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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문학 - 하루가 더 행복해지는 30초 습관
플랜투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25/pimg_7553891601299008.jpg)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아무리 자주 접해도 쉽게 친숙해지지 않는 뭔가가 있다. 강조되는 인문학의 중요성과 늘어만 가는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이해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나도 대세를 따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와 인문학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건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되는 거라는 나름의 각오까지 다지고 있는 와중에 만나게 된 1˚c 인문학은 이게 정녕 인문학 도서의 표지가 맞나 싶은 색다른 표지부터 나를 무장해제 시켰다.
아이디어, 사랑, 용기, 사람, 사회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40편의 짧은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사진 속에서 다루는 주제가 전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해주는 구성은 『지식 e』시리즈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이 익숙한 구성의 책이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니 낯설지만 그것도 잠시 브라질의 자발적인 헌혈문화를 위한 축구팀의 유니폼 이야기인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감동을 주며 대책 없이 책에 빠져들게 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25/pimg_7553891601299009.jpg)
짧은 메시지를 전하는 글의 모음이라고 이 책을 마냥 가볍게만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개인의, 어느 회사의, 어느 동아리의, 어느 부부의, 어느 동물의 따뜻한 이야기는 소외된 이웃, 자연과 동물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당연하게 혹은 무심하게 지나쳤던 어떤 사실에 대해 깨우쳐주기도 한다. 얼마 전 한국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던 판다 투어, 프리다 칼로의 불행했던 삶, 인터넷에 올라와 전 국민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던 어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한 꼬마의 귀여운 이사 신고 편지 등 알고 있는 이야기를 책에서 만나는 재미도 있지만 버스 노선의 빨간 화살표가 지자체가 아닌 한 청년의 아이디어와 발품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몰랐던 사실이다. 지하철 계단 옆벽의 까만 줄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라는 사실 또한 미처 알지 못했던 일이다. 위안부의 정확한 표기법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사실은 나를 부끄럽게까지 했던 이화외고 VANK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낡을 대로 낡은 '희움' 책갈피를 급하게 살펴보니 정확하게 일본군 '위안부'리 표기되어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하루가 더 행복해지는 30초 습관'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데 30초면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이 부제를 보고 있자니 몇 초에 한 개씩 팔린다는 광고가 즐비한 드러그 스토어의 화장품들이 생각난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이렇게 짧은 글을 묶은 책이든 만화책이든 책을 끼고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스쳤으면 좋겠다. 30초의 독서로 하루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광고를 넘어서 몇 초에 한 개씩 팔린다는 광고를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40편의 따뜻한 콘텐츠가 주는 감동은 책의 제목처럼 독자의 체온을 1˚c 높여줄지도 모르겠다(체감온도는 훨씬 더 높게 오를 것이다). 높아진 체온을 내 것이라 마냥 품고만 있으면 곤란하다. 사람의 체온은 36.5˚ c로 충분하다. 이렇게 높아진 체온을 어떤 방식으로 발산해 주변을 따뜻하게 해야 좋을까 고민해본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있음에도 그 시간이 행복하다. 이 열(熱)이 지난여름의 메르스 보다 더 강력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다가오는 겨울에는 춥고 외로운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