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황소연 옮김, 김인곤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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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로 어디에서 옷을 사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서는 그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하기도 하다. 만약 철학자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가 어떤 질문을 가지고 살았는지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오가와 히토시의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는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부터 현대의 아마르티아 센까지 50인의 서양 철학자와 그들이 가졌던 질문과 철학 이론을 두 가지씩 소개하여 총 100가지의 철학개념을 시대별로 엮은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왜 겸손해야 할까?'에서 아마르티아 센의 '정의로운 경제학이란?'까지 무려 5페이지에 달하는 차례만 훑어 보더라도 철학자들의 일러스트와 두 가지 질문 그리고 그들의 철학 이론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은 50인의 철학자들이 가졌던 질문과 그 질문으로 이끌어낸 철학 이론을 그림과 함께 짧고 간결하게 풀어나가며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에 대해 그 진입장벽을 낮춰주었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의 '왜 겸손해야 할까?'의 질문의 해답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알고자 노력하면, 지혜와 지식이 늘어나서 현명해질 기회가 생겨 진리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무지의 지' 개념인 것이다. 이렇게 시대별로 나열된 철학자들의 질문과 철학 이론은 이후 과학의 발달로 잘못된 주장임이 밝혀지기도 하고 앞선 철학자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주장이 나오며 수많은 논쟁과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현상을 다루면서 철학사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 현대에도 유효한 질문들은 질문이 주는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거리를 주기도 한다. 

 

 

나로 말하자면 오래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10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 이후 철학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였음을 고백한다. 이 책의 차례를 넘기며 존 스튜어트 밀과 칼 마르크스가 등장하자 이들을 경제학 책이 아닌 철학 책에서 만났다는 점에 한참을 의아해했으며 50인의 목록을 살펴보며 50인 중 여성철학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308페이지를 넘길 때 까지 그 씁쓸함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과연 제목처럼 곁에 두고 읽을 수 있을 지 아니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이어 연속으로 철학 독서 실패로 이어갈 것인지 그 결과가 나 자신도 너무나 궁금했다. '독서'라기보다 '도전'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는 쉽게 책이 읽혔다. 한 철학자를 다루는데 길어야 3페이지 였고 거기에 그림까지 수록되어 철학자들의 질문과 이론의 핵심만 잘 짚고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깊고 자세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50명의 철학자와 100가지의 개념이 금방 헷갈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철학 입문서로 더없이 좋은 책이다. 스피노자의 유명한 명언으로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오가와 히토시의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는 철학을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는데 적합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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