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혁명 - 자긍심을 회복하는 순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최종희 옮김 / 국민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셀프 혁명>은 자기계발서다. 그런데 저자가 페미니스트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페미니스트다. 무려 미국 리버럴 페미니즘 대표자 가운데 하나다. 그런 그녀가 자기계발서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기계발의 근간으로서의 자존감(self-esteem, 역자는 주로 자긍심이라고 번역하는 것 같다)의 문제를 세밀하게 다룬다. 문자 그대로 잘 쓰인 자기계발서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가 쓴 자기계발서는 무엇이 다를까. 일단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개인의 감정에서 사회구조까지, 자존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구조의 문제를 주목하는 자기계발서는 드물다.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사회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 자기계발의 속성에 안 맞기 때문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자기계발서는 명백히 구조의 영역을 주목한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기에 개인과 구조를 가르지 않는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자기계발서를 쓰는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차라리 자기계발 비판서를 쓰는게 더 자연스럽다(미키 맥기의 <자기계발의 덫>처럼). 페미니스트는 대체로 구조를 말하고, 자기계발은 언제나 개인을 강조하니까. 


이 책에서 주목할 만 한 다른 하나는 남성 또한 독자 대상으로 초대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 면으로 피버럴 페미니스트다운 모습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 작가다운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이게 딱히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쏟아져나오는 많은 페미니즘 저서들을 살펴본다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과도 얘기를 나눠보면 볼수록,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불완전성, 공허감, 그리고 자기 회의나 자기 증오는 거의 같다. 누가 겪었든 상관없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장벽이 많은 남녀 간의 힘의 균형 문제까지도 적당히 호도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남성 독자들도 환영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자. 그것이 이 책을 쓸 때 마음 먹었던 것이기도 하고, 이 책이 해낼 수 있는 조그만 일이기도 하다."(5쪽)


물론 책의 도처에서 페미니즘의 전망이 완연하다. 애초에 드는 예시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저자의 목적은 독자에게 페미니즘을 전도하는 데에 있지 않고, 독자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에 있다. 그저 저자의 포지션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저자는 자기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서 메시지를 전하는 것 뿐이다. 남녀 독자를 향한 저자의 간절한 요청은 이것이다.  


"자꾸만 떠오르는 자신의 실체들을 아우르는 것, 그것은 자신 안에 있는 목소리다. 우리 내부에는 진정한 목소리가 늘 있게 마련이다. 믿으라. 그 목소리를!"(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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