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있어!
린샤오베이 지음, 조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에게 평생 흘려 할 눈물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평생 분노해야 할 양이 정해져 있다면, 평생 누군가를 미워해야 할 양이 정해져 있다면 놀랍게도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최근에 다 써버린 듯하다. 이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징징거렸었는데 징징거림은 엄살에 불과했다. 그보다 더 한 것이 와서는 평생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었고 평생 치유될 수 없어 보이는 상처를 입었다.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상황이었다. 일상을 견디고 버티기도 힘들 시기에 책은 사치였다.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고 울부짖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줬다. 나의 상황을 알리 없는 누군가에겐 민폐도 끼쳤다. 일상이던 독서는 어느새 꼭 해야만 하는 숙제가 되었다. 정말 징그럽게도 오랫동안 숙제를 미루고 또 미뤘다. 이제 그만 내 멘탈은 조금 쉬자고 이성을 찾고 회복을 하려 할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책이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나에게 너무나도 절실했던 위로를 주는 그림책이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풀을 만지다 손가락이 베이거나 일상에서 손가락을 다치게 되면 붙이게 되는 밴드는 비록 손가락이 아프고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기분 좋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굳이 밴드를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작은 상처나 이제 다 나아 더 이상 밴드를 하지 않아 도 될 정도로 회복이 되어도 밴드를 계속 붙이고는 왜 다쳤냐고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곤 했다.

작은 밴드 하나가 상처를 치료해주고 작은 통증을 말끔히 없애주는 마법을 부리듯이 어린 두 자매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와 일러스트는 현재의 내 상황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위로를 해주었다. 마치 판타지를 경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자신이 나약한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감정들이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그림을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고, 스케치북과 미술도구를 끼고 살았던 추억은 없지만 부모님께 혼나는 것 외엔 아무것도 두려울게 없었고 동생과, 동네 친구들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마구 소환해주는 마법 같은 책이다. 꼭 미술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도 작가처럼 아주 어린 시절부터 끼고 살았던 취미 같은 것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무엇이 되었든 아마 그 무언가가 나를 조금은 색채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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