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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언젠가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부끄럽게도 페미니즘이라면 현재 나의 관심분야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페미니즘이란 주제로 SNS 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설전들을 지켜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을 자주 하고 있다. 역시 구경은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양방향의 설전들이 갈수록 건강해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건강하면서 다양한 설전들, 마치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책들, 그 중심엔 '맨스플레인'의 열풍을 일으킨 리베카 솔닛이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닐 것이다.
리베카 솔닛의 열풍에는 대표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 이어 이번 신작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까지 제목이 반 이상은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정말이지 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뽑아냈다는 감탄은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되면서 섣부른 찬사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당해야 했던 차별과 무시, 범죄들에 대해 날카롭고 예리한 리베카 솔닛의 시선을 볼 수 있다. 주제에 맞는 사례들 또한 그녀의 책 제목들 만큼이나 기가 막힌다. 감탄을 계속하다가, 작가가 제시하는 문제점이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이란 생각에 위안을 얻기도 하며 페미니즘에 대해 건강하게 입문했다는 기분이 든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 진정한 이름으로 부르는 일, 힘 닿는 데까지 진실을 말하는 일, 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를 아는 일, 특히 과거에 침묵당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일, 수많은 이야기가 서로 들어맞거나 갈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혹시 우리가 가진 특권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서 특권을 없애거나 그 범위를 넓히는 일. 이 모든 일이 우리가 각자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을 만든다. p.117
혼자 읽고 서평으로 몇 자 남기기에 아까운 책이다. 지방에 사는 이유로 당연하게 포기했던 리베카 솔닛의 방한 기념으로 진행됐던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을 해야 했다는 후회가 오래 남는다. 레비카 솔닛이 내한하여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일이 또 일어날까? 아마 이건 평생의 후회로 남을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 청취하는 팟캐스트에서 이 책을, 레비카 솔닛의 작품들을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책 뒷날개에는 『내셔널 옵서버』에서 '모든 사람이 읽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는 추천사가 적혀있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추천사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끼는 후배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내가 너를 아낀다는 것을 이 책을 선물하는 것으로 증명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리베카 솔닛을 읽었더라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가졌더라면 등의 개인적인 아쉬움을 끄집어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