이다. 

"최근의 문학이 이른바 도덕주의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신념의 공동체'로 경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24쪽) 첫글(문학은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하는가)은 문단에 적잖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소수자가 다수로 탈바꿈하는 착시"(24쪽)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지적한 부분에 나는 크게 공감하였다. 저자는 "문학에 대한 사심 없는 판단, 즉 문학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판단[을] 새로이 정립"(29쪽)하기를 바란다. 도덕주의에 경도되어 특정한 관심과 신념이 주도한 문단에게 저자는 후속 원고(한국문학의 숭고한 타자를 기다리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궁극적으로 문학장은 특정한 관심에 복무하며 구부러진 가치를 생산하는 '주의'들의 부딪침을 무한히 권장하는, 민주적인 공론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그동안의 문학장이 미적 가치에 대한 특정한 관심을 세력화하여 그 우위를 뽐내는 과시적 공론장으로 기능해왔다면, 관심'들'의 유입은 이를 와해시키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견해가 이합집산하는 공중이야말로 민주적 공론장이 성립하는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28-29쪽)


이것은 그저 글 한두 편에서 엿보이는 단편적 생각이 아니다. 저자는 문단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원고들(한국문학의 숭고한 타자를 기다리며, 신인 평론상의 구조적 욕망과 환상 등)에서 스스로를 문단의 외부자 혹은 이방인으로 포지셔닝한다(45쪽). 아래와 같은 저자의 기대를 보면, 그러한 생각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문단에 진입하면서 내가 문학에 막연하게 기대한 것은 세월호 배지를 가방에 매단 청년과 태극기 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이 남은 삶의 낙이 된 노인이 서로 마주 앉아 토론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순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현실의 어디에서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으니까."(53쪽)


나는 그 기대에 동의한다. 문학이 '가상을 통한 화해의 실현'이라는 고전적인 미학 테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의 문학을 보면, 화해를 도모하는 것 같지 않다.


"서로의 진정성을 맞대어보고 부딪쳐볼 기회는 매우 희소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문학 또한 나의 진정성을 긍정하기 위해 너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여러 채널 중 하나와 같은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54쪽)


문학이 나와 다른 너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채널로 자리잡은 상황으로 인해 작가는 고통 받는다. 더욱이 그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결과로 한 번 더 고통 받는다(48-49쪽). 담담하게 쓰인 네 번째 원고(비평의 오물)를 읽다보면, 저자의 일관된 문제의식에 공감하기에 더욱 안타깝다. 

나는 <비평의 곁과 결>의 1부 원고 상당수를 예전에 읽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아진 글들로 다시 보니 저자의 문제의식이 새롭게 와닿는다. 여러분도 1부를 한번 정주행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문학, 특히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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