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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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영화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백영옥 작가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마치 이미 책을 읽은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친숙한 책이었다. 절판으로 책을 소장할 길은 없어졌고(아직까지 중고책 구입은 꺼려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 밖에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도서관에 가서도 다른 책들을 빌려와서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읽기는 언제나 미뤄두게 되었다. 그렇게 숙제를 미뤄둔 것처럼 마음속에 큰 짐을 5년 동안 짊어지고 있었는데 올여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 새로운 출판사를 만나 새 옷을 입고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이란 이름으로 재출간되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마치 나를 위해 재출간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고 특별히 착하게 산 것도 아닌데 이런 행운을 내가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선물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위로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위로받고 싶어서겠지. 인간은 남의 슬픔을 보면서 진심으로 위로받거든." p.131


공허함, 허무함, 결핍을 가진 주인공들을 그려내는데 백영옥 작가는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 주인공들이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 우연히 알게 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을 통해 만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공허함, 허무함, 결핍이 품어 나오는 책이다. 그 감성에 끌려다니며 나는 사강을 이해하고, 지훈을 이해하고, 미도를 이해하고, 정수를 이해하고, 미도를 이해하게 됐다. 작년 초 출간된 『애인의 애인에게』가 백영옥 작가의 전작들과 다른 감성으로 읽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감성은 5년 전 놓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에서 이미 전조된 일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백영옥 작가 특유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도서관에서, 버스에서 책을 읽던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잔잔한 유머를 이제는 더 이상 못 만나게 되는 건가 싶어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대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p.200


5년이라는 시차가 흐르는 동안 『시련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시련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그 사이 백영옥 작가는 3권의 책을 발표했고 이번 재출간 덕분에 드디어 나는 백영옥 작가가 발표한 작품들을 전부 읽어본 기록을 세우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데 꽤 오랜 시간 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미도의 회사 대표는 자신의 꿈에 실연당했다. 비슷하게 나는 회사에 실연당했었다. 보기 좋게 이직도 실패했다. 이직이 실패한 게 아니라 인생이 실패한 것 같다는 넋두리에 옛 동료는 자아를 잃지 말라고 위로해주었다. 내 자리가 아닌 곳에 미련 갖지 말자고 다짐하자 조금 홀가분해졌다. 거의 반년 만에 책을 읽게 됐는데 그 책이 백영옥 작가의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이라는 게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고 이 책 속에서 '헤어져야 만난다.'라는 문장을 만난 것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시기에 이 책이 재출간된 건 나를 위해서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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