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 리더의 질문 - 위기와 기회의 시대, 기업의 길을 묻다
권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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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한 혁신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탄생하며, 리더는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이 책에 담아내고자 한 메시지입니다. 

- 프롤로그 <다시 도약할 시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자 전문 경영인으로 삼성전자 회장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의 저서 『초격차』의 성공에 힘입어 2년 만에 리더들의 실질적 고민과 현실적 질문에 답하는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이 출간됐다. 리더, 혁신, 문화 3개의 장에서 비롯된 리더의 32가지 질문과 작가의 대답이 담겨있지만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은 독자층이 기업의 리더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조직 구성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권한 위임을 방치 혹은 방임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권한 위임을 두려워하고, 위임하더라도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진정한 위임을 못 하는 것입니다. 위임은 과감히 하되, 필요하다면 모니터링을 하면서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감독은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지 않지만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그때그때 코칭을 해주어야 합니다. 코칭은 관리나 지시가 아닙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리더도 계속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면서 구성원들의 지혜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p.82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들은 현직에 있는 동안 실현해보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또는 기회가 닿지 않아 아이디어로서만 남아 있었던 것들로 많은 후배 경영자와 기업의 리더들이 자신들만의 방식과 기준을 만들어 '초격차'를 이루어가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고백한다.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 기업 경영의 역사와 그 배경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가 짊어진 숙제들을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실리콘밸리에서 공채로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면접을 통해서 개개인의 능력과 경험을 살펴보고, 또 입사 후에는 함께 공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하면서 서로 성장해나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여전히 모범생을 뽑아서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게 집어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특출한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거대한 파도가 밀어닥칠지 예상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휩쓸려가지 않으려면 인재, 평가, 교육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p.144

 

모두가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 누군가는 전투적으로, 누군가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 직장을 다니거나 공부를 한다. 최근 나를 가장 지배하고 있는 말은 "상사도 회사도 믿을 수 없다"인데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깨닫고 있을 때 읽은 권오현 작가의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은 시야를 넓혀주고 생각의 틀을 깨는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그 어떤 자리에서도 리더십은 필요하다. 권오현 작가는 리더십을 발휘해 초격차에 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여준다. 그 미래는 나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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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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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님, 도와주세요!"

 나는 울면서 소리친다.

 "이 미친 세상에서 저를 데려가주세요! 저를 구원해주세요!" p.24-25

 

살인사건 수사 중 살해된 동료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실어 범인들을 살해하고 도주 중인 전직 형사 진자이 아키라. 오랜 도주 생활 끝에 법률상 사망자가 되어 유령처럼 살고 있는 그에게 형사 시절 직속 상사였던 기자키가 나타나 마약 단속관에 소속된 미즈키 쇼코를 소개한다. 얼마 전 도쿄 한복판에서 발생한 정신 착란자의 무차별적인 살인사건에서 그들이 '스노우 엔젤'이라고 부르는 신종 합성 약물이 발견되었고 스노우 엔젤을 유통하는 하쿠류 노보루의 정체를 알기 위해 긴자이는 함정 수사라는 명목으로 마약 운반을 담당하게 된다. 

 

 ……그 손짓은 한없이 다정하고, 치유는 끝이 없으며, 아낌없이 주기만 할 뿐 앗아가는 법이 없다. 그것은 마치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p.217

 

손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아무리 해도 손에 넣을 수 없지. 

마약의 이름으로도, 미스터리 소설 제목으로도 '스노우 엔젤'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지만 책의 표지 이미지부터 이건 너무 『스노우 엔젤』스럽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노부부의 사망사건부터 도쿄 시내의 좀비 사건, 이후 펼쳐지는 긴자이의 함정 수사까지 소설의 긴장감과 흡인력에는 느슨한 틈이라곤 없다.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에 복합적인 인물들의 감정이 더해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혼자 연출에 적합한 감독과 등장인물들에 적합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소설이 전하는 재미 그 이상이 전해진다. 그러면서 마약, 도박 등의 문제가 부각되는 현재 사회 문제들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가와이 간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작가의 치밀한 자료수집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세상은 쾌락의 나라가 되는 거야. 그건 잃어버린 낙원, 에덴의 재래, 아니 지상에 생겨나는 천국. 왜냐면 이 세상은 의존의 천국, 디펜던트 헤븐dependent heaven이 될 테니까." p.310

 

천국이 있다면, 그건, 여기다……. 

『스노우 엔젤』은 가와이 간지의 전작 『데블 인 헤븐』의 프리퀄로 가와이 간지의 매력을 아는 독자라면 절대 한 권으로 끝낼 수 없는 소설이다. 빠른 속도로 흡인력 있게 읽히지만 오락적 독서로만 끝내지 않고 작가가 고발하는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의 방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스노우 엔젤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하려는 일당처럼 가와이 간지는 자신의 소설을 독자들에게 중독시키고 조종하려 한다. 그는 『스노우 엔젤』 속에 '최후의 레시피'를 제대로 녹여냈다. 거기에 제대로 중독된 독자는 2020 도쿄올림픽 전후의 그의 세계관이 더 확장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요즘 각각의 시리즈 표지를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표지가 유행인데 나중에 개정판이 나온다면 그런 방식의 표지가 나와도 근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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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문지아이들
이경혜 지음, 민혜숙,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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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어린이 문고본으로 처음 만났던 『어린 왕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내 눈에도 모자로 보였던 그림이 사실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구렁이였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지만 재미도 이해도 딱 거기까지였다. 끝내 완독을 하지 못하고 덮어두었던 『어린 왕자』에 대한 이해 부족은 『어린 왕자』의 세계적 인기와 명성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린 왕자』를 어려웠던 책으로 기억하는 어린이가 나 혼자는 아니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 보인다는 재미와 감동이 어느 정도 자란 나에게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나에게도 『어린 왕자』는 특별한 소설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 왕자』는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출간된 것은 물론이고 『어린 왕자』를 출간하지 않은 출판사가 없을 정도로 국내의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다. 예쁜 일러스트, 컬러링북, 필사북, 팝업북, 원서 등 다양한 형태의 책들과 더불어 저마다 최고의 번역본이라 내세우는 출판사들 덕분에 독자들은 『어린 왕자』를 고르는 재미 혹은 숙제를 넘겨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경우 20대 중반부터 5년 주기로 꾸준히 『어린 왕자』를 읽겠다는 다짐을 한 이후로 5년 주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어린 왕자』를 챙겨 읽으면서 틈틈이 책도 늘어나 책장에 '어린 왕자 존'이 따로 있을 정도인데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어린 왕자』 자수 그림책 서평단에 참여하게 된 영광으로 '어린 왕자 존'이 확장됐다.

 

"잘 가. 내 비밀은 이거야.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

정말로 중요한 건 눈에 안 보인다.

네가 네 장미에게 바친 시간 때문에 네 장미가 그토록 소중해진 거야." p.49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다른 인상을 남기며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이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나는 정말 이상한 어른에서 정말 너무 이상한 어른, 너무너무 이상한 어른, 완전히 이상한 어른이 되어 마치 의식처럼 주기적으로 『어린 왕자』를 읽고 있지만 이번에도 역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전 『어린 왕자』의 독서들에서는 어린 왕자가 만난 이상한 어른에 혹은 여우나 장미에 이입이 되기도 하고 소설 속 대화에 감응하곤 했었는데 이번 독서에는 마치 수수께끼처럼 말하는 사막의 뱀에 크게 감응하며 나에게 『어린 왕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같이 느껴지며 이런 상황들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게 한다. 거기에 이번 책엔 자수 디자인이 더해져 글과 디자인에 향하는 눈길이 오래도록 머문다. 



 

이경혜 작가가 새롭게 쓰고 민혜숙 작가가 자수로 일러스트를 수놓은 문학과지성사의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에 여고 시절 짝이었던 이영혜, 민혜숙 작가의 나이를 합하면 120년이 되는 해에 출간된, 그 자체만으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어렵게 읽히는 『어린 왕자』를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작가들의 바람은 너무나 근사하면서도 특별한 방식으로 탄생했다. 동화책을 연상시키는 사이즈의 판형에 가독성이 편하게 문단을 나눈 것 등 책의 곳곳에 제작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2년 반 동안 수놓았다는 자수는 말할 것도 없다. 시리즈로 다른 작품들이 출간돼도 괜찮을 것 같다.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이상함을 갱신하는 어른에게 빛을 비추기도 하고 꽃을 피우기도 하면서 동화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해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속에서 보지 못한 것이 있다는 건 내가 아직 어려서(?)인지 반대로 더 이상 어리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수수께끼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인상을 받으며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읽게 될 『어린 왕자』에 대한 기대감은 저절로 커진다. 아직 완성형이 아닌 내 책장의 '어린 왕자 존'은 어떻게 더 확장될지도 기대된다. 확실히 아직 나는 『어린 왕자』에 길들여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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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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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일상이 무척이나 그리워지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인한 예민함과 유난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재확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실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는 평온을 되찾고 천천히 읽으려고 아껴뒀었는데 상황이 악화되고 말았다. 하필이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까칠함이 극에 달했을 때 책을 읽어가게 됐다. 
 
 여행에서 돌아와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내게 마흔은 삶의 후광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절이었다. 인생이라는 무대 전체를 비추던 조명이 딸깍 하나씩 사라져가는 때. 조금씩 어두워지고 적당히 흐려졌다. 그게 참 쓸쓸해서 몇 년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늘 핑계와 원망과 후회가 가득했다. 별일 없지 않을 텐데 별일 없는 척하는 사람들이 밉고 별일 없는 척조차 안 되는 내가 또 밉고. 내가 예상했던 인생은 이게 아닌데. 몇 날 며칠을 집 안에 틀어박혀 자꾸 바닥에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갔다. 그러다 강아지도 산책시킬 겸 좀 걷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특별한 목표 없이 걷다가 알게 됐다. 마흔을 지나는 건 산책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 같다는 것을. 마흔 이후의 삶은 조명이 꺼지고 암전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마흔을 지나는 길은 단 하나의 핀 조명이 나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요소들이 사라지고 비로소 나 자신에게 몰입하게 되는 때였다. p.7
 
쇼펜하우어 뺨치는 염세주의자였던 20대 초반의 나는 20대 청춘의 소중함을 모르고 낭비하며 빨리 40대가 되고 싶어 했었다. 40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리는 당연히 없고 그때쯤이면 미혼과 기혼의 갈래에서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내가 무얼 하며 사는 사람인지 정해져 있을 거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까지 안정을 이뤄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여전히 불안하고 심상치 않게 자포자기의 심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 30대 후반이 되어 다가오는 40대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고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가 된 잘 나가는 언니들은 물론이고 소설, 영화 속 인물들까지 40대가 되니 2,30대에 가지지 못했던 여유가 생겨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내가 40대에 대해 느끼고 있는 공포가 인생의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재영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마흔이 삶의 후광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절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내 편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밀려왔다. 
 
 조금씩 규모를 줄여가면서 나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깨닫는 중요한 기회를 얻었다. 결정의 순간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질문해야 했으므로 비로소 나 자신을 알게 됐다. 그리하여 나는 흔들리지만 사라지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다. 마치 개망초처럼. p.55
 
그런데 이재영 작가님, 내면의 여유가 보통이 아니신 분이다. 가평에 정착하여 책방 주인이자 작가로 살면서 산책길에서 만나는 들풀, 들꽃조차 아름답고 소중하게 바라보며 따뜻한 일상을 에세이에 녹여놓는다. 가평과 제주도의 맑은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고 여유 없이 까칠했던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 부럽지 않는 이웃과의 정(그런 김치 부심은 부리는 게 맞다), 반려견 하이와 냄새를 섞으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이야기 등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현재를, 내 주위를 뒤돌아보게 된다. 담담하게 읽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흔들려있는 모습이다.
 
 물건도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그밖의 많은 것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은 자연스레 정리되기 마련이다. 작은 관계, 작은 성취, 작은 성공, 작은 수고, 작은 행복, 작은 즐거움, 음악, 색깔, 향기처럼 아예 손에 쥘 수 없는 것들. 인생에 중요한 건 웅장한 게 아니라 작고 사소해서 긴밀하고 떨어지지 않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p.208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를 읽고 난 후 평범했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 마스크 없이 외출을 해도 되는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면 꼭 날 잡고 산책을 하며 이름 모를 들풀, 들꽃들을 자세히 보고 말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워본다. 다시 흔들리는 마흔이 다가와도 이재영 작가처럼 내면의 여유를 키우며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싶다. 50대, 60대를 맞이했을 때는 또 어떠했는지 계속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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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그널 -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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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학비 들여가며 경제학 전공자가 됐지만 얻은 것은 애덤 스미스, 케인즈, 마르크스 주의에 대한 귀찮음과 경제학은 내 길이 아니라는 커다란 깨달음뿐이었다. 학부생 때도 전공에 관한 책을 그리 읽지는 않았었지만 졸업 이후엔 진짜 담을 쌓고 살다시피 했는데 실로 오랜만에 경제학 분야의 책을 읽게 됐다. 인기 있는 경제학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의 제작진이 출간한 책이라 하니 진입장벽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 다행스러웠고 너무 오랜만의 경제학 분야의 독서라 반갑기까지 했다.

 

 정부가 세금을 강력하게 걷겠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탈세범을 욕하기보다는 정부가 돈이 궁해 부자들을 족친다는 불평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기업이 해외로 돈을 빼돌려도, 부자들이 불법 증여를 해도, 투기꾼들이 불법 자금을 조달해도 정부의 가혹한 세금 수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옹호하는 황당한 목소리도 있다. '돈 없는 내가 잘못이지 부자들이 무슨 죄냐'고 여기면서 말이다. 더 나아가 법인세도, 소득세도, 종부세도 세금이라면 일단 깎고 보자는 인식도 여전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부터 줄이자는 의견이 신문이나 TV에 흘러넘친다. 국가 채무가 700조 원에 육박하는데 낭비(?)적인 복지 예산을 줄이면 세금을 덜 걷어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강조한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은 최소한만 걷어 꼭 필요한 곳에만 아껴 써야한다고 충고까지 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옳은 이야기도 아니다. p.171-172 

 

통계, 금리, 부동산, 재정, 인구, 일코노미, 비즈니스 플랫폼, 중고 시장, 인공지능, 제로 금리 등 잘 알고 잘 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분야에 대한 설명과 비유, 해외의 사례 등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 막힘이 없다. 경제 전반에 관한 기본 흐름을 이해시켜주고 코로나 19, 1인 가구 등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미래의 예측까지 풍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현대인이라면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경제 상식, 원리를 명확하게 짚어내 허투루 넘길 부분이 없다. 또한 그동안 뉴스를 통해 수없이 접해왔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하여 해석이 가능하게 하고 나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경제학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무수한 상식들이 쏟아지는 것은 덤이다. 갑작스러운 재난 등의 피해를 당했을 때 지자체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 당한 시민이 직접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지에 대한 민망함과 부끄러움보다는 마치 몰랐던 적금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은 기쁨이 더 크기도 했다. 

 

 한번 상상해보자. 우리나라 인구가 신문이나 TV에서 우려하는 전망처럼 2100년 무렵에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00만 명대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보다 넓은 주거 공간에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교통 체증과 만원 버스, 지옥철 같은 골치 아픈 용어도 사라진다. 한층 깨끗해진 자연과 벗하며 마음껏 행복을 누리면서 살다 보니 평균 수명은 더욱 길어진다. p.217-218

 

그동안 점점 빨라지는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와 그에 관한 대책을 이야기하는 곳들은 많았지만 인구 감소를 축복이라고 말하는 미국의 환경 전문 기자 앨런 와이즈먼의 주장은 신선하다. 『경제 시그널』은 앨런의 주장에 자연환경, 새로운 산업 발전 등에 대한 예측을 더하여 우리가 걱정하는 미래와는 정반대의 살기 좋은 한반도를 전망한다. 과연 미래의 아이들이 살고 있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요요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식을 찾기 어렵다. 특정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드물다. 결국 돈을 불리려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몸소 부딪치면서 찾는 수밖에 없다. 내가 산 책에서 이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p.371 

 

『경제 시그널』은 전반적인 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사고의 틀을 바꿔주기도 하면서 이해를 높여준다. 쉽게 술술 읽히진 않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을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경제학에 대한 관심분야를 더욱 확장시켜주면서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싶게 만들어준다. 실로 오랜만에 전공 공부를 복습하나 싶었는데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이 넘쳤던 것은 개인적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부동산, 주식에 대한 안목은 형편없지만 기대 이상의 집중력과 관심을 가지며 책을 읽어갔다.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데 관련 에피소드를 바로 들어볼 수 있게 QR코드를 삽입한 데에는 편집의 세심함과 센스가 엿보인다. 경제 공부의 입문에 『경제 시그널』이 완벽에 가까운 투자가 되어줄 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북유럽 사람들처럼 책을 읽다 보면 경제 초보 딱지는 쉽게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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