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만난 예수 - 의심에서 확신으로 가는 기독교 공방
데이비드 림보 지음, 이기연 옮김 / 선한청지기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변증은 기독교 출판 컨텐츠로서는 비교적 매력이 떨어진다. 변증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변증은 죄가 없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변증 바깥에 있는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교회와 메시지의 불일치 때문이다. 입으로 복음을 변증해도, 삶으로 복음을 부인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세상은 변증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도리 없다. 교회 공동체가 바로 서는 수밖에. 하지만 하나 여기에서 그 부분을 다룰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교회의 반(反) 지성주의 혹은 비(非) 지성주의와 연결된다. 교회는 복음을 (지성에 기반하여) 변증하기보다 (믿음에 기초하여) 선포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교회도 변증을 선호하지 않는다. 교회에 대해서는 좀 더 다뤄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교회의 반지성적 태도와 비성경적 태도는 궤를 같이 한다. 성경에 기초해서 바로 생각하지 않으면, 비성경적인 가르침에 휩쓸리고 만다(논리와 상식에 근거하여 바로 생각해야 무논리와 비상식의 풍랑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맞다).

성경을 바로 알려면, 바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지성에 기초하여 성경을 올바르게 읽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성경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다른 책자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 역도 성립한다. 책을 이해하려면, 지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성과 믿음은 반대되는가? 아니다. 지성을 주신 창조주가 동시에 복음을 주신 구원자이시다. 그러므로 복음의 변증과 복음의 선포는 모순관계가 아니다. 기독교의 복음, 즉 케리그마는 선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변증을 거부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 데이비드 림보의 <법정에서 만난 예수>를 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생각보다 잘 쓰였다. 저자 데이비드 림보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자 유명한 변호사이다. 그의 믿음과 그의 지능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이 한 권의 책에 집약되었다.

<법정에서 만난 예수>는 비기독교인보다 차라리 종종 의심이 들거나, 믿음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더 유익할 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인용과 요악 이전에 숱한 성구 제시가 눈길을 끈다. 성구를 빼느니 차라리 집필을 중단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내 삶의 방향을 성경[과] 하나님께 돌리게 한 일들, 성경 예언과 통일성 그리고 역사적 신뢰성과 성경이 진리라는 내외적 증거 그리고 내게 엄청난 변증 가치를 주었던, 성경을 가르치는 매력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따. 이 많은 주제가 성경 자체에 직접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눈여겨보라."(36쪽)

 

그러니까 성경을 중심으로 논의하되, 여러 간증과 교리, 경건 등 다채로운 내용을 조화롭게 배열해놓았다. 변증서에서 경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이상으로 주목할 만 한 전략이다. 저자는 이 변증서를 통해 독자의 머리만 아니라 마음을 공략하고자 한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단히 집약적이다. 방대한 자료가 저자 데이비드 림보의 충실한 인용과 성실한 요약으로 소개된다. 한 장에서 다루는 내용이 사실상 책 한 권에 버금갈 정도다. 숨이 찰 정도다. 저자의 명민한 두뇌와 집요한 노력이 도처에서 비집고 나온다. 

압축적으로 전개되는 논의의 방대한 범위는 각주의 수로도 간접 증명된다. 장마다 5-60개는 기본이고, 100개가 넘는 장도 두 개다. 그가 섭렵하는 자료의 폭도 넓다(가령 쉐퍼와 길키가 연달아 같이 인용된다, 327-8쪽을 보라). 감사의 글을 보니 로고스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했다.  

이런 놀라운 책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기독교 변증에 대해 단시간에 충실하게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이 한 권을 숙독하면 된다. 건성으로 넘기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시길 바란다.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수준이 놀랍게 향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이 책은 번역이 좋다. 명료하고 깔끔해서 눈에 확 들어왔다. 역자 소개를 보니 첫 번역이다. 그런데도, 이런 노련함을 보여주어 놀랍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역자다. 여러 좋은 번역으로 계속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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