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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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작가는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검은 머리와 검정 옷의 그녀 특유의 패션, 강렬한 눈화장, 붉은 입술, 이른바 '고딕 스타일'의 그녀의 외면적 이미지, 매년 가을마다 그녀가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표해내는 신작들의 흥미진진한 줄거리들, 뿐만 아니라 열린책들에서 내놓는 작가의 강렬한 눈빛 아래 작품의 한 장면을 그려낸 일러스트까지 아멜리 노통브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몇 가지 있다. 기발한 상상력을 무기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아멜리 노통브의 24번째 작품 『느빌 백작의 범죄』가 발표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2017년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백작'이라는 단어 덕에 당연히 중세 시대쯤이라 예상했던 책의 배경은 놀랍게도 2014년의 벨기에였다. 플뤼비에 성을 매각하고 성에서의 마지막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느빌 백작에게 점쟁이는 그 잔치에서 백작이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점쟁이의 예언을 무시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느빌 백작에게 <세리외즈(심각한 여자)>한 그의 셋째 딸 세리외즈는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책의 출간 소식이 들리며 간략하게 소개된 글만 읽어도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영화 한 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아멜리 노통브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무수한 작품들이 그러하듯 『느빌 백작의 범죄』 또한 단숨에 읽어나갔지만 작가가 건설한 작품세계 속에서 오래 빠져들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 아멜리 노통브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은 그녀의 작품세계를 '체험'하는 행위이다. 호기심을 자아내 안 읽어보고는 못 버티게 만드는, 한번 집어 들면 중간에 끊기가 어려운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백영옥 작가의 『스타일』을 통해 아멜리 노통브 작가가 새벽 3시에 일어나 머리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새벽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아멜리 노통브 작가의 작품들이 머리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에스프레소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이것 역시 작가를 생각하면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 중 하나다. 

 

그리스 신화에서 막내딸을 재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이야기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아서 새빌 경의 범죄』의 구성을 빌려 엮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리스 신화도,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도 읽어보지 못한 덕에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선사하는 재미를 다 흡수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아멜리 노통브 작가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다 받을 줄 아는 성실하고 똑똑한 독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커진다. 왕성한 활동을 하며 매년 가을마다 신작을 발표하는 성실하고 꾸준한 작가와는 달리 게으르고 미뤄두기 잘하는 독자로서 아직 읽어야 할 아멜리 노통브 작가의 작품들이 많이 남아 기쁘다. 내년 가을에는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 수가 더 늘어나길, 신작이 선사하는 재미를 다 흡수하는 기쁨을 누려보는 업그레이드된 독자가 되어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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