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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체 - 자본과 국가 너머의 세상 ㅣ 제국 3부작 3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정남영 외 옮김 / 사월의책 / 2014년 1월
평점 :
크리틱]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전투 / 문강형준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포스트-마르크스주의 학자인 네그리와 하트가 쓴 <공통체>라는 책이 최근 번역되어 나왔다. 책은 영미권에서 2009년에 출간되었는데, 당시 처음부터 끝까지 흥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같은 저자들의 화제작인 <제국>과 <다중>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권이다. <제국>이 공장 중심의 산업자본주의에서 인간의 삶 자체를 포섭하는 자본주의로 형질변환되는 과정을 ‘제국’이라는 지배체제의 등장으로 설명하고, <다중>이 이러한 체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 이를 정치적 힘으로 주체화하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출현을 예상한다면, <공통체>는 이러한 투쟁 과정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를 설정한다. 그 목표란 우리의 삶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상품화하고 사유화하려는 힘에 맞서 이를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것으로 지켜내려는 노력이다. 책의 원제인 ‘코먼웰스’(commonwealth)는 바로 이 공통적인 것을 뜻한다.
삶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뭔가를 생산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몸을 써서 노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표출한다. 이 모든 생산은 나 혼자 할 수 없다. 내가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나를 타인과 연결해주는 자연과 사회 속에서만 나는 뭔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내 삶의 산물은 타인과의 교통 속에서만 다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과정 전체가 바로 ‘공통적인 것’이다. 사회는 이 공통적인 것이 생산되는 거점이며, 사회가 자유롭고 열려 있을 때 공통적인 것은 풍부해진다. 문제는 자본과 국가 같은 거대 체제가 언제나 이 공통적인 것을 상품화하고 사유화하려 한다는 데 있다. 공통적인 것을 지키려는 힘과 사유화하려는 힘이 맞붙는 전투. 오늘날 우리 각자의 삶과 우리의 사회는 이 전투가 일어나는 전쟁터다.
우리의 몸(얼굴, 체형, 언어, 노동)에서부터 공공적 수단(교통, 에너지, 지식)에 이르기까지 이 전투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가장 심한 격전지 중 하나는 대학일 것이다. 대학은 과거의 지식이 보존되고, 전수되며,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중요한 공간이다. 대학 제도의 성격은 지식과 노동이 그렇듯 그 자체로 사회적이며 공통적이다. 대학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 시간, 비용 역시 개인의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중앙대에서 벌어지는 사태, 곧 고용안정과 인간적 대우를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보편인류적인 주장에 대해 중앙대 쪽이 보이는 야만적 태도는 한국 대학이 공통적인 것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지식생산자는 아니지만 교육과 연구를 위한 환경 조성에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노동자는 대학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대기업이 인수한 이 대학은 ‘두산대’라는 별칭답게 한국 자본의 일반적 무식함과 폭력성을 대학운영에 접목시킨다.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고, 학생들에게 징계와 벌금 폭탄을 던지고, 민주주의적 과정 없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등 중앙대의 그간 행적은 가차 없는 계산적 합리성 아래서 파괴되는 공통적인 것의 운명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공통체>의 저자들은 공통적인 것의 힘을 파괴하려는 자들보다 이를 지키려는 우리가 훨씬 강하다고 믿으며 전투에 임하자고 말한다. 그들은 그 힘을 ‘사랑과 웃음’이라고 표현한다. 사랑은 우리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고, 웃음은 그 사랑을 통해 발산되는 환희의 정동이다. 사랑하고 웃으며 끝까지 싸워야만 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 책을 일거에 ‘판타지’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도 이전에는 판타지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어떤 상식도 급격히 낯설어지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공통적인 것이 자본의 힘을 누르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 판타지는 지독히도 절실해 보인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