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 철학자 양승권의 니체와 세상 읽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양승권 편역 / 페이퍼로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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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멘쉬 #니체 #양승권 #철학 #더높은인간을향한사유 #인간이란극복되어야할그무엇이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해야 할까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믿었던 가치가 흔들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를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한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의미였습니다. 니체의 자기극복을 이야기할 때 흔히 강한 의지나 끊임없는 도전을 떠올리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자신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가치부터 의심하는 태도였습니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성취하는 일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사실 니체의 문장은 짧고 함축적이어서 앞뒤 맥락을 모르면 의미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양승권 작가님은 쇼펜하우어와 스피노자 등의 사상도 함께 소개하며 독자가 문장의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원전의 사유를 주제별로 나누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니체 철학의 입문서로 활용하기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관심을 두고 읽었던 부분은 고통과 삶의 의미에 관한 논의였습니다. 책에서는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에서 영향을 받으면서도 삶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이 책의 해설 가운데 “중요한 것은 고통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고통을 더 큰 삶의 방향 안에 다시 배치하는 일입니다.”라는 문장을 따로 옮겨 적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통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통스러운 경험 자체가 자동으로 사람을 성장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그 경험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해석하고 앞으로의 선택에 반영할 수는 있습니다.  


저 역시 익숙한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선택을 되돌아볼 때가 있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다 보면, 정작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을 떠올리며 책의 '바닥을 쳐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대목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니체의 철학을 무조건 강해지라는 격려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눈앞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다'는 표현은 맥락을 놓치면 현실의 고통을 가볍게 취급하는 말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인간의 고통에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적 조건도 작용합니다. 또한 니체가 말한 자기극복은 경쟁에서 이기거나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자기계발의 목표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짧게 읽는 방식은 접근성을 높여 주지만, 개별 문장을 충분한 맥락 없이 삶의 조언으로 받아들이게 할 위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는 니체 철학에 처음 관심을 갖는 독자뿐 아니라 삶의 방향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시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할 만합니다. 짧은 글을 하나씩 읽으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할 수 있어 철학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자기극복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금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보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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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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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칠까요? 길가에 꽃이 피면 잠시 감탄하지만, 이름 모를 풀이나 담벼락에 뿌리내린 나무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북촌의 작은 정원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을 감상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눈에 잘 띄는 아름다움만 골라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최윤선 작가님은 서울대학교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자신의 소진을 경험한 뒤 산림치유지도사와 숲해설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타인의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해왔던 사람이 자연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이력이 책의 바탕을 이룹니다. 특히 북촌이라는 공간의 선택이 흥미롭습니다. 북촌에는 조선시대 궁궐과 오래된 한옥, 현대적인 건물과 상점이 공존합니다. 작가님은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관찰하며 생태적 지식과 개인적인 사유를 엮어 냅니다. 식물을 통해 위로를 전하면서도 실제 생존 방식에 관한 설명을 놓치지 않는 점이 이 에세이의 특징입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대목은 서울공예박물관 담벼락의 꽃산딸나무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은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화려한 부분이 사실은 꽃을 보호하도록 변형된 잎인 '총포'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소제목인 '꽃잎이 아니어도 눈부신'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꽃잎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식물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따로 옮겨 적고 싶었던 문장은 오동나무 이야기에서 만났습니다. “틈이 있으면 그곳에서 시작합니다.” 안국역 주차장의 아스팔트 틈에서 자라는 오동나무를 설명하는 짧은 문장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일을 준비할 때면 시간이나 환경이 충분히 갖추어진 뒤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워지는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정작 시작할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열악한 환경을 무조건 견뎌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문장에서 배운 것은 주어진 조건을 현실적으로 살피면서도 그 안에서 가능한 일을 찾아보는 태도입니다. 이 외에도 제가 필사를 해서 사진을 찍은 문장들 역시 두고두고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좋은 문장들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자연의 의미를 조금 더 넓혀 생각하게 한 것은 창덕궁 낙선재의 감나무 이야기였습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겨울철 새들을 위해 감을 몇 개 남겨 두었는데, 이를 '까치밥'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풍습은 자연을 통해 개인이 위로받는 경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생각하게 합니다. 




<북촌의 작은 정원들>은 식물의 이름과 생태에 관심이 있는 독자, 일상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싶은 사람, 자연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북촌과 궁궐의 역사적 공간을 좋아한다면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보는 재미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촌의작은정원들 #최윤선 #진선북스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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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샤워 - 불안을 씻어내고 정신 건강을 최적화하는 기술
폴 콘티 지음, 박선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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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왜 자신의 장점보다 결점을 더 오래 기억할까요? 하루 동안 여러 일을 무난하게 처리했어도 사소한 실수 하나가 마음에 남아 그날 전체를 실패처럼 느끼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사실입니다. <멘탈 샤워>를 접하며 주목하게 된 문제도 이러한 자기비판의 습관이었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필요하지만, 끊임없는 자기검열이 반드시 더 나은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잘못된 부분만 골라내는 사고방식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정신건강을 질병의 유무만으로 판단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이 지닌 심리적 자원과 회복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자아의 구조와 기능, 행동을 이끄는 동기를 설명한 뒤 호기심과 자기연민을 활용하는 실천법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적 개념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자기계발 교양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자기비판적인 생각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작가님은 자신을 비난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현재의 심리적 상태를 살피는 단서로 활용하라고 제안합니다. 가령 '나는 항상 일을 망친다'는 생각에는 실제 사건에 대한 평가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가 뒤섞여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에서도 이러한 사고를 살펴볼 때 사건 자체와 사건에 부여한 해석을 구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실수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 사실만으로 자신의 능력 전체를 판정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비판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그 생각이 발생한 배경을 관찰한다는 접근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일상에서 이 문제를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직장입니다. 업무를 마친 뒤에도 누군가의 지적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날 처리한 수많은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지적받은 부분만 반복해서 떠올리게 됩니다. 저 역시 일을 돌아볼 때 결과가 아쉬웠던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당시의 업무량이나 시간적 제약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멘탈 샤워>의 관점을 적용한다면 반성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자기연민과 긍정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할수록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의 불안과 무기력이 언제나 잘못된 사고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업무, 불안정한 생활환경, 타인과의 불균형한 관계처럼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도 정신적 고통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라는 조언을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불필요하게 비난하지 않는 태도가 있어야 무엇이 자신의 책임이고 무엇이 환경의 문제인지 더 냉정하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실천법도 그러한 현실 인식과 함께 활용할 때 의미가 커질 것입니다.


<멘탈 샤워>는 작은 실수를 오래 곱씹거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거나,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는 독자에게 유용할 만한 책입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아 구조와 동기를 점검하는 부록도 활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자기성찰이 자책으로 변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는 관점들이 담겨 있어서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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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사주명리 - 삶의 방향이 보이는 천년의 운명 공부 ㅣ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조경숙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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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면 가끔 사주팔자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태어난 날짜와 시간에 따라 인생의 모든 일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앞으로의 선택이 걱정될 때, 사주명리의 언어로 자신의 상황을 살펴보면 막연했던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곤 합니다. <오십에 읽는 사주명리>를 읽으면서도 운세가 얼마나 정확하게 들어맞는가보다 사람들이 왜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경숙 작가님은 문학박사이자 동양사상 연구자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사주명리학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분입니다. 문학과 철학에 대한 이해를 명리학과 연결해 인간의 기질과 삶을 해석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책은 <적천수>, <자평진전>, <궁통보감> 등 전통 명리서를 바탕으로 오행과 십천간, 십이지지, 육신, 대운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특히 오십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성취와 책임을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이 앞으로 무엇을 지키고 내려놓아야 할지 살펴봅니다. 사주팔자의 기본 원리를 소개하면서도 실제 삶에서의 선택과 태도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본문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불의 기운이 지나치면 흙이 메마른다는 '화다토조(火多土燥)'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작가님은 뜨거운 열기로 수분을 잃은 땅에서는 좋은 씨앗도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는 비유를 제시합니다. 명리학의 오행을 인간의 성향에 적용하면 열정과 추진력도 지나칠 경우 오히려 삶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성향도 상황에 따라 자신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저 역시 사주팔자에 관심이 많아 불안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을 때 운의 흐름을 찾아보곤 합니다. 특히 익숙했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는 앞으로의 선택이 옳은지 확신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사주를 살펴본다고 해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의 어려움을 인생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하나의 시기로 바라보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주에 관한 해석을 읽으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게 사주명리는 미래의 정답을 얻는 수단이라기보다 현재의 마음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어 주는 셈입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사주명리학의 예측이 객관적으로 정확하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태어난 시각만으로 개인의 성격이나 미래를 판단하는 방법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특정한 기운이 강하거나 부족하다는 해석을 지나치게 받아들이면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할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사주를 읽을 때 전통적인 해석 체계와 현실에서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을 구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개운' 역시 운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태도보다 자신의 행동과 생활 방식을 돌아보는 방향으로 이해할 때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운세보다 실제 선택과 실천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십에 읽는 사주명리>는 평소 사주팔자에 관심이 있으면서 명리학의 기본 개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자신의 성향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읽어 볼 만합니다. 다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 주는 답을 기대하기보다는 전통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삶을 해석하는 책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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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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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않는벚꽃 #유즈키유코 #문예춘추사 #일본추리 #미스터리소설 #일본소설 #일본문학 #미자모





추리소설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하나의 진실로 연결될 때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뒤에도 쉽게 개운해지지 않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지지 않는 벚꽃>이 바로 그런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경찰 조직을 배경으로 개인의 죽음과 공권력의 책임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습니다.





유즈키 유코 작가님은 취재 기자로 활동하다가 마흔 살에 문단에 데뷔한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검사의 숙원>, <고독한 늑대의 피> 등 법과 범죄를 다룬 작품으로 문학상을 받았으며, 조직과 개인의 갈등을 치밀하게 그려 온 작가님입니다. 이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한 분이 아니어서 그런지 확실히 노련미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경위를 다루는 장면이었습니다. 경찰이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일정과 업무 분담 문제가 얽히며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직원 한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는 일만으로 사건의 책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조직에는 규정과 절차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집행하는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판단과 이해관계가 개입합니다. 결국 누구도 책임을 온전히 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평범한 행정 절차가 한 사람의 생명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원래 추리물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일본 추리소설을 특히 즐겨 읽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때도 사건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되어 있는지, 독자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가 어떻게 배치되는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매력은 범죄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까지 살펴보게 한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한편 이 작품에서 다루는 국가의 안전과 개인의 권리 사이의 긴장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어떤 정보를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성이 개인에게 가해진 피해나 공권력의 잘못까지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저는 특히 조직을 보호하려는 판단이 어느 순간 조직 구성원과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거대한 국가적 문제를 강조할수록 사건으로 상처 입은 개인의 삶이 뒤로 밀려날 위험도 있습니다. 


<지지 않는 벚꽃>은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가운데서도 특히 사회파 미스터리와 경찰 조직을 다룬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복잡한 사회적 문제보다는 기발한 밀실 트릭이나 순수한 수수께끼 풀이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취향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소설이 범죄를 소재로 현실 사회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어떤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사실과 그 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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