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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비즈니스 Untact Business - 100년의 비즈니스가 무너지다
박경수 지음 / 포르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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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코로나의 등장으로 언택트 시대가 등장과 동시에 빠르게 정착했다. 세상의 변화 과정을 민첩하게 따라가던 시절이 어느새 과거형이 돼버린 나로서는 지금까지 펼쳐진 상황보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과 변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이런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반성과 자극을 받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보다 한 발 앞서지는 못해도 변화에 발맞춰 따라가는 사람들이 더 빛나고 귀해 보이는 건 코로나 시국 이전부터 느껴왔던 일이었다.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하고 요구되는 시점에 최근 코로나로 인해 급변한 비대면 사회에서 기업과 구성원의 변화를 통찰한 책이 출간됐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컨설턴트인 박경수 저자의 『언택트 비즈니스』.


1. 홈 블랙홀 : 홈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스마트화

2. 핑거 클릭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급격한 전환과 디지털 라이프의 진화

3. 취향 콘텐츠 : '취향'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발달

4. 생산성 포커스 : 비대면 중심의 기업활동으로 인해 생산성 이슈가 부상


며칠 전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 학부모인 친구들이 이런 날씨에 아이들 등하교가 걱정된다며 이런 날은 온라인 학습을 하면 안 되느냐고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며 학기 초 온라인 학습에 대해 불안과 불평을 쏟아냈던 모습이 겹쳐져 속으로 좀 웃었다. 여전히 미래형으로 느껴지는 언택트 시대는 이미 현대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있고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그 영역이 더욱더 확장될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비대면 트렌드로 변화할 기업들의 환경과 그에 따른 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소비자로서 맞이하는 세상의 변화를 박경수 작가는 『언택트 비즈니스』를 통해 분석하고 통찰하며 언택트 솔루션을 제시한다. 언택트 시대에 부상하고 있는 홈 블랙홈,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의 키워드에 대해 알아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비즈니스 사례와 관점들을 알려준다. 작가가 들려주는 사례들을 따라 읽으며 이러한 언택트 시대에 우리 사회가, 나 개인이 고민해봐야 할 것들을 짚어보게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핵심은 교사나 교수에서 학생으로의 '주도권 이전'이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과정을 선택해 미네르바스쿨처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정해진 틀 내에서의 교육을 벗어나서 말이다. 선생님의 역할은 학생의 관심사를 이끌어내고, 장려하는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본 온라인 교육 외에 로봇 교사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로봇 교사는 분명 선생님보다 더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학생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지식촉진자, 동기부여자, 상담사로 바뀐다. 미래의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역할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전통적 교육 시스템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p.125


나는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사실이 고민은 되지 않았었는데 나이를 먹고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는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걸 느끼게 되면서 최근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끼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단순하지 않다. 산업의 변화, 직장의 변화, 개인의 변화 등에 적응할 만하면 세상은 또 바뀌어있고 변화의 영역은 더욱 확장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충격과 변화는 코로나 기세에 걸맞은 역대급이었다. 이런 일이 이번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이 또한 지나가면 더 한 것이 오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맞이할 이들에게 고민 예방주사를 놓아줄 경영서이자 트렌드 도서이자 자기개발서가 되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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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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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내가 나의 언어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첫 시도다.

 책을 쓰면서 내가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스스로 정리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미술이 고귀하고 특별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아름다움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여겨본 적도 없다. 모든 예술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본다.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드는 건 사람과 삶에 대해 말하는 작가, 그리고 작품이다. 책에서도 그런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다. p.7 프롤로그


이세라 작가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책을 읽기도 전,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 이미 책에 빠져있었음을 고백한다. 미술에 대한 특별한 조예가 없음에도 미술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반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장르에서부터 시적인 제목, 국문과를 전공하고 기상캐스터가 되었다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며 책을 출간하기까지 이르게 된 이세라 작가의 흥미로운 이력, 최은영 소설가의 추천사까지, 이쯤이면 반칙이었다. 그러니까 이세라 작가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반하게 된 요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날아오르는 샤갈의 연인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좋은 사랑을 못 혹은 안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마음의 빗장을 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실패. 나는 이럴 때 과거가 결코 과거가 아님을, 아직도 나를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음을 느낀다. 

 나는 이제 사랑을 떠올리며 거창한 꿈을 꾸지 않는다. 그저 지난 기억이 우리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굳이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매듭을 푸는 것도 묶는 것도, 빗장을 닫는 것도 여는 것도 결국 모든 건 사랑이 한다. 어느 날 문득 닫혔듯 다시 또 그렇게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p.177


작가의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재해석한 글들을 따라 읽으며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깨닫고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의 비하인드스토리, 당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작품을 보는 시야를 확장시켜가는 과정들이 단순히 독서를 넘어 하나의 체험이 되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이세라 작가는 어떤 작품들을 다루며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했다.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은 마치 전생처럼 아득했고 마지막으로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은 지도 오래됐다. 이세라 작가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나의 목마른 지적 허영심에 수혈을 해 줄 책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다.




지금까지 읽었던 미술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다. 각 장별로 한 작가를 정하여 여러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의 고백이 더해져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미술,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문화 분야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독자들의 마음을 쉼 없이 울리는 에세이가 더해져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을 전해준다. 예술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은 고수의 느낌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작가의 흥미로운 이력과 젊은 나이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미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예술 분야에서 이세라 작가의 행보가 알려져와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세라 작가는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통해 남다른 깊이와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취향을, 그녀의 안목을, 그녀의 능력을 배우고 싶다.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임이 분명한데 한 권의 책으로 작가와 내적 친밀감을 쌓으며 친숙함을 느꼈다. 기억해야 할 이름이 생겨서 반갑다. 이세라 작가가 자신이 가진 내공을 다양한 분야에서 펼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길 응원하며 동시에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가 시리즈가 되어 그녀가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더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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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강병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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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브런치북 수상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하며 놀라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좁은 나라에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감탄하며 브런치북 수상 작품들의 출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올해 초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들이 줄줄이 출간 소식을 알리며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강병진 작가의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의 경우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싶어 격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희망을 안겨다 줄 영웅담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드디어 북라이프 출판사에서 출간 소식을 알려왔다. 마침 부동산 규제 뉴스는 코로나급으로 뜨거웠고 전세 만기를 앞두고 무리하며 아파트를 매매해 기쁨보다는 넋두리를 늘어놓는 지인을 보며 같이 마음이 심란하기도 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시기에 서울에서 생애 첫 자취를 하며 부동산, 분양 관련 일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버블세븐이라는 단어가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며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던 시기였다(부익부 빈익빈은 해소가 아니라 진화되고 있는 것 같다). 구청장 선거 공약으로 어느 동네에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후보가 당선이 되었고 마치 마트에 계란 사러 오듯 집을 매매하러 오는 사람들과 높아진 전, 월세 가격에 전, 월세 만기 후 돈을 더 보태도 더 안 좋은 조건의 집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사람들을 한 동네에서 보면서 매일매일 세상에 대한 어이없음과 참담함을 갱신하곤 했었다. 얼마 후 재개발을 약속했던 구청장은 학력위조로 구청장직을 상실했고 그 동네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개발 확정은커녕 논의조차 제대로 된 적이 없어 그때의 기억이 코미디로 남아있다. 당시의 경험은 막연히 동경했던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짓밟아 줬는데 강병진 작가의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를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들이 밀려왔다.


 나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아파트를 계약해서 대출을 많이 받는 것, 역세권에 위치한 넒은 신축 빌라를 계약해서 대출을 많이 받는 것. 하지만 나는 대출이 두려웠다. 어느덧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은 길어야 10년에서 15년 정도인 나이가 되었다. 대출을 많이 받았다가 그걸 갚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면 나는 아버지의 사례를 반복하겠지. 어머니도 나와 같은 걱정으로 힘들어하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버지는 쉰네 살에 첫 집을 샀지만, 나는 마흔 살에 샀다는 거다. 또한 은퇴 후에 집을 산 아버지와 달리,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열심히 갚아 나가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지만……. p.153


35년 넘게 은평구에 거주 중인 강병진 작가의 내집마련은 조금 색다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함께 살던 작가는 독립을 위해 어머니가 살 빌라를 매매하고 자신이 살 월세를 찾는다. 재산으로 가치를 지닌 집이 아닌 말 그대로 살기 위한 집을 위해,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해 작가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작가와 함께 집을 고르는 조건들을 같이 따져보고 무수한 공감들을 이루어낸다. 이상과 현실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내고 혼자살이를 시작하는 시작하는 과정들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부동산 준전문가가 되어있고(피와 살이 되는 부동산 팁이 많다) 가본 적도 없는 은평구라는 지역이 친근해지고 오지은의 노래 <서울살이는>이 저절로 나온다. 


<씨네21>의 영화 기자, <그라치아> 피처 에디터,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 뉴스 에디터로 일한 작가가 남다른 필력으로 생애최초주택구입 경험을 웃프게 들려주지만 오래도록 씁쓸함이 남아있다. 마흔에 독립한 아들과 일흔에 첫 싱글라이프가 시작된 작가 모녀를 끝없이 응원하게 되는데 '이제는 당신이 좀 더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작가의 마지막 인사를 그대로 작가에게 건네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이 책도 브런치 수상작이다)를 선물해 화제가 됐었는데 요즘 부동산 규제 뉴스로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는(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안 보이고 목소리 내는 사람들만 보이는 건 착각일까?) 국회의원들에게 강병진 작가의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를 돌리고 싶다. 마트에서 계란 사듯이 부동산 투기를 그들에게 기대하는 대한민국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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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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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스 룸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소름 끼치는 커트 케네디를 만나지 않았다면.

 소름 끼치는 커트 케네디가 나를 스토킹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하지만 그는 마음먹었고, 그러고 나니 끈질겼다. 저 일들 중 어느 하나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콘크리트 구덩이 속 인생을 향해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p.27


나는 친구인 척 구는 일에 소질이 없다. 누구도 나를 알게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레이철 쿠시너의 소설 『마스 룸』은 소재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기고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명감이 생겼는데 시간 순삭 '팝콘각 소설'이라며 출판사에서는 책과 함께 팝콘, 아이스티를 보내줬다. 출판사의 센스 넘치는 마케팅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이며 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는데 마거릿 애트우드, 스티븐 킹, 조지 손더스 추천은 마치 높은 기대감을 보증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대감과 호기심을 잔뜩 품은 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수감자들과 함께 '쇠사슬의 밤' 밤샘 호송버스에 동승했다.


 당신은 나를 기다리던 커트 케네디를 발견한 그 밤에 내 운명이 결정됐다고 판단할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 내 운명을 결정지은 건 재판과 판사와 검사와 국선변호인이다. p.105


내게는 국선변호인이 배정되었다. 우리는 상황이 달리 흐르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다. 상황은 달리 흐르지 않았다. 결국 여기로 흘렀다.

몇 달 동안 자신을 스토킹하며 괴롭힌 남자를 죽인 싱글맘 로미. 하지만 세상은 미심쩍은 도덕성을 지닌 스트리퍼가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직무 수행 중에 입은 사고로 평생 불구가 된 강직한 시민을 아이가 보는 현장에서 죽였다며 그녀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신의 변론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국선변호사를 만난 로미는 그녀의 스토커 커트 케네디가 자신을 향해 보인 집착을 법정이 인정하게 만드는데 실패하며 종신형을 두 번이나 선고받고 출산하는 어린 수감자를 방치하는 교도관을 대신해 도움을 주다가 추가 6년을 선고받는다. 수감 중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살아남은 아들의 행방에 대해선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교도관도 자신을 담당했던 국선변호사도 그녀의 부탁을 외면한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수감 중인 로미에게 불행의 그늘은 더욱 짙게 깔린다. 


 교도소 안의 모든 것은 시계에 빨간색 부채꼴을 표시해줘야먼 하는 여자들, 즉 백치들에게 맞춰져 있다. 나는 여기서 그런 백치라고는 본 적이 없다. 교도소에서 만난 여자들 상당수가 글을 몰랐고, 간혹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이들도 진짜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지식층을 이겨먹을 수 없을 정도로 야물지 못하고 열등한 건 아니었다. 교도소 안의 사람들은 정말 지독히도 영리하다. 수감자 규칙과 안내문들이 배려하고 있는 백치들은 이곳 어디에도 없다. p.139


"나는 살아 있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별 의미 없지. 난 내 심장을 전기톱으로 도려내버렸거든."

'팝콘각 소설'이란 수식어에 흡인력 있는 전개로 빠른 속도감으로 읽히는 소설일 거라 기대했지만 『마스 룸』은 교도소 내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과거를 짚어보며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드러내는 소설로 기대 이상으로 진지하고 묵직하다. 레이철 쿠시너는 국가와 가정, 직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 운 좋게 석방이 되어도 다시 교도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 여성들의 모습 속에서 소외계층의 문제, 인종차별과 인권문제, 부조리한 교정 시스템을 마주하는 독자들이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외면하고 싶어도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하는 것이 독자들의 몫이다. 『마스 룸』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와도 닿아있다.


세상사는 우리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복잡하다. 인간은 우리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멍청하고 덜 사악하다. p.266


절대 바로 잡지 않는다. 저들의 잘못이 나한텐 옳음이 될지도 모르니.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끝없는 불행의 늪으로 밀어붙이는 로미를 비롯한 교도소 내 많은 재소자들을 통해 레이철 쿠시는 소외계층이 느끼는 박탈감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데 강한 집중력을 가지고 소설에 빠지게 한다. 그러니까 '팝콘각 소설'의 초점은 빠른 속도감이 아닌 강한 집중력에 맞춰져 있다. 레이철 쿠시니가 『마스 룸』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현대사회에 진한 흔적을 남기며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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