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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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쪽 턱에서 나는 소리를 듣곤 공포감에 휩싸여 급하게 병원을 찾았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내가 사는 지역과 턱관절을 검색하여 병원을 찾았지만 너무나도 노골적인 광고만 가득했고 병원에 대한 정보는 곳만이 유일했었다. 검색창을 도배하다시피 한 병원이 실력보다 광고로 유명하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돈을 물론이고 시간까지 엄청난 투자를 해야 했던 턱관절 교정과 도수치료의 결과는 단순히 치료의 실패를 넘어 그해의 실패라 여겨질 정도로 처참하게 망했었다. 한쪽 턱에서만 나던 소리는 양쪽 턱에서 동시에 나기 시작했고 없던 통증까지 생기고 만 것이었다. 병원에 대한 불신은 높아져갔지만 그런 나의 상황과는 반대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늘어만 갔고 마치 나의 고통과 맞바꾼듯 병원은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기 바빴다. 없던 통증까지 얻으며 깨달은 건 올바른 자세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사실을 피부로 깨닫는데 치러야 할 금액과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디스크를 치료하고 싶은가?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가? 건강한 허리를 갖고 싶은가? 자세부터 바로 잡아라. 습관처럼 꼬던 다리를 풀고, 꼿꼿하게 펴느라 긴장한 허리에 휴식을 줘라. 그리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금씩이라도 허리를 움직여라. 평생 허리 통증 없는 몸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 공사다. p.133

현대인들의 나쁜 자세와 생활습관에 대한 우려는 스마트폰이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현재(TV 보지 않는 유감스럽게도 처음 뵙는 분이지만) 척추 질환에 관해서 대한민국 미디에서 가장 뜨거움 인물이 확실해 보이는 이창욱 소마통합운동센터 센터장은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를 통해 현대인들이 당연하듯 안고 살아가는 망가진 허리에 대한 진단을 정확하게 프로파일링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이론이라면 정보화시대에 자칭 박사들이 수두룩하지만(물론 정보화시대 이전에도 그러한 사람들은 이미 넘치게 많았다) 이창욱 원장은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를 통해 허리 디스크의 원인과 진행 현상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주고 이를 수술과 과잉 진료 없이 예방하고 치유할 있는 정확한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물론 꾸준한 운동과 생활 습관을 가지고 바른 자세, 바른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지만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가 독자들로 하여금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게끔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책을 읽고 난 단순히 읽고 넘길 것인지, 올바른 습관을 만들고 습관을 생활로 발전해 시켜나갈 것인지는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다

내가 아파봤더니, 통증을 동반해봤더니 올바른 자세가 너무나 중요하다는걸, 책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허리뿐만 아니라 전체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치료가 것이라는 것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사실을 깨닫는데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치르고 한참 뒤에 책을 만났지만 정말 책이 예방주사가 되어 미리 예방할 있고 대비될 있는 독자들에게 책은 스카이 캐슬의 김주영 쓰앵님의 코디보다 든든한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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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메리카나 1~2 - 전2권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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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숙제였음을 고백하는 것으로 서평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세계적인 명성은 물론이고 작품에 대한 명성까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페미니스트라는 왕관이 씌어진 나이지리아 문학세계에 발을 들이는 일은 어째서인지 계속 주저하게 된 탓이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의 출간과 작가의 방한을 앞두고 민음사에서는 모던클래식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아메리카나』를 새로운 단행본으로 출간했고 덕분에 더 이상 『아메리카나』는,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미룰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나이지리아인 이페멜루가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비미국인 흑인으로 두꺼운 유리천장을 경험하면서 겪는 불안과 정체성에 관한 혼란을 섬세하게 다룬다. 이페멜루의 상상과 기대와는 달리 미국 생활은 실망스러운 무광의 연속이지만 이페멜루는 기꺼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치르며 미국 사회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이페멜루의 미국 유학 생활과 그녀의 첫사랑 오빈제가 빈센트라는 신분으로 살아가는 영국 생활을 통해 인종 문제, 계급사회 문제를 쉼 없이 다루면서 인간의 위선, 허영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꼬집는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특유의 문체는 리커버 된 표지만큼이나 쨍하고 반짝거리며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소설에서 이페멜루의 헤어스타일에 관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아메리카나』가 아니었더라면 흑인 여성들의 고충을 언제까지고 몰랐을 것이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그런 작가다. 뻔뻔할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고착되어 왔던 문제들, 부당한 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당한 문제들을 건드리며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멋있게 해방시켜줄 줄 아는 작가다. 『아메리카나』에서 이페멜루는 미셸 오바마가 자연스러운 머리를 유지했다면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는데 작년 화보를 통해 자신의 본연 곱슬머리를 공개한 미셸 오바마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 또한 『아메리카나』만이 전해주는 재미와 감동이다.

 

『아메리카나』를 통해 본 이페멜루와 오빈제의 20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내리막과 오르막을 오갔다. 눈부신 젊은 시절을 미국과 영국에서 낯선 이민자의 불안한 삶으로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뿐만 아니라 미국과 나이지리아의 종교, 정치, 계급 문제를 두루 다루며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병적인 사회문제들, 인간의 위선을 꼬집어내는 작가만의 방식이 너무나도 섬세하면서도 우아하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간의 여름은 민음사와 페미니스트로 기억될 것이다. 작년 여름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을 너무나 현실감 있게 읽으며 그동안 읽어왔던 구병모 작가의 작품세계와의 정반대의 매력에 반했었다. 마침 부산에서 있었던 작가와의 만남 행사로 작품 바깥에서 작가님이 들려주셨던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을 즐겁게 추억하고 있는데 올해 <아디치에, 소설읽기> 서포터즈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작품세계에 푹 빠진 것은 물론이고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쯤 되니 이제 매년 여름은 민음사와 함께 페미니즘 소설 읽기가 주요 행사로 자리 잡을 것 같다. 민음사, 보고 있나? 부디 이 바람이 시원한 김칫국 드링킹이 아니길 바라며 앞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고 진행될 양질의 페미니즘 서적과 관련 행사들을 벌써부터 응원하고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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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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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기다리며 사랑이 끝난 후 이별에 대한 단상을 간결하면서도 담백하게 담아낸 에세이를 마주했다. 이지은 작가의 글을 읽으며 함께 감정을 따라가다가 꼭 헤어진 옛 연인이 아니더라도 떠오르는 얼굴들이 무수히도 많았다. 과연 나는 사랑이나 설렘의 감정을 이끌어주는 글을 마주하면서도 이토록 많은 얼굴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싶어 인생을 잘못 산 건 아닌지 자책감이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별에 대한 단상을 담담하게 꾹꾹 누른 감정들을 따라 읽어가는 것이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한때 달고 살았던 잡지 <페이퍼>가 생각났다. 황경신, 정유희 작가의 글에 사무쳐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있었는가 하면 마음이 끝도 없이 말랑말랑해지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그동안 내 인생엔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걸까?). 월간지가 휴간을 하다가 격월 잡지가 되고 계간지가 되어가는 동안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감성마저도 오래 잊고 살다가 이번 『참 좋았다, 그치』를 읽어가는 동안 그때의 감성을 다시 소환시켜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일간 이슬아'로 유명한 이슬아 작가도 <페이퍼> 객원기자로 먼저 알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정말 아름다웠던 잡지였다.

 

여전히 불안하고 불완전하지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더 철저하게 나 자신을 혼자만의 동굴로 내모는 것 같다. 더 이상 나에겐 사랑과 설렘의 감정에 대한 환상도 없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 또한 없다고 적고 보니 마치 인생을 다 산 노인 같아 보여 쓴웃음이 난다. 그래서 사랑이나 설렘에 대한 단상을 마주하면 일단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곤 하는데 이별에 대한 단상은 담담하게 읽어가며 추억을 떠올릴 줄도 아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떠오르는 얼굴들도 무수히 많았지만 이별에 대한 애틋하면서도 담담한 감정들과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책, 음악, 영화들도 무수하게 떠올랐다.

 

노희경 작가는 그녀의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첫사랑에게 바치는 20년 후의 편지'를 통해 "버려줘서 고맙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과거의 연인에게 참회한다. 필력은 죽어도 못 따라가지만 언제까지고 노희경 작가가 전하는 감성의 울림에 진하게 감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해줬던 글이었다. 10년도 더 지나 이지은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고 위안을 얻었다. 책을 마주할 때의 감정에 따라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고 담담하게 따라 읽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2019년 늦여름의 나는 담담하게 따라 읽으며 한동안 잊고 살았던 무수한 과거의 기억들을 소환했다고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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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 - 올려놓고 바라보면 무럭무럭 잘 크는 트렌디한 다육 생활
톤웬 존스 지음, 한성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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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알아주는 똥손이다. 무엇을 만들고 꾸미는 일에 젬병인 것은 물론이고 식물이든 기계든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파괴하는 마이너스 손으로도 유명하다. 이 나이 먹고도 제대로 된 요리 하나 할 줄 모르고 몇 년을 매일 하면서도 도무지 메이크업 실력이 발전하지 못하는 건 자랑할 일이 아니지만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알아서 자란다는 선인장을 죽였던 일화는 어쩐지 자랑처럼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가득하여 수목원이나 요즘 유행하는 식물 카페를 즐겨 찾곤 하는데(이런 유행은 얼마든지 옳다) 그런 나에게 선인장과 다육식물 키우기에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는 책을 마주하게 됐다. 쨍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톤웬 존스의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는 50가지 다육이와 선인장을 예쁘게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식물을 묘사한 점이 특이하다. 작가가 엄선한 식물 리스트와 식물을 직접 키우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세심하게 담아낸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디자인으로 책에 대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나도 작가에게 영감을 준 이브 생로랑처럼 근사한 정원을 꾸미고 싶다는 욕심까지 가지게 하니 위험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식물을 예쁘게 관람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식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고 이번 기회에 식물 좀 키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까지 드니 외면은 몰라도 내면은 미세하게나마 조금은 예뻐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식물을 키우는데 무덤덤했던 내가 이토록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질 정도인데 평소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충분히 알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기름을 불어넣는 격이니 정말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인장과 다육이에 대한 꼼꼼한 소개로 정보 전달은 물론이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일러스트로 한 권의 책 자체가 인테리어 장식 용도로도 탁월해서 센스 있는 선물용으로도 적합할 것 같다. 집들이나 부담 없는 선물로 책에서 눈여겨 본 선인장이나 다육이 몇 점과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를 함께 건넨다면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는 물론이고 센스 있는 선물도 할 줄 아는 예쁜 누나까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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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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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를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로 먼저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인식은 '소설가'라는 타이틀보다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이 먼저 떠오른다. 그녀가 창조한 소설 세계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크지만 그 세계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멋대로 상상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나 그것이 나의 오만에서 비롯된 오심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부분이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작가의 세계적인 명성과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성공을 되돌아보면 출간이 늦은 감이 있지만 출간이 늦은 만큼 반가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출간뿐만 아니라 작가의 방한 소식까지 들려오니 한국 독자들에게 엄청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신실한 가톨릭교도이자 진보 성향의 언론사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며 대외적으로 존경받는 아버지를 둔 소녀 캄빌리, 나이지리아 부유층 자녀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아버지의 권위와 폭력에 억압당하며 학대받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고향에서 보내며 아버지와 종교적 갈등을 빚는 파파은누쿠 할아버지와 자신의 가족과는 정반대의 이페오마 고모네 가족을 만나 그들의 삶에 스며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고 성장해간다. 


 이페오마 고모는 오비오라를 조수석에 태운 채 떠나갔고 아마디 신부도 잠시 후에 떠났다. 치마는 윗집에 놀러 갔다. 아마카는 자기 방에 가서 음악을 틀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베란다에 있는 나한테도 또렷이 들릴 정도였다. 이제는 나도 그 애의, 문화적 자의식이 있는 음악가들을 구분할 수 있었다. 오니에카 온웨누의 청아한 목소리와 펠라의 자신만만한 박력과 오사데베의 진정시켜 주는 지혜를 구별할 수 있었다. 오빠는 정원에서 이페오마 고모의 전지가위를 들고 있었고 나는 거의 다 읽은 책을 무릎에 놓은 채 오빠를 보고 있었다. 오빠가 양손으로 가위를 들어 올려 머리 위 가지를 잘랐다.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해?" 내가 속삭이듯 물었다.

 "기니?"

 "아마카가 우리더러 비정상이래."

 오빠는 나를 쳐다봤다가 앞마당에 늘어선 차고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정상이 뭔데?" 그렇게 대답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질문을 던지고는 다시 나무를 다듬기 시작했다. p.190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개브리얼 제빈의 작품세계가 먼저 떠오르기도 했지만 작품 속 공간이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 대비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던 『비바, 제인』과는 다른 공기를 가지고 있다. 이국적일 수밖에 없는 나이지리아의 풍경과 억압적인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법 밖에 모르는 소녀의 모습에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경쾌한 이페오마 고모네의 등장에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금방 잊히고 만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향은 나이지리아만큼이나 이국적이고 낯설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세계적인 명성과 성공에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며 만족도를 선사해주었다.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가정에서 성장하는 소녀의 성장뿐만 아니라 종교, 정치, 민주주의 등 무거운 주제들을 아우르면서도 재미와 긴장을 놓치지 않아 『보라색 히비스커스』가 16년 전 발표된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기승전결이 확실함에도 등장인물과 감정에 대해 독자 몫으로 남겨둔 여백이 많은 이야기이다. 책은 370여 페이지이지만 이야기의 무게는 훨씬 묵직하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작가가 내한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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