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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느낌 - 유전학자 바바라 매클린톡의 전기
이블린 폭스 켈러 지음, 김재희 옮김 / 양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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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명, 그것에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섰는 식물도, 정말 조그만해서 하찮게만 여겨지는 곤충도 모두 함께한다. 맥클린톡이 풀밭을 거닐면서 느꼈던 그 미안함들처럼 생명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애틋했다. 맥클린톡이 가졌던 생명에 대한 생각들, 그것들처럼 식물도 곤충도 나와 같은 생명이란 것을 느낀다면 나 자신에 대한 통찰은 그들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지 않을까.
‘비록 내가 공감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인정하라’라는 맥클린톡의 어머니의 말처럼 그녀가 대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방식은 바로 열린 시각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 같다. 그리고 편협함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나같은 사람은 그녀의 앞선 통찰력과 앎을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다. 맥클린톡의 연구인생은 아주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나, 그녀는 자신이 자연의 위대한 섭리를 알아낸 것 만으로도 자신만의 세계에서 아주 행복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거나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해 보였다.
맥클린톤의 삶은 그렇게, 그녀에겐 행복한 삶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들을 알게되었고, 하고자 하는 것들을 했던 그녀의 자유로움이라고 해야할까 그녀는 능력의 제한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서 찾을 수 있었고, 또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 비록 당시 알아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가 가능했던 것, 그녀 주변의 환경 또한 나는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내가 그녀와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런 배경을 가질 수 있었던 그녀였기에 그와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 나 또한 그녀의 멋진 모습을 배우기 위해 열린 시각과 생명과 하나될 수 있는 그런 감성과 통찰력을 기르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그녀의 연구생활을 엿보면서 그녀처럼 나도 현미경을 타고 내려가 균들과 함께 뛰어다니면서 그들을 보고 생명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되길 기대했다. 매일 오늘을 ‘이걸 해야해’ 하는 그런 의무감으로 생명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는, 그리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여유롭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들로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또한 생명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에 대해 가져야할 나의 태도에 대해 멋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가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