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단짝 ㅣ 팡 그래픽노블
마리나 테나 지음, 김민숙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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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설탕’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달콤한 음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누군가에게 설탕은 즐거움보다 복잡한 계산과 불안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설탕: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단짝>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질병의 진단 자체보다 한 아이가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몸을 자신의 일부로 여기지만, 정작 그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몸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마리나 테나 작가님은 일곱 살에 1형 당뇨를 진단받은 자신의 경험을 그래픽노블로 풀어냈습니다. 김민숙 번역가님은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관련 교육과 번역 작업을 이어 온 분입니다. 이 작품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 과정을 다루면서도 만성 질환자의 현실을 잘 보여 줍니다. 특히 주인공을 언제나 씩씩하고 긍정적인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불안과 분노, 수치심까지 숨기지 않기에 마리나의 이야기가 더욱 솔직하게 다가옵니다.





본문에서 눈길을 끈 장면은 마리나의 검사 수치를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퍼센트로 표시된 수치가 달라질수록 그림 속 인물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집니다. 의료진은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독자에게는 수치보다 마리나의 표정이 먼저 들어옵니다. 객관적인 건강 지표가 한 사람에게는 불안과 자책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의학적 설명을 길게 늘어놓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주인공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의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사실 저는 과자와 빵, 달콤한 음료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평소 맛있는 빵을 고르거나 달콤한 간식을 먹는 일은 제게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마리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제가 별다른 고민 없이 내리는 음식에 관한 선택도 누군가에게는 인슐린 투여와 혈당 관리, 몸의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가 단 음식을 좋아하는 경험과 마리나가 1형 당뇨를 앓는 현실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몸의 조건이 일상의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 감사하기 위해 읽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1형 당뇨는 단 음식을 좋아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며, 환자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질병을 겪는 사람에게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거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를 쉽게 요구합니다. 이 작품에서 마리나가 경험하는 어려움에는 질환 자체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무심한 반응과 사회적 시선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마리나의 성장을 아름다운 극복담으로만 읽는다면 그가 겪었던 고립감과 부당한 부담을 놓칠 수 있습니다.  


<설탕: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단짝>은 만성 질환과 함께 성장하는 어린이·청소년은 물론,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가족과 교사, 일반 독자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불안이나 외모에 대한 고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마리나의 감정에 공감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설탕 #마리나테나 #주니어RHK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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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품격 - 판단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홉 번의 생각 수업
투리 문테 지음,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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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답답하게 여겼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상대는 편견에 사로잡혔고 자신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한다고 믿지만, 정작 자신의 확신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고의 품격>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떠올린 질문은 '내가 정말 스스로 이 생각에 도달했을까?'였습니다. 우리가 독립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믿는 신념에도 성장 환경과 문화, 사회적 경험이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는 일은 타인의 오류를 발견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투리 문테 작가님은 저널리스트이자 미디어 기업가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신념을 갖게 되는 이유를 오랫동안 탐구해 왔습니다. 작가님은 심리학과 역사학, 지리학,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를 활용해 인간의 사고가 형성되는 조건을 연구합니다. 개인의 판단을 설명하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지적 능력에만 주목하지 않고, 오랜 시간 축적된 자연환경과 사회구조까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교양 인문학 책입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질병의 위협과 집단주의적 성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책에서는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공동체의 규범과 내부 구성원에 대한 충성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연구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낯선 외부인과의 접촉을 경계하거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과거에는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은 우리가 흔히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격 문제로 판단하는 행동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게 합니다. 현재의 신념이 반드시 개인의 의식적인 선택만으로 형성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일상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쟁점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면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사실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에 맞닥뜨리면 상대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의견을 평가하기 전에 그 사람이 무엇을 경험했고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주장이 형성된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합니다. 이러한 구별은 감정적인 논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다만 환경과 인간의 신념 사이에 나타나는 관계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정 지역의 기후나 농경 방식과 사회적 태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전자가 후자를 직접 결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문화권에서도 개인의 성향은 다양하며, 교육과 제도, 역사적 사건 역시 인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칫하면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특정 집단의 성격을 고정된 것으로 이해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들은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는 여러 설명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는 편이 적절하겠습니다.  


<사고의 품격>은 사회심리학과 문화적 차이에 관심이 있는 독자,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학문의 연구를 연결해 설명하므로 평소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함께 읽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사고의품격 #투리문태 #21세기북스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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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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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재미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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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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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대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지부터 따집니다. 그런데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조금씩 잃어버린다면 어떨까요. <근미래의 풍경>을 읽으며 마음에 남았던 것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놀라운 성능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판단을 기술에 맡기는 과정이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섬뜩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은 기자로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관찰해 왔고, 오랫동안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SF로 탐구해 왔습니다. <근미래의 풍경>에는 출산과 육아, 노동, 인간관계, 정치,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사회를 다룬 24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토크쇼나 언론 기사, 온라인 게시물 등 다양한 내용이 나와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네카팡퍼블리싱의 번역 노동을 다룬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번역할 문장마다 보수가 정해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먼저 번역문을 제출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심지어 책 전체의 맥락을 이해해야 번역할 수 있는 어려운 문장에도 낮은 가격이 책정됩니다. 번역에 참여한 개인의 이름은 책에 남지 않고 플랫폼의 이름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저는 번역을 하고 공부하는 중입니다. 원문의 짧은 문장 하나를 옮기더라도 단어의 의미와 문맥, 등장인물의 말투까지 살피다 보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번역문이 반드시 좋은 문장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과 판단의 과정이 플랫폼이 제시한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상당한 수준의 번역문을 생산하는 시대에도 인간이 원문을 이해하고 문장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정말 생길 것 같아 불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기술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공자궁이나 육아 로봇은 누군가에게 실제로 절실한 도움이 될 수 있고, 자동화는 반복적인 노동의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제공하는 혜택과 그 혜택을 얻기 위해 포기하는 것을 함께 살피는 일입니다. 그러나 개인에게는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행동도 선택지를 설계한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다만 기술이 가져올 결과는 제도와 이용자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설 속 불안한 미래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근미래의 풍경>은 인공지능과 플랫폼 산업의 변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 특히 새로운 기술을 일상이나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짧은 이야기들이므로 한 편씩 읽으며 각각의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던 서비스들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근미래의풍경 #장강명신작 #해냄 #SF소설 #짧은소설 #단편소설 #한국소설 #추천소설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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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정상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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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독창성’은 과연 어디까지 순수한 개인의 산물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은 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천재들의 위대한 걸작 이면에 숨겨진 모방과 차용의 흔적들을 추적하다 보면, 예술의 발전이란 결국 고립된 섬에서 불쑥 솟아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지적 연쇄 반응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를 쓴 미술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브라 N. 맨커프 작가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폭넓은 시선으로 미술사를 흥미롭게 파헤칩니다. 번역을 맡은 정상희 번역가 역시 원문의 도발적인 내용을 매끄러운 우리말 교양서로 풀어내며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지적 추리극으로 초대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명화를 나열하는 평범한 교양서를 넘어, 수천 년간 이어져온 영감의 전이 경로를 추적하는 독창적인 기록물입니다.





책을 펼치면 미켈란젤로부터 로이 릭턴스타인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이 어떻게 과거의 유산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고대 조각상인 《벨베데레 토르소》의 근육 움직임과 비틀린 형태를 연구하여 《최후의 심판》 속 인물에 깊이 녹여낸 과정은 인상 깊습니다. 작가는 이를 단순한 베끼기가 아니라, 과거의 조형적 언어를 철저히 흡수하여 새로운 차원의 긴장감으로 재탄생시킨 치밀한 창작의 과정으로 이야기합니다.


저는 작가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혼자만의 생각을 글로 빚어내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종종 사유의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압박이 되어서 오히려 아무 작품도 쓰지 못한 공백기를 맞이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거장들이 과거의 작품, 심지어 타인의 설계도나 낙서까지 적극적으로 차용해 자신만의 문법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예술에서의 ‘훔친다’는 행위는 타인의 재능을 가로채는 도둑질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축적된 시각적 유산을 재해석하는 지적 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러한 차용이 단순한 표절이나 안일한 반복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빌려온 모티프가 자신의 내면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이 따릅니다. 모든 모방이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거장들의 훔치기는 치밀한 관찰과 주체적인 변형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닙니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흥미로운 일화 모음집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일상에서 고유한 관점을 길어 올리고자 하는 모든 교양 독자들에게 훌륭한 지적 안내서가 되어 줍니다. 미술, 더 넓게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위대한예술가는무엇을훔쳤을까 #서교책방 #데브라N맨커프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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