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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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들은 많다. 그런 책들을 좋아해 종종 찾아 읽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철학자들 리스트를 다루다 보니 내용만 봐선 각 책들의 개성이나 특징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대부분은 책의 디자인이나 수록된 철학자들의 일러스트로 겨우 구분이 된다). 그리하여 고바야시 쇼헤이의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동안 즐겨 보았던 책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철학자의 리스트가 있을지, 고바야시 쇼헤이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어떤 관점으로 풀어줄지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실물을 영접한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단순한 생각으로 기대했던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민을 25가지로 정리하고 철학자들의 대답을 제시한다'는 타이틀로 지금까지 접해왔던 철학서들과는 조금 다르게 철학자들의 사상에 접근하는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들과 고민에 맞는 철학자들의 사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철학 책을 소개한다. 시대순으로 철학자들을 배치하고 그들의 사상을 알기 쉽게 소개했던 기존의 철학서적들과 목차에서부터 차별성을 보여주며 재미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목차부터 재미있다). 


이를테면 이런 방식이다. 가끔씩 너무 외롭다고 느껴진다는 인생에 관한 고민에 지독한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는 무리에 끼고 싶은 충동을 잠재우고 자기 내면을 깊이 일구는 일을 흡족히 여기라고 일러준다. 내면을 즐기는 시간이 나를 충만하게 채워준다는 해결책과 함께 "일찌감치 고독을 가까이하고 더욱이 고독을 사랑하게 된 사람은 금광을 손아귀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그의 말을 들려주다. 그리고 쇼펜하우어 곁에 있었던 니체의 이야기와 함께 국내에서 <쇼펜하우어의 행복과 인생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주제의 고민과 그에 대한 철학자들의 지혜와 사유를 25가지 들려주는 것이다.


21세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보고 경험해봤을 고민에 대해 공감이 가고 수긍이 가는 해답을 과거의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에서 얻는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인정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다는 현대인의 고민에 1981년 세상을 떠난 자크 라캉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욕망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친구나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절대 나올 것 같지 않은 해답이지만 너무나 명쾌했던 해답부터 깊은 울림을 주는 해답까지 철학서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재미까지 전해준다.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고민에 니체는 불행한 경험이 없으면 행복한 추억도 생겨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지나가라, 그러나 또다시 내게 오라!"라는 그의 해답은 개인적으로 각성을 일으키는 해답이 됨과 동시에 엄청난 위로가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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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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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라는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지만 제목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목으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 표지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제목과 표지에 사로잡혀 이탈리아 문학계에서의 무수한 수상 경력과 유럽권에서의 베스트셀러 기록, 영화화 확정 등의 화려한 수식어들은 한참 지나서야 눈에 들어왔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혹과 그 속에서 피어난 우정과 사랑을 그려낸 이야기는 익숙한 콘텐츠지만 이탈리아 문학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기에 반가움, 기대감과 더불어 호기심도 불러일으켰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란 말 그대로 음독의 가능성 때문에 히틀러의 음식을 미리 시식하는 10명의 여자들을 말한다. 우리의 역사에도 기미 상궁이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언제든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는 불안의 감정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소설의 1부에서는 언제 독을 먹고 죽을지 모르는 시식단의 불안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또한 전쟁을 배경으로 남겨진 여자들에 대한 묘사와 시식단 내에서 일어나는 텃새, 시기와 질투, 우정, 연민의 감정을 세심하게 녹여냈는데 이런 소재와 감정들 역시 그동안 많이 접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준다. 소설의 2부에서는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시부모님과 살면서 히틀러의 시식단으로 일하는 로자에게 어느 날 남편의 실종 소식이 들려오고 마침 실의에 빠진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치글러 중위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관계 묘사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속도감이 붙으며 반전을 맞이하고 결말을 향해 가는 3부까지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어떤 기억이 퍼뜩 떠올라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레고어가 마지막 편지에 쓴 러시아 미신 이야기였다. 독일군에게도 그 미신이 적용되는 걸까? 그레고어는 자기 여자가 정절을 지키는 동안 군인은 죽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믿을 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레고어는 그것도 모르고 나를 믿는 바람에 죽어버렸다.

 그레고어는 나 때문에 죽은 거다. 심장박동이 더 느려졌다. 호흡이 멈추고 귀가 먹먹해지더니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심장이 멈춰버렸다. p.208-209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익숙히 봐왔던 나치 수용소나 유대인의 이야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전쟁으로 징집된 남성 중심의 이야기로 소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을 겪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 초점을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남편까지 실종된 여성의 비련에 맞추지도 않는다. 많은 소설, 영화들이 다뤘던 익숙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실제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15명의 여성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마고 뵐크의 인터뷰를 토대로 쓰여진 소설로 이탈리아 주요 문학상을 휩쓸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화도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소설이 되고 영화화되는 과정 또한 한 편의 소설 같고 영화 같다. 로자의 복잡한 심경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스크린을 통해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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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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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오쓰 이치라는 작가가 호러, 괴담을 쓸 땐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필명을 써서 작품을 발표한다는 사실이 소설만큼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던 사실이 겹쳐지면서 기대감 또한 더해준다. '공포'. '호러'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영화에서나 조금 접해봤지 이런 장르의 소설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지만 '일본 문화'와 '공포'라는 장르가 더해지니 분위기나 색깔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지고 그 예측이 더불어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기도 전부터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가 넘치게 많았음을 고백하며 서평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부부가 사는 맨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심령현상이 나타나 사적인 공간을 침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자의 일상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 부부가 자신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심령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과정을 그려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이모에게 학대받는 소녀 미즈노 후코와 그녀가 가까스로 구출한 머리 없는 닭 교타로, 그들의 유일한 친구인 소년과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술에 취하면 미래가 보이는 여자친구와 그런 여자친구의 능력을 도박에 거는 남자친구의 이야기 「곤드레 만드레 SF」, 슬럼프에 빠져 10년 넘게 글을 쓰지 못한 소설가의 손에 들어온 영감을 주는 이불 「이불 속의 우주」, 자식들을 죽인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을 듣고 과거의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딸을 겁내는 엄마  「아이의 얼굴」, 2011년 쓰나미로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며 장난감 무전기로 아들의 환청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 「무전기」, 사고로 딸을 잃고 죄의식에 빠진 엄마에게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환청에 관한 이야기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해난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은 화자가 맞이한 죽은 자의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의 세계 「아이들아, 잘 지내요」. 


 "이모는 늘 나한테서 소중한 걸 빼앗아 가. 하지만 이건 못 뺏을걸. 내 마음에 싹튼 이 감정만은 이모도 절대로 어떻게 못 할 거야." p.69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 다루고 있는 8편의 단편들은 상실, 실종을 화두로 하여 흥미로운 소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흥미를 자아낸다. 또한 「이불 속의 우주」를 제외한 작품들에서는 죽음과 죽음으로 인한 남은 자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먹먹함을 전하기도 하는데 장르에 비해 자극적인 요소가 없고 오히려 잔잔하게 이야기가 이어짐에도 빠르게 읽히며 재미를 더해준다. 2011년 일본 쓰나미를 소재로 한 「무전기」를 제외하면 특별히 일본적인 소재가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소설 전반에 일본식 공포의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것 또한 소설이 전하는 색다른 재미다. 무엇보다 소설 전반의 분위기와 책 표지의 분위기가 잘 맞아 더 좋았다.

 

 "안나, 정말 괜찮겠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이사벨이 물었다.

 "죽은 자의 나라는 안식의 땅이라고 들었는데요. 천사 업무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편할지도 모르잖아요?"

 "일단 일하는 법부터 배워야겠네요. 이사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오락거리도 얼마 없어요. 지상의 삶을 경험한 당신이 견딜 수 있을까요."

 "천사로 일하다 보면 부모님과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를 낳아서 길러준 부모님을 역에서 맞이하는 것이다. 먼저 죽은 걸 사과하자. 그리고 사랑했다고 말하자. 그럴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계약을 맺을 가치가 있다. p.248 「아이들아, 잘 자요」


계절의 영향이 큰 탓인지 야마시로 아사코의 공포소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을 읽어가는 내내 영화 <여고괴담 : 두번째 이야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고괴담 : 두번째 이야기>가 공포영화는 여름이라는 공식을 깨고 한겨울에 개봉해 당시 신선한 충격을 전해줬었는데 마찬가지로 겨울에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을 읽으면서 느낀 서늘함과 신선함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공포', '호러', '기담'이라는 장르를 내세웠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서늘한 감정이 잔잔하게 밀려오면서 종내엔 특유의 온기를 품어 내는 방식 또한 닮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아, 잘 지내요」에서 죽은 자들이 죽은 자의 나라로 들어가기 전 무작위로 추출한 기억의 단편을 이어붙인 필름을 상영한다는 대목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이 때론 잔혹동화 같고, 때론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날개의 작가 소개 글과 옮긴이의 말을 통한 작가의 소개 글을 통해서 16세에 데뷔한 작가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장르에 따라 쓰는 이름이 다르고, '기담 전문 작가', '괴담 전문 잡지'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존재하는 일본 문학계의 새로운 세계를 보며 일본 문학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의 감정이 동시에 떠올랐는데 어느 정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에 내년엔 내가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문학세계의 스펙트럼이 더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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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행방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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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과 달리 너무나도 알록달록한 색감과 배경의 표지 디자인은 소설 속 분위기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표지의 색감만 보고선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점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라는 소개 글을 보고선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안보윤 작가가 안내해줄 미지의 세계는 무엇을 짐작해도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빠르게 소설을 읽어나갔다.

 

사짜 점쟁이 누나가 귀신을 붙이려고 백일치성 드리러 간 사이 점집을 지키던 동생에게 죽음을 보는 사신 나뭇가지 '반'이 생기며 '천지선녀'집은 죽음을 잘 본다는 소문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신비한 나뭇가지 반을 손에 쥐면 반은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볼 수 있다. 그런 반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주혁의 이야기가 초반엔 흥미롭게 전개되며 얇은 소설이 쉼 없이 즐겁게 술술 읽히기 시작하지만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무수한 슬픔을 품고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며 가족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대면하다 보면 안보윤 작가가 전하는 압박감에 억눌리게 된다. 안보윤 작가는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 사고들과 유가족들이 품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세심하게 다루면서도 각각의 인물과 사건에 저마다의 색채감을 더해주는데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죽음'이라는 소재로 무겁고 어둡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표지의 알록달록한 색감처럼 저마다의 색채를 느끼게 한다. 촘촘하고 견고한 이야기의 짜임새는 말할 것도 없다.

 

작가의 말에서 안보윤 작가는 1999년 씨랜드 화재로 받은 상처를 끄집어내며 그와 비슷한 사건을 적어도 다섯 개는 댈 수 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밤의 행방』의 얇은 이야기 속에서 떠올리게 되는 과거의 사고들이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먹먹하게 만들었다. 얇고 재밌는 책을 초반엔 쉽게 술술 읽어 냈지만 소설이 끝나고도 이어지는 여운에 감정이 심하게 동요되는 데에는 소설을 읽어가는 시기에 어린이 안전법으로 나라가 유난히 시끄러웠던것도 크게 한몫했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고와 인재가 반성과 각성 없이 반복되고 있고 각종 안전법들은 유가족의 투쟁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정치적인 색을 입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목을 또 박아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사회에 대한 환멸을 뉴스를 보며, 『밤의 행방』을 읽으며 더 진하게 느꼈다.

 

자음과모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새소설 시리즈>가 어떤 색을 가지고 이어나갈지 궁금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세 번째로 안보윤 작가가 등장하면서 앞으로의 기대감을 더욱 상승시켜 주었다. 제목과 반대되는 이미지의 표지의 수수께끼는 소설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오히려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왜 소설의 제목이 『밤의 행방』인 건지 수수께끼가 더 늘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선 더 헷갈린다. 한국사에서 잊지 못할 사고들을 소재로 상처받은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한국 소설들이 많다. 『밤의 행방』에서 다룬 씨랜드 화재, 밀양 요양원 화재 그리고 세월호 사건들을 떠올리며 동시에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인천 호프집 화재 등을 다룬 다른 작품들이 동시에 생각나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확실히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작가들도 많다. 현실에서 받지 못하는 치유를 소설을 통해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또 마음의 빚을 진 소설가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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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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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데 '창의력'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늦거나 다른 것에 대해서 엄청난 재난처럼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는 창의성보다 속도와 성취를 더 높은 덕목으로 쳐주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좀처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거나 조금 튄다 싶으면 별종으로 취급해버리는 병적인 사회에서 "튀는 아이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틀 밖에서 놀게 하라』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당연히 저자는 선진국의 권위 있는 교육자 정도일 거라 생각했기에 김경희라는 작가 이름을 확인하고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획득한 작가의 무수한 이력과 스펙을 보자마자 학부모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넘치게 충분해 보였다. 

 

자녀의 육아와 교육에 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심지어 직업이 교사인 친구들 마저 자녀의 육아와 교육 문제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이른바 '모난 돌이 정맞는' 한국 사회에서 내 자식이 나쁜 쪽으로 튀지 않고 남들과 같은 둥근 돌이 되길 바라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남들보다 더 크고, 더 예쁜 둥근 돌이 되길 바라는 부모들의 바람은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영재 및 창의력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라는 수식어가 절대 모자라지 않는 김경희 교수는 『틀 밖에서 놀게 하라』를 통해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욕심내고 싶지만 그만큼 여러 목소리에 흔들리기도 쉬운 부모들에게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들으면 솔깃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례들은 물론이고 '고집 있는 아이로 키우기', '규칙을 깰 줄도 알게 하기' 등 기존의 육아, 교육서와는 반대의 지침을 내려주며 책을 읽는 독자들의 창의력을 더불어 높여주는 마법까지 선보인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의 책이 심지어 크고 두껍기까지 했다. 하지만 좋은 육아, 교육 서적은 읽는 어른들도 함께 깨어나게 해주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독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자마자 이 책이 필요해 보이는 친구들에게 돌릴 만큼 책이 마음에 들었지만 책에 대한 만족과 매력이 책의 띠지에 적힌 "아이의 성공은 엄마의 영향력이 80% 이상이다! : 아이의 창의력과 융합사고력을 키우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필독서"라는 문구에 크게 마이너스가 된 부분은 안타깝다. 아이의 교육이 엄마만의 몫은 아닌데 21세기가 지난 지도 한참 지난 시점에, 남들보다 한참 앞서가도 모자란 판국에 이런 문구를 홍보에 먹힐 거라 예상하고 찍어냈을 거라 생각하니 씁쓸하고 화도 난다. 앞으로 찍어낼 띠지의 문구는 변화와 반성이 있길 바라며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식에게 바라는 모습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둥근 돌이 아닌 개성 있고 창의적인 각자의 돌이 될 수 있도록 변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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