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꿀잠시럽
박정애 지음 / 베어캣 / 2026년 6월
평점 :


<꿀잠시럽>은 화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단순한 질문을 말하고 있어요. "넌 무슨 잠을 사?" 그리고 고양이는 낮잠을, 아이는 꿀잠을 고르겠다고 말합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해집니다. 박정애 작가님 역시 잠을 잃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전체에서 억지 위로나 교훈보다는 실제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여서 더 와닿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림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잠잠잠 가게'는 마치 동화 속 시장처럼 아기자기하고, 잠의 종류를 상품처럼 소개하는 발상이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고양이와 토끼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동물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꽃밭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넓은 들판을 걷는 가족의 모습과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은 화려하기보다 편안합니다. 아이가 뛰어가고, 유모차를 밀고, 꽃향기가 불어올 것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 '꿀잠'이라는 것이 결국 특별한 약이 아니라 이런 하루의 풍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전해 집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부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비교적 잠을 잘 잤던 기억이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시험이라는 압박이 잠을 대신했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은 계속 늘어났고, 잠들기 직전까지 머릿속에서는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래서인지 '산책길의 산들바람, 꽃향기, 많이 웃기' 같은 문장을 읽으면 따뜻하면서도 조금 멀게 느껴졌습니다. 머리로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휴식이라는 사실을 너무 오래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한 그림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잠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피곤하면 어떻게든 버티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잘 먹고, 실컷 뛰어놀고, 바람을 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평범한 하루가 결국 좋은 잠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도 수면의 질은 낮 동안의 활동과 정서적 안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어려운 설명 대신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전합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잠을 잘 자기 위해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꿀잠시럽>은 내용이 많은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짧은 문장과 따뜻한 그림 덕분에 오래 여운이 남는 그림책입니다. 특히 늘 바쁘게 살아가느라 휴식을 잊고 있는 어른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잠시 걸음을 늦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시험 걱정도, 일 걱정도 없이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들던 어린 시절처럼 편안한 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 책은 그 답이 거창한 비법에 있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듯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꿈잠시럽 #박정애 #베어캣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