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천사님, 도와주세요!"

 나는 울면서 소리친다.

 "이 미친 세상에서 저를 데려가주세요! 저를 구원해주세요!" p.24-25

 

살인사건 수사 중 살해된 동료를 위해 사적인 감정을 실어 범인들을 살해하고 도주 중인 전직 형사 진자이 아키라. 오랜 도주 생활 끝에 법률상 사망자가 되어 유령처럼 살고 있는 그에게 형사 시절 직속 상사였던 기자키가 나타나 마약 단속관에 소속된 미즈키 쇼코를 소개한다. 얼마 전 도쿄 한복판에서 발생한 정신 착란자의 무차별적인 살인사건에서 그들이 '스노우 엔젤'이라고 부르는 신종 합성 약물이 발견되었고 스노우 엔젤을 유통하는 하쿠류 노보루의 정체를 알기 위해 긴자이는 함정 수사라는 명목으로 마약 운반을 담당하게 된다. 

 

 ……그 손짓은 한없이 다정하고, 치유는 끝이 없으며, 아낌없이 주기만 할 뿐 앗아가는 법이 없다. 그것은 마치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p.217

 

손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아무리 해도 손에 넣을 수 없지. 

마약의 이름으로도, 미스터리 소설 제목으로도 '스노우 엔젤'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지만 책의 표지 이미지부터 이건 너무 『스노우 엔젤』스럽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노부부의 사망사건부터 도쿄 시내의 좀비 사건, 이후 펼쳐지는 긴자이의 함정 수사까지 소설의 긴장감과 흡인력에는 느슨한 틈이라곤 없다. 긴장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에 복합적인 인물들의 감정이 더해져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혼자 연출에 적합한 감독과 등장인물들에 적합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소설이 전하는 재미 그 이상이 전해진다. 그러면서 마약, 도박 등의 문제가 부각되는 현재 사회 문제들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가와이 간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작가의 치밀한 자료수집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세상은 쾌락의 나라가 되는 거야. 그건 잃어버린 낙원, 에덴의 재래, 아니 지상에 생겨나는 천국. 왜냐면 이 세상은 의존의 천국, 디펜던트 헤븐dependent heaven이 될 테니까." p.310

 

천국이 있다면, 그건, 여기다……. 

『스노우 엔젤』은 가와이 간지의 전작 『데블 인 헤븐』의 프리퀄로 가와이 간지의 매력을 아는 독자라면 절대 한 권으로 끝낼 수 없는 소설이다. 빠른 속도로 흡인력 있게 읽히지만 오락적 독서로만 끝내지 않고 작가가 고발하는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의 방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스노우 엔젤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하려는 일당처럼 가와이 간지는 자신의 소설을 독자들에게 중독시키고 조종하려 한다. 그는 『스노우 엔젤』 속에 '최후의 레시피'를 제대로 녹여냈다. 거기에 제대로 중독된 독자는 2020 도쿄올림픽 전후의 그의 세계관이 더 확장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요즘 각각의 시리즈 표지를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표지가 유행인데 나중에 개정판이 나온다면 그런 방식의 표지가 나와도 근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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