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의 풍경
장강명 지음 / 해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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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대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지부터 따집니다. 그런데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능력까지 조금씩 잃어버린다면 어떨까요. <근미래의 풍경>을 읽으며 마음에 남았던 것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놀라운 성능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판단을 기술에 맡기는 과정이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섬뜩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은 기자로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관찰해 왔고, 오랫동안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SF로 탐구해 왔습니다. <근미래의 풍경>에는 출산과 육아, 노동, 인간관계, 정치,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사회를 다룬 24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토크쇼나 언론 기사, 온라인 게시물 등 다양한 내용이 나와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네카팡퍼블리싱의 번역 노동을 다룬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번역할 문장마다 보수가 정해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먼저 번역문을 제출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심지어 책 전체의 맥락을 이해해야 번역할 수 있는 어려운 문장에도 낮은 가격이 책정됩니다. 번역에 참여한 개인의 이름은 책에 남지 않고 플랫폼의 이름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저는 번역을 하고 공부하는 중입니다. 원문의 짧은 문장 하나를 옮기더라도 단어의 의미와 문맥, 등장인물의 말투까지 살피다 보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번역문이 반드시 좋은 문장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과 판단의 과정이 플랫폼이 제시한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상당한 수준의 번역문을 생산하는 시대에도 인간이 원문을 이해하고 문장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정말 생길 것 같아 불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기술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공자궁이나 육아 로봇은 누군가에게 실제로 절실한 도움이 될 수 있고, 자동화는 반복적인 노동의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제공하는 혜택과 그 혜택을 얻기 위해 포기하는 것을 함께 살피는 일입니다. 그러나 개인에게는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행동도 선택지를 설계한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다만 기술이 가져올 결과는 제도와 이용자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설 속 불안한 미래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근미래의 풍경>은 인공지능과 플랫폼 산업의 변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 특히 새로운 기술을 일상이나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짧은 이야기들이므로 한 편씩 읽으며 각각의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평소 당연하게 사용하던 서비스들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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