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하라다 마하 지음, 강영혜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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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녹슨 리볼버 한 자루로 풀어낸다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미술사와 추리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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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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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는 제목부터 조금 묘했습니다. 저는 아직 당장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는 아니지만, 결국 누구나 나이를 먹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못지않게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늙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젊을 때의 선택과 인간관계, 돈을 대하는 태도, 스스로를 돌보는 습관이 결국 노년의 모습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장미킴 작가님의 이야기는 단순히 일흔 살의 인생 조언이라기보다, 지금부터 내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장미킴 작가님은 1957년생으로, 37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한 뒤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흔을 앞두고 SNS를 시작하고 색소폰과 장구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는 이력부터 꽤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늦었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젊을 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합니다. 한강 다리 밑에서 돈을 받지 않고 색소폰을 연주하면서도 사람들의 박수를 통해 자유를 느꼈다는 이야기는 성공의 기준 자체가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다른 사람의 삶과 자기 인생을 비교하지 말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돈을 벌고 멋진 일을 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다 보면 결국 자신의 인생만 초라하게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대목은 직장생활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이상할 만큼 타인의 기준이 내 삶으로 침투하기 쉽습니다. 누가 더 인정받는지, 누가 더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는지, 어느 정도까지 참고 맞춰줘야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지 끊임없이 비교하게 됩니다. 저 역시 조직 안에서 일을 잘하는 것과 조직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맡은 일을 해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관행이나 눈치를 먼저 요구받을 때도 있었고, 설명되지 않은 기대를 알아서 읽어내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오래 겪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부족해서 힘든 것인지, 애초에 그 환경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책의 ‘남의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자기 인생을 초라하게 만들지 말라’는 메시지가 그래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마음에 남은 부분은 “가슴에 든 것이 쌓이기 전에 입으로 쏟아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꽤 진지합니다. 무조건 화를 내라는 것이 아니라, 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얻기 위해 감정을 끝없이 눌러두지 말라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저도 인간관계에서 필요 이상으로 참는 것이 반드시 성숙함은 아니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습니다. 참는 사람이 늘 착한 것도 아니고, 계속 참는다고 관계가 건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는 내가 어디까지 괜찮은 사람인지 알 기회조차 잃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직장처럼 쉽게 끊을 수 없는 관계일수록 자신의 경계를 말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반복되는 ‘가끔은 한 성깔 하고 살아라’는 말도 결국 자기 존중의 문제일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이 노년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중년 이전에 읽어두면 좋은 노년 예습서’라고 느꼈습니다. 늙어서 갑자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젊을 때부터 자기 돈을 관리하고, 인간관계를 가지치기하고, 하기 싫은 것에는 적당히 거절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을 길러야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살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노년이 막연히 두렵거나, 평생 다른 사람을 돌보고 맞추느라 자기 욕구를 뒤로 미뤄온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저처럼 아직 노년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꽤 유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덜 참기로 했고, 조금 덜 비교하기로 했고, 늦었다는 말을 가능하면 아껴 쓰기로 했습니다. 


#내나이일흔처음으로나로살기시작했다 #장미킴 #모티브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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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 - 지적 대화를 위한 하루 한 장 철학 읽기
소렌 베일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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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은 제목 그대로 철학을 처음 만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다만 철학을 전공하거나 오래 읽어온 사람에게도 의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저 역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이후에도 철학책을 꾸준히 읽어왔기 때문에 소크라테스, 니체, 에픽테토스,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는 모두 익숙한 철학자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철학자를 ‘배운다’기보다는, 오래 알고 있던 사상을 일상의 질문 속에서 다시 읽는 재미가 컸습니다. 철학은 결국 삶과 떨어져 존재하는 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소렌 베일 작가님은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학·영상·스토리텔링을 공부한 뒤 철학과 인문 교양 분야의 글을 써온 저자입니다. 철학 전공자의 전형적인 철학사 서술과 조금 다른 느낌이 나는 것도 이 배경 때문인 듯합니다. 사상가별 개념 체계를 촘촘히 정리하기보다는 하나의 철학적 질문을 독자의 삶으로 옮겨오는 데 능합니다.





이 책을 읽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은 “생각하지 않는 삶은 정말 살 가치가 없을까”였습니다. 플라톤의 <변명>에서 전해지는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생각을 현대인의 삶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단순히 “항상 깊이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훈계로 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믿고 있는 가치가 정말 나의 것인지 되묻는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사회에서 빌려옵니다. 성공의 기준, 괜찮은 직업의 기준, 사랑받는 방식, 행복해야 하는 나이까지 이미 만들어진 답안지를 받아들고 살아갑니다. 소크라테스가 끊임없이 질문했던 이유도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 익숙한 점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니체와 에픽테토스를 다룬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고통스러운 삶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두 철학자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걷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만납니다. 니체는 고통을 제거해야 할 오류로 보기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어떻게 자기 힘으로 전환할지를 묻습니다. 반면 에픽테토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함으로써 삶의 중심을 되찾으려 합니다. 결국 둘 다 세계가 내 뜻대로 움직여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포기하게 합니다. 이 책에서 “상대의 감정만 붙들고 있으면 내 삶의 주도권은 그 사람의 손에 넘어간다”는 취지의 설명도 그래서 인상적입니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사랑도 배워야 한다”는 장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본능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니체가 음악을 예로 들어 설명하듯 낯선 것을 반복해서 만나고 알아가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 역시 사랑에 포함됩니다. 저는 이 관점이 인간관계뿐 아니라 책과 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작품이라고 해서 첫눈에 모두 감동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전도 처음에는 낯설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경을 알고 다시 읽고, 다른 문장과 연결하면서 어느 순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의 가장 좋은 점은 철학을 ‘철학자 이름 맞히기’에서 구출한다는 것입니다. 철학사 지식을 깊게 공부하려는 독자에게는 당연히 별도의 원전과 전문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철학을 처음 읽으려는 사람, 인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겠는 사람, 혹은 요즘 자기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출발점입니다. 특히 한 번에 많은 내용을 소화하기보다 하루 한 꼭지씩 읽고 자신의 경험을 한두 줄 적어보는 방식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내생애첫번째철학수업 #소렌베일 #더케이북스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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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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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짜 공부의 종말>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단순히 “학교 교육은 낡았다”는 익숙한 비판을 반복하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저 역시 교육을 공부하고 실제 교육 현장을 오래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에 쓰면서도 정작 배움의 이유를 잃어버리는지 자주 생각해왔습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집어넣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떤 맥락에서 꺼내 쓰고 새로운 문제와 연결할 수 있느냐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말하는 ‘학교 게임’과 ‘러닝 게임’의 구분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시험 점수와 순위를 잘 관리하는 능력과, 실제 삶에서 질문하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분명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작가님은 뉴욕대학교에서 아동 및 특수교육을 공부한 뒤 여러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이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실험학교 애드 아스트라의 교육 방식에서 발전한 신서시스에 참여한 교육자입니다. 그리고 김진주 번역가님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행복 심리학을 연구한 뒤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학과 심리학이 맞닿는 책인 만큼, 아이의 동기와 감정을 다루는 부분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상황 속에서 배울 때”와 “설명서를 치우면 배움이 시작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삼각비 공식을 외우는 것과 실제 나무집을 설계하면서 각도와 길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교육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은 맥락과 결합될 때 오래 남고, 다른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세밀한 지시와 정답 중심의 수업은 아이가 고민할 틈을 없앱니다. 사진 속 “힌트와 정답이 사라질 때 배움이 시작된다”는 표현은 다소 과감하지만 핵심은 이해됩니다. 교사가 모든 길을 미리 닦아주면 아이는 길을 ‘따라갈’ 수는 있어도 스스로 길을 찾는 사람으로 자라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학교 교육과 암기 자체를 무조건 ‘가짜 공부’로 몰아가는 데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읽었습니다. 기초 지식과 반복 연습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사고도 결국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암기냐 창의성이냐의 양자택일보다는, 무엇을 왜 외우게 하는지, 그 지식을 이후 어떤 문제에 사용하게 만드는지에 있습니다. 책에서도 암기를 제대로 사용하면 강력한 도구가 된다고 다루는데, 이 부분은 특히 공감했습니다. 진짜 교육은 지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도구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든 아이에게 동일한 시간표와 속도를 요구하는 학교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 역시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교육의 공공성과 개별화 사이에서 어디까지 균형을 잡을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가짜 공부의 종말>은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교사, 교육 관련 일을 하는 분,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했는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라고 느껴본 성인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선행학습과 성적 관리에 몰두하면서도 아이가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 걱정되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이 책이 모든 교육 문제의 정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엇을 더 시킬 것인가”보다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우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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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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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식도감>은 세계사의 빈틈을 ‘미스터리’라는 흥미로운 입구를 통해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역사책을 읽을 때도 사건 자체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남았을까”,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를 궁금해하는 편이라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사는 완성된 정답지가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과 유물, 후대의 해석을 계속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접근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아의 방주와 아틀란티스부터 마르코 폴로, 적벽대전, 링컨 암살, 성궤와 클레오파트라의 무덤까지 소재도 굉장히 넓습니다. 자칫 ‘세계 7대 미스터리’식 흥미 위주의 책이 될 수도 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를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배경 속에 놓고 살펴본다는 점에서 조금 더 교양서다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역사미스터리클럽은 세계사와 일본사를 비롯해 문화·풍속·야사까지 폭넓게 다루는 기획그룹입니다. 특히 ‘역사는 땅에서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사건을 지도와 연결해 설명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책 전체가 사건 하나를 장황한 문장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지도, 사진, 도판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라 읽기 편했습니다. 세계사 책을 펼쳤다가 지명과 왕조 이름에 치여 도망가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 구성이 제법 반가울 듯합니다. 세계사가 가끔 인간관계도보다 복잡하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틀란티스와 스톤헨지처럼 ‘전설과 역사 사이’에 있는 소재들을 다루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아틀란티스의 경우 단순히 플라톤이 만들어낸 이상향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실제 지질학적 흔적과 여러 후보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물론 이런 주제는 어디까지나 가설과 추정의 영역이므로 흥미로운 이야기와 확립된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점이 이 책의 재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의외로 “아직 모른다”는 결론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스톤헨지 역시 종교적·의례적 장소였다는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정확한 용도는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역사는 이미 답을 다 알고 있는 과목이라기보다 증거를 놓고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을 찾아가는 추리 과정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도 활용도 꽤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성모 마리아 발현 사례를 다룬 부분에서는 포르투갈 파티마를 비롯해 여러 지역이 지도 위에 표시되어 있어, 종교적 현상이 특정 지역의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달리하며 반복되어 온 현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역사에서 공간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사건도 지형, 교통로, 국경, 도시의 위치를 함께 보면 전혀 다르게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적벽대전의 실제 장소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것도 결국 텍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지형과 수로를 어떻게 복원하느냐의 문제이고, 사라진 도시나 문명을 추적할 때도 지리와 고고학이 핵심 단서가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세계사 지식을 늘려준다기보다, ‘역사를 공간적으로 읽는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더 유용했습니다.


세계사에는 관심이 있지만 두꺼운 통사책은 부담스러운 분, 신화·고고학·미스터리를 좋아하면서도 단순 음모론보다는 역사적 맥락까지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청소년이나 세계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성인이 흥미를 붙이기 위한 입문서로도 괜찮습니다. 다만 책에 소개된 모든 가설을 정설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현재까지 이런 주장과 근거가 있다”는 출발점으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사건도 지도 위에서 다시 보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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