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완역본, 양장) 기독교 명작 베스트 2
찰스 쉘던 지음, 손현선 옮김 / 선한청지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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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는 내가 그리스도인이 되고 난 후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말이다. 갓 신앙의 여정에 들어선 나의 초기 독서는 위대한 영적 고전을 차근차근 읽는 것이었다. 크리스챤다이제스트 고전 시리즈로 읽었다(지금은 CH북스로 출판사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도 꽤나 대견했던 선택이다. 


읽은 소감은 물론 나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르던 초신자 시절에 이 소설책은 제법 흥미롭게 자극과 도전을 주었다. 솔직히 그 후로 얼마나 제대로 살아왔나 의문도 들고 부끄러운 마음이 많지만, 그래도 초심자의 열정에 붓는 기름과도 책이었다. 이 소섫의 제목이자, 본문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은 나의 마음을 울렸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이후로 나는 신학을 공부했고, 좀 더 머리가 굵어졌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대한 비판적 이해에 대해서도 접하게 되었고, 기독교 윤리학의 넓고 깊은 세계 안에서 좀 더 겸손하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학문은 외견상 단순한 것이 실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요는 내가 기독교 윤리의 한 전통인 '그리스도를 본받음'(imitatio christi)이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로는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그리스도 모방에 대한 동력을 잃어버렸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자의식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이후 나의 삶을 돌아보면, 머리(생각)로는 분명한 신자이지만, 몸(삶)으로는 불신자에 다름 아니었다. 내 삶의 원리를 설명하고자 할 때, 예수님을 배제해도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나 같던 나의 삶에 역경의 풍랑이 몰아쳤다. 자연스레 빈 손 들고 주님 앞에 나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 삶에 대한 반성의 결과로 단순하고(피상적), 기계적인(도식적) 그리스도 모방에 대한 거부가 지나쳐 그만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본받아 살고자 하는 의지 마저 내던져버렸었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이는 성결의 기본이 아니던가. 그러던 차에 최근 다시 번역된 이 소설을 보게 되었고 이 단순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진리는 단순하다. 해석과 적용이 복잡하다 하더라도 그 단순한 본질을 간과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살아왔다. 이제 내 자신을 돌아본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그런 내 눈에 마침 찰스 쉘던의 소설이 들어왔다. 그 속의 등장인물의 신앙적 여정을 들여다본다. 소설을 다시 떠들쳐 보면서, 나의 삶도 같이 떠들쳐 보기 시작한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이 붙잡은 질문을 진지하게 묻기 시작하는 것은 처음인 것만 같다. 어릴 적으로 순진한 열정은 어디로 다 가고 겨우 재만 남았나 싶다. 이 소설은 원래 주일 저녁 예배 설교로 들려졌다고 한다. 그 마음으로 소설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의 치열한 일년간의 여정이 나의 마음에 뼈아프게 다가온다. 


마침 내가 집어든 선한청지기 판은 초판의 구성을 따랐다(기존 번역은 31장으로 쪼개놓은 것인 반면, 이번 번역은 초판의 12장으로 된 구성 그대로다). 해서 살펴보니 초판의 구성에 따르면, 각 장마다 하나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가령 기존 판으로는 3-5장에서 <데일리 뉴스>라는 언론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데, 초판은 그게 한 챕터다. 


이미 말했듯이 기존에 소개된 판본은 모두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독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판 상의 한 장을 단 번에 읽는 것이 배움을 얻기에는 더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앞으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다시 읽고자 마음 먹은 분들에게도 나는 이 번역을 추천하겠다. 


하나의 장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신앙적 모험담이 다시금 전개되며, 그 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본문에서도 200여 번 반복하여 등장하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형식을(마치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네 개의 복음서로 구현하듯이 말이다)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우리)를 그 질문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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