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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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짜 공부의 종말>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단순히 “학교 교육은 낡았다”는 익숙한 비판을 반복하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저 역시 교육을 공부하고 실제 교육 현장을 오래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에 쓰면서도 정작 배움의 이유를 잃어버리는지 자주 생각해왔습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집어넣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떤 맥락에서 꺼내 쓰고 새로운 문제와 연결할 수 있느냐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말하는 ‘학교 게임’과 ‘러닝 게임’의 구분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시험 점수와 순위를 잘 관리하는 능력과, 실제 삶에서 질문하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분명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작가님은 뉴욕대학교에서 아동 및 특수교육을 공부한 뒤 여러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이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실험학교 애드 아스트라의 교육 방식에서 발전한 신서시스에 참여한 교육자입니다. 그리고 김진주 번역가님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행복 심리학을 연구한 뒤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학과 심리학이 맞닿는 책인 만큼, 아이의 동기와 감정을 다루는 부분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상황 속에서 배울 때”와 “설명서를 치우면 배움이 시작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삼각비 공식을 외우는 것과 실제 나무집을 설계하면서 각도와 길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저는 이 차이가 교육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은 맥락과 결합될 때 오래 남고, 다른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세밀한 지시와 정답 중심의 수업은 아이가 고민할 틈을 없앱니다. 사진 속 “힌트와 정답이 사라질 때 배움이 시작된다”는 표현은 다소 과감하지만 핵심은 이해됩니다. 교사가 모든 길을 미리 닦아주면 아이는 길을 ‘따라갈’ 수는 있어도 스스로 길을 찾는 사람으로 자라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학교 교육과 암기 자체를 무조건 ‘가짜 공부’로 몰아가는 데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읽었습니다. 기초 지식과 반복 연습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사고도 결국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암기냐 창의성이냐의 양자택일보다는, 무엇을 왜 외우게 하는지, 그 지식을 이후 어떤 문제에 사용하게 만드는지에 있습니다. 책에서도 암기를 제대로 사용하면 강력한 도구가 된다고 다루는데, 이 부분은 특히 공감했습니다. 진짜 교육은 지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도구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든 아이에게 동일한 시간표와 속도를 요구하는 학교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 역시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교육의 공공성과 개별화 사이에서 어디까지 균형을 잡을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가짜 공부의 종말>은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교사, 교육 관련 일을 하는 분,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했는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라고 느껴본 성인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선행학습과 성적 관리에 몰두하면서도 아이가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 걱정되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이 책이 모든 교육 문제의 정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무엇을 더 시킬 것인가”보다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우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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