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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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내가 나의 언어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첫 시도다.

 책을 쓰면서 내가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스스로 정리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미술이 고귀하고 특별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아름다움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여겨본 적도 없다. 모든 예술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본다.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드는 건 사람과 삶에 대해 말하는 작가, 그리고 작품이다. 책에서도 그런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다. p.7 프롤로그


이세라 작가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책을 읽기도 전, 책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 이미 책에 빠져있었음을 고백한다. 미술에 대한 특별한 조예가 없음에도 미술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반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장르에서부터 시적인 제목, 국문과를 전공하고 기상캐스터가 되었다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며 책을 출간하기까지 이르게 된 이세라 작가의 흥미로운 이력, 최은영 소설가의 추천사까지, 이쯤이면 반칙이었다. 그러니까 이세라 작가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반하게 된 요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날아오르는 샤갈의 연인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좋은 사랑을 못 혹은 안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마음의 빗장을 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실패. 나는 이럴 때 과거가 결코 과거가 아님을, 아직도 나를 완전히 지나가지 않았음을 느낀다. 

 나는 이제 사랑을 떠올리며 거창한 꿈을 꾸지 않는다. 그저 지난 기억이 우리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굳이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매듭을 푸는 것도 묶는 것도, 빗장을 닫는 것도 여는 것도 결국 모든 건 사랑이 한다. 어느 날 문득 닫혔듯 다시 또 그렇게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p.177


작가의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재해석한 글들을 따라 읽으며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예술의 가치를 깨닫고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의 비하인드스토리, 당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작품을 보는 시야를 확장시켜가는 과정들이 단순히 독서를 넘어 하나의 체험이 되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이세라 작가는 어떤 작품들을 다루며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했다.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은 마치 전생처럼 아득했고 마지막으로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은 지도 오래됐다. 이세라 작가의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는 나의 목마른 지적 허영심에 수혈을 해 줄 책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다.




지금까지 읽었던 미술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다. 각 장별로 한 작가를 정하여 여러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의 고백이 더해져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미술,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문화 분야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독자들의 마음을 쉼 없이 울리는 에세이가 더해져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을 전해준다. 예술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은 고수의 느낌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작가의 흥미로운 이력과 젊은 나이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미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예술 분야에서 이세라 작가의 행보가 알려져와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세라 작가는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를 통해 남다른 깊이와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취향을, 그녀의 안목을, 그녀의 능력을 배우고 싶다.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임이 분명한데 한 권의 책으로 작가와 내적 친밀감을 쌓으며 친숙함을 느꼈다. 기억해야 할 이름이 생겨서 반갑다. 이세라 작가가 자신이 가진 내공을 다양한 분야에서 펼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길 응원하며 동시에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가 시리즈가 되어 그녀가 소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더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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