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완역본, 1·2부 통합, 양장) 기독교 명작 베스트 1
존 번연 지음, 유종남 옮김 / 선한청지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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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천로역정>을 펼쳐서 존 번연이 쓴 저자의 말을 보았다. 제목이 "이 책에 대한 저자의 변명"이다. 특히 그는 우화적 글쓰기에 대해 해명한다.

 

“비록 내 글이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을지라도 진리를 담고 있다. 깊숙한 곳에 금덩이를 숨겨 놓은 장롱처럼 말이다.”(14쪽)

 

사실 오랜 만에 천로역정을 펼쳐든다. <천로역정>은 내게 참으로 의미가 깊은 책이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서 맨 처음으로 읽은 신앙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무얼 얼마나 알고 읽었으랴 싶다. 심지어 그때의 나는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하지만 내 신앙의 첫 단추를 꿰는 데에 제법 기여했으리라.

 

그때는 무심하게 넘긴 저자의 말(이 책에 대한 저자의 변명)을 읽는다. 새롭게 꼼꼼히 살펴보니 이제사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어디 한두 개겠나 싶지만).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고 빠르게 써나가자 생각이 명료해졌다. 어떤 방법으로 목표를 이룰지 결정하고 전체적인 구상에 따라 써 내려갔으며 결국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길이와 넓이, 그리고 규모를 가진 책이 완성되었다.”(8-9쪽)

 

존 번연을 사로잡은 추동력(즐거운 마음)은 성령님이 주신 거룩한 열망이었을 게다. 성령님이 존 번연의 마음 속에 뿌린 씨앗은 어마어마한 결실을 맺었다.

 

<천로역정>의 엄청난 확산에는 분명 그 우화적(=비유적) 글쓰기 또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 형식 속에 담긴 고갱이가 본질이지만, 형식 자체도 의미있다.형식과 내용, 두 가지 면에서 천로역정을 반복해서 읽고 공부할 가치가 있다. 무려 백번이나 읽었다는(독서백편의자현!) 스펄젼만큼은 아니라도, 여러 번 읽을 만 하다.

 

<천로역정 The Pilgrim's Progress>의 내용은 "영원한 상급을 얻으려 애쓰는 사람의 이야기"(17쪽)이다. 1부의 주인공은 크리스천이고, 2부의 주인공은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순례자(pilgrim)다. 그 여정에서 온갖 시험과 위험을 만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모두 저 천성을 향해 멈추지 않고 가야(progress) 하는 존재이다.

 

이번에 다시 읽는 버전은 선한청지기 판이다. 두 가지가 두드러진 장점이다. 하나는 1부(남편 크리스천 편)와 2부(아내 크리스티아나 편)가 합본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본문 안에 새롭게 삽화를 그려넣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40여 개의 부드러운 연필화가 각 장면으로 하여금 살아나게 만들어 읽는 맛에 보는 맛을 더해준다.

 

더불어 번역 문장도 비교적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다(원서는 17세기 영어로 집필되어 매우 옛스럽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한결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천로역정>은 국내에 이미 다양한 버전이 소개되어 있다. 선한청지기 판은 그 중에서도 번역과 삽화 면에서 독자에게 부담없이 다가간다는 면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존 번연이 굳이 그 기법 사용에 대한 해명(변명)으로 시작한 우화의 세계가 바로 <천로역정>이다. 그 순례의 여정을 한결 편한 문장과 따뜻한 그림으로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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