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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화평치과 - 마음을 듣는 치과의사의 힐링 에세이
김상훈 지음 / 알파미디어 / 2026년 8월
평점 :


<수상한 화평치과>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조금 궁금했던 책입니다. 저는 치과를 꽤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특유의 냄새와 기계 소리 때문에 몸이 먼저 긴장하고, 의사 선생님이 “조금 아플 수 있어요”라고 하면 속으로는 이미 비상계엄이 선포됩니다. 그래서 치과의사 역시 제게는 다정한 사람이라기보다 드릴을 들고 다가오는 무서운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적어도 치과의사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김상훈 작가님은 20년 넘게 환자를 진료해 온 치과의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단순히 “환자를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료 서비스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자 자신도 오랫동안 아토피를 앓았고, 눈 질환으로 열세 번의 수술을 경험한 환자였습니다. 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를 내려다보던 사람이 직접 수술대에 누워보면서 환자의 불안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저는 임플란트 수술을 앞두고 작가님 자신이 환자가 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띄워놓고 설명을 듣는 순간에도 정작 머릿속에는 설명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자신의 불안이 의사의 얼굴에서 시작될 수도 있음을 깨닫습니다. 치료를 잘하는 것만큼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저 역시 치과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을 떠올려보면 실제 통증보다 “지금 뭘 하는 거지?”, “얼마나 더 해야 하지?”를 모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대목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할머니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병원에 오기 위해 지하철역 앞에서 갈아 신고 온 흰 운동화, 진료를 마친 뒤 다시 신발을 갈아 신는 작은 행동 속에서도 한 사람의 생활과 긴장이 보입니다. 치과에서는 환자가 번호나 치료 항목으로 보이기 쉽지만, 저자는 그 입속을 들여다보며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까지 보려고 합니다. “입은 수많은 인생사를 담은 사건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치료 후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보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환자의 불안을 줄이려면 기술뿐 아니라 자신의 표정, 말투, 태도까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 세미나에서 “병원이 바뀌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답이 결국 자신과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었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거창한 시스템보다 눈앞의 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수상한 화평치과>가 재미있는 이유는 치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칭찬, 마니또, 직원들과의 소통,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일처럼 작아 보이는 행동들이 병원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의료 기술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자신이 하나의 ‘치료 대상’이 아니라 이해받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었다고 제가 갑자기 치과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드릴 소리는 여전히 드릴 소리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치과에 갔을 때는 의사도 단순히 무서운 치료자가 아니라 환자의 긴장을 함께 다루는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할 것 같습니다.
<수상한 화평치과>는 누군가의 불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관계 에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치과 공포증 보유자로서 판정하자면, 여전히 치과는 무섭지만 화평치과 같은 곳이라면 문 앞에서 도망칠 확률은 조금 줄어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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