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그널 -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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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학비 들여가며 경제학 전공자가 됐지만 얻은 것은 애덤 스미스, 케인즈, 마르크스 주의에 대한 귀찮음과 경제학은 내 길이 아니라는 커다란 깨달음뿐이었다. 학부생 때도 전공에 관한 책을 그리 읽지는 않았었지만 졸업 이후엔 진짜 담을 쌓고 살다시피 했는데 실로 오랜만에 경제학 분야의 책을 읽게 됐다. 인기 있는 경제학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의 제작진이 출간한 책이라 하니 진입장벽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 다행스러웠고 너무 오랜만의 경제학 분야의 독서라 반갑기까지 했다.

 

 정부가 세금을 강력하게 걷겠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탈세범을 욕하기보다는 정부가 돈이 궁해 부자들을 족친다는 불평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기업이 해외로 돈을 빼돌려도, 부자들이 불법 증여를 해도, 투기꾼들이 불법 자금을 조달해도 정부의 가혹한 세금 수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옹호하는 황당한 목소리도 있다. '돈 없는 내가 잘못이지 부자들이 무슨 죄냐'고 여기면서 말이다. 더 나아가 법인세도, 소득세도, 종부세도 세금이라면 일단 깎고 보자는 인식도 여전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부터 줄이자는 의견이 신문이나 TV에 흘러넘친다. 국가 채무가 700조 원에 육박하는데 낭비(?)적인 복지 예산을 줄이면 세금을 덜 걷어도 상관없지 않느냐고 강조한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은 최소한만 걷어 꼭 필요한 곳에만 아껴 써야한다고 충고까지 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옳은 이야기도 아니다. p.171-172 

 

통계, 금리, 부동산, 재정, 인구, 일코노미, 비즈니스 플랫폼, 중고 시장, 인공지능, 제로 금리 등 잘 알고 잘 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분야에 대한 설명과 비유, 해외의 사례 등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이 막힘이 없다. 경제 전반에 관한 기본 흐름을 이해시켜주고 코로나 19, 1인 가구 등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미래의 예측까지 풍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현대인이라면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경제 상식, 원리를 명확하게 짚어내 허투루 넘길 부분이 없다. 또한 그동안 뉴스를 통해 수없이 접해왔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하여 해석이 가능하게 하고 나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경제학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무수한 상식들이 쏟아지는 것은 덤이다. 갑작스러운 재난 등의 피해를 당했을 때 지자체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 당한 시민이 직접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지에 대한 민망함과 부끄러움보다는 마치 몰랐던 적금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은 기쁨이 더 크기도 했다. 

 

 한번 상상해보자. 우리나라 인구가 신문이나 TV에서 우려하는 전망처럼 2100년 무렵에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00만 명대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보다 넓은 주거 공간에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교통 체증과 만원 버스, 지옥철 같은 골치 아픈 용어도 사라진다. 한층 깨끗해진 자연과 벗하며 마음껏 행복을 누리면서 살다 보니 평균 수명은 더욱 길어진다. p.217-218

 

그동안 점점 빨라지는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와 그에 관한 대책을 이야기하는 곳들은 많았지만 인구 감소를 축복이라고 말하는 미국의 환경 전문 기자 앨런 와이즈먼의 주장은 신선하다. 『경제 시그널』은 앨런의 주장에 자연환경, 새로운 산업 발전 등에 대한 예측을 더하여 우리가 걱정하는 미래와는 정반대의 살기 좋은 한반도를 전망한다. 과연 미래의 아이들이 살고 있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요요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식을 찾기 어렵다. 특정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드물다. 결국 돈을 불리려면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몸소 부딪치면서 찾는 수밖에 없다. 내가 산 책에서 이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p.371 

 

『경제 시그널』은 전반적인 경제학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사고의 틀을 바꿔주기도 하면서 이해를 높여준다. 쉽게 술술 읽히진 않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을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경제학에 대한 관심분야를 더욱 확장시켜주면서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싶게 만들어준다. 실로 오랜만에 전공 공부를 복습하나 싶었는데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이 넘쳤던 것은 개인적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부동산, 주식에 대한 안목은 형편없지만 기대 이상의 집중력과 관심을 가지며 책을 읽어갔다.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데 관련 에피소드를 바로 들어볼 수 있게 QR코드를 삽입한 데에는 편집의 세심함과 센스가 엿보인다. 경제 공부의 입문에 『경제 시그널』이 완벽에 가까운 투자가 되어줄 책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북유럽 사람들처럼 책을 읽다 보면 경제 초보 딱지는 쉽게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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