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지않는벚꽃 #유즈키유코 #문예춘추사 #일본추리 #미스터리소설 #일본소설 #일본문학 #미자모





추리소설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하나의 진실로 연결될 때입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뒤에도 쉽게 개운해지지 않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지지 않는 벚꽃>이 바로 그런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경찰 조직을 배경으로 개인의 죽음과 공권력의 책임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습니다.





유즈키 유코 작가님은 취재 기자로 활동하다가 마흔 살에 문단에 데뷔한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검사의 숙원>, <고독한 늑대의 피> 등 법과 범죄를 다룬 작품으로 문학상을 받았으며, 조직과 개인의 갈등을 치밀하게 그려 온 작가님입니다. 이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한 분이 아니어서 그런지 확실히 노련미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경위를 다루는 장면이었습니다. 경찰이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일정과 업무 분담 문제가 얽히며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직원 한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는 일만으로 사건의 책임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조직에는 규정과 절차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집행하는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판단과 이해관계가 개입합니다. 결국 누구도 책임을 온전히 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평범한 행정 절차가 한 사람의 생명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원래 추리물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일본 추리소설을 특히 즐겨 읽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하고 인물의 말과 행동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때도 사건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되어 있는지, 독자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가 어떻게 배치되는지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매력은 범죄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까지 살펴보게 한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한편 이 작품에서 다루는 국가의 안전과 개인의 권리 사이의 긴장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어떤 정보를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성이 개인에게 가해진 피해나 공권력의 잘못까지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저는 특히 조직을 보호하려는 판단이 어느 순간 조직 구성원과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거대한 국가적 문제를 강조할수록 사건으로 상처 입은 개인의 삶이 뒤로 밀려날 위험도 있습니다. 


<지지 않는 벚꽃>은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가운데서도 특히 사회파 미스터리와 경찰 조직을 다룬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복잡한 사회적 문제보다는 기발한 밀실 트릭이나 순수한 수수께끼 풀이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취향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소설이 범죄를 소재로 현실 사회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어떤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사실과 그 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