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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를 할 때도 동의가 필요해 - 친구의 선을 존중하는 어린이를 위한 다정한 습관
김정 지음, 은돌이 그림 / 한빛에듀 / 2026년 7월
평점 :
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조카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다가 <하이파이브를 할 때도 동의가 필요해>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데까지 동의가 필요하다고?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이 제목이 오히려 이 책의 핵심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동의’라고 하면 상당히 심각하고 거창한 상황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동의는 친구의 물건을 빌릴 때, 장난을 칠 때, 사진을 찍을 때, 누군가의 몸에 손을 댈 때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조카에게 주기 전에 제가 먼저 읽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꼼꼼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어린이의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을 만화로 먼저 보여 준다는 점입니다. “내가 더 잘했어. 내가 할래.”라며 친구가 사용하던 물건을 가져가거나, 별생각 없이 친구의 몸을 만지고,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어른의 눈에는 작은 다툼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친구 관계 전체가 걸린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무조건 “그러면 안 돼”라고 훈계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고, “내가 대신 색칠해 줄까?”, “내가 도와줄까?”처럼 먼저 물어보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무엇보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라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멈춰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 줍니다.

저는 ‘모두 같은 마음은 아니에요’라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장난이 다른 아이에게는 정말 싫은 일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별것 아닌 일로 운다고 해서 그 감정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이것은 어린이에게만 필요한 태도가 아닙니다. 어른들의 인간관계에서도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난 장난이었는데?”라는 말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의도로 행동했느냐만이 아니라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까지 살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 예절책보다 ‘타인의 경계를 알아차리는 법’을 가르치는 관계 교양서에 가깝습니다.

‘싫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허락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꼭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람은 불편해도 바로 싫다고 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삐칠까 봐,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혹은 힘센 친구가 무서워서 마지못해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래서 동의란 단순히 “응”이라는 말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알려 줍니다. 한 번 허락했다고 해서 다음에도 자동으로 허락한 것이 아니며, 어제 괜찮았던 일이 오늘은 싫을 수도 있다는 설명 역시 중요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은 바뀔 수 있고, 그 마음을 다시 표현해도 된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은 자기 몸과 마음을 지키는 데 상당히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조카에게 책을 건네주었을 때는 역시 설명글보다 만화부터 먼저 보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답게 “이건 학교에서도 이런 애 있는데” 하면서 익숙한 상황에 먼저 반응했고, 중간중간 나오는 질문과 활동 페이지도 퀴즈처럼 재미있어했습니다. 특히 친구가 대답하지 않았을 때, 억지로 웃고 있을 때,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때 이것을 동의라고 볼 수 있는지를 고르는 부분에서는 생각보다 한참 고민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답을 먼저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을 보면서 “근데 얘 표정이 싫은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운 정의보다 상황을 직접 보고 판단해 보는 연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결국 동의는 ‘예의를 차리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마음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몸이나 물건을 건드려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싫을 때 싫다고 말하는 것 역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하이파이브를 할 때도 동의가 필요해>는 이런 내용을 무겁게 겁주지 않고, 아이들이 매일 겪는 교실과 친구 관계 속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감정 신호등 카드나 동의 상황 카드, ‘단호박 거절 릴레이’ 같은 활동도 있어 부모나 교사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기에도 좋습니다. 초등학교 중학년쯤부터 읽기 적당하고, 특히 친구 관계가 점점 복잡해지는 시기에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조카에게 주려고 샀다가 제가 더 오래 읽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어른들은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싫은 것도 웃으며 넘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고 내 경계도 지키는 일은 어린 시절 한 번 배우고 끝나는 예절이 아니라 평생 연습해야 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조카에게는 친구 관계를 배우는 책이었고, 저에게는 ‘친하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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