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산의 공감 연습 - 정약용, 《논어》로 공감을 말하다
엄국화 지음 / 국민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다산은 사서 각각에 대해 주해서를 남겼다. 사서 중 첫 손에 꼽히는 <논어> 주해서를 <논어고금주>라 한다. <논어>에 대한 -다산 당대로 볼 때- 과거와 현재의 모든 해석을 망라하고, 여기에 자신의 해석을 가미한 것이라 분량이 방대하다. 자연히 일반 독자들이 섭렵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
다산 연구자인 저자 엄국화 박사는 <다산의 공감 연습>을 통해 이 방대한 주해서의 핵심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논어고금주>의 문을 열기 위해 그가 집어든 열쇠는 공감이다. 미루어 생각한다라고 하는 다산의 추서(推恕) 개념을 그는 공감이라는 현대적 개념으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또한 <다산의 공감 연습>은 <논어>의 주 부분을 골라 다산의 관점을 경유하여 현대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사회는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 혐오는 이해와 공감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결과다. 그러니까 <논어>의 해석을 위한 열쇠가 공감이라면, 적용하기 위한 맥락은 혐오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목한 것은 이러한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이 명료하고 경쾌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본 바로 아마 저자가 <논어>를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이 근간이 된 것처럼 보인다. 꼼꼼하고 섬세하게<논어>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언어는 날렵하고 경쾌하다.
저자의 언어와 다산의 관점을 통해 드러나는 공자와 그의 저자들의 모습이 팔딱팔딱 숨쉬는 것 같다. <논어>가 단지 낡은 책에 불과하지 않고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읽힐 가치가 있는 현대적인 고전으로 다가온다. 소장 학자인 저자가 앞으로 내놓을 작품들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