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북한 아이들 이야기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이은서 지음, 강춘혁 그림, (사)북한인권시민연합 감수 / 국민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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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대중으로 하여금 북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장르 자체는 로맨스 판타지라 해야 맞겠지만(현빈이 맡은 리정혁 캐릭터 자체가 여심 저격용 판타지다), 취재를 꼼꼼하게 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는 여전히 북을 잘 모르고 있다. 

  

 <북한 아이들 이야기>는 북한 아이들이 들려주는 북한 이야기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책 자체는 이은서 작가가 탈북 어린이들을 취재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탈북 어린이들이 겪은 북한은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된 배움은 고사하고 꼬마과제라고 해서 철, 고무, 종이 등을 정해진 양만큼 학교에 바쳐야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도 버려진 철과 고무를 찾아 온 마을을 들쑤시고 다녀야 한다. 한데 그래봤자 나울 구석이 없으니, 과제물을 내기 위해서는 돈을 내든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가령 산에서 나무를 베려면, 돈을 내고 표를 끊어야 한다. 혹은 남의 집에서 장작을 훔쳐야 한다. 동(銅)을 구하기 위해 정전이 될 때, 전봇대에 올라가 멀쩡한 전선을 끊는다. 그러다 들키면 공개 처형을 당한다. 국가경제를 위험에 빠뜨린 죄라서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단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긴가 싶다. 고구마를 한가득 삼킨 것 같은 느낌이다. 

  

 요덕에 있는 수용소, 일명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이야기도 암울하기 그지없다. 인간 취급도 못 받고, 무자비한 폭력적 관리 속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강제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다. 죽어서도 떠날 수 없는 곳이다. 

  

 한데 수용소에서 살지 않는다고 다를 게 있나 싶다. 농촌지원이라고 군인과 어른들, 학생들 모두가 농촌에 가서 일을 한다. 모두 다 김매기 전투에로! 빨간 색으로 담벼락에 쓰인 구호다. 아이들도 오전 수업만 하고 농장에 가서 일을 하거나, 농번기에는 아예 학교 대신 농장으로 가기도 한다. 먹을 것도 주지 않은 채로 종일 일을 시킨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싶다. 

  

 <북한 아이들 이야기>는 참담한 북한 현실을 이렇게 어린이들의 처지에서 낱낱이 들려준다. 어디나 지옥이다. 도대체 지옥의 끝이 없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돌봐줄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꽃제비라고 한다. 이들은 나가서 음식을 구걸하거나 훔쳐 먹는다고 한다. 나이만 어릴 뿐 길가로 내몰린 노숙자에 다름 아니다.  중국으로 도망쳐도 아이들은 여전히 구걸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 중국과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위험한 탈북 여정에 나선 아이의 이야기로 마감한다.  그 엄혹함이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겠는가.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다. 새삼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감사한다. 또한 어서 북의 엄혹한 세계를 사는 서민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훈훈한 봄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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