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클래식 배틀
이채훈 지음 / 혜지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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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클래식 배틀>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비교’가 음악을 이해하는 꽤 좋은 방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면 작곡가와 작품명이 끝없이 등장해 자칫 음악사 연표를 외우는 공부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 놓으면 갑자기 이야기가 생깁니다.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같은 시대를 살면서 무엇이 달랐는지, 한 작곡가가 다른 작곡가를 어떻게 바라봤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목에는 ‘배틀’이라는 꽤 요란한 단어가 붙어 있지만, 읽으면서 제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승패보다 음악가들 사이의 관계였습니다.





이 책을 쓴 이채훈 작가님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30년 동안 MBC 교양 다큐멘터리 PD로 일했으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혜수의 W> 같은 프로그램뿐 아니라 모차르트와 정경화를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도 제작했습니다. 이런 이력은 책의 구성에서도 드러납니다. 음악 이론을 차례로 설명하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건을 배치하고,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부터 바흐와 헨델, 베토벤과 하이든, 쇼팽과 리스트를 거쳐 조성진과 임윤찬까지 이어지는 구성도 클래식 음악사를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훑어보게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였습니다. 두 사람이 빈의 음악계에서 경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책에 소개된 내용을 따라가 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숙명의 원수라는 그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황제 요제프 2세에게 코믹 오페라를 제안했을 때 살리에리가 먼저 기회를 얻었고, 모차르트가 자신의 작품을 살리에리가 좋아하지 않았다고 기록한 일도 있습니다. 경쟁심과 불편한 감정은 분명 존재했던 셈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계속 무대에 올랐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작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일화도 소개됩니다.  




저 역시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익숙한 몇몇 곡은 알아도 작곡가들의 관계나 시대적 맥락까지 알고 듣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곡도 배경을 알고 들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궁금했습니다. 책에 실린 QR코드가 꽤 유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헨델의 오페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읽은 뒤 바로 음악을 들어보는 식으로 읽기와 감상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글에서 설명한 차이를 실제 소리로 확인하다 보면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이 꽤 구체적인 경험이 됩니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클래식 배틀>은 클래식에 관심은 있지만 음악사를 처음부터 공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이나, 유명한 곡 몇 개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분에게 잘 맞겠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클래식 입문용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저에게는 무엇보다 클래식을 ‘외워야 할 교양’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다시 들어보고 싶은 음악’으로 옮겨 놓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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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
앤드루 리 지음, 김광수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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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를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천재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뉴턴의 사과나 아르키메데스의 욕조처럼 역사에는 발견의 순간을 극적으로 압축한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변화는 그렇게 깔끔하지 않습니다. 실패한 시제품, 먼저 나온 아이디어, 다른 분야에서 빌려온 지식, 여러 사람의 수정이 뒤엉킨 뒤에야 하나의 혁신이 완성됩니다. 이 책에서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발명의 목록보다 이 복잡한 과정을 다시 역사 안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혁신의 역사를 읽고 있는데 오히려 ‘개인의 천재성’을 조금 덜 믿게 된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을 쓴 앤드루 리 작가님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행정학과 공공정책을 공부하고 호주 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호주 연방 하원의원과 재무부 차관보 등을 지낸 경제학자이자 정치인입니다. 그래서인지 혁신을 발명품 자체보다 그것이 탄생하고 확산될 수 있었던 경제·사회적 조건과 함께 바라봅니다. 김광수 번역가님은 1999년부터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책을 우리말로 옮겨온 전문 번역가님입니다. 번역이 꽤 좋아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혁신을 ‘시행착오와 개선, 팀, 교류’라는 세 가지 힘으로 설명합니니다. 특히 눈에 들어온 사례는 중국의 화약입니다. 화약 기술을 가진 중국은 오랫동안 군사적 우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유럽이 이를 받아들여 발전시키면서 힘의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발명했다는 사실과 그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는 능력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온도계가 등장하면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던 추위와 더위를 공통된 수치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과정을 설명합니다. 저는 이것도 중요한 혁신이라고 느꼈습니다. 혁신은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이전에는 보이지 않거나 비교할 수 없었던 세계를 측정하고 공유할 방법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혁신을 무조건 진보와 같은 말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책 역시 산업혁명의 그늘과 전쟁, 생명공학과 AI의 문제까지 함께 다룹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하나의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불평등이나 위험을 만들어낸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책에서 전쟁과 전후 재건 과정에서 정부가 기술 발전의 중요한 주체였다는 점을 다루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시장의 경쟁만으로 혁신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무엇을 발명할 수 있는가와 그것을 사회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며, 혁신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역시 경제학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역사뿐 아니라 경제사와 문명사에 관심 있는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동안 별로 생각하고 살아왔던 문명사를 이 책 한 권으로 읽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채우지 못했던 교양을 얻은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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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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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형남 작가님의 <새벽으로 가는 길>은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조용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큰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거나 자극적인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인물들이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세상에서 조금씩 물러나 있습니다. 사람에게 지쳤거나, 과거에 상처를 입었거나, 삶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뒤 조용한 곳으로 숨어든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도피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꼭 도망이라고만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지쳤을 때는 당장 다시 세상으로 뛰어드는 것보다 잠시 멀어지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요.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누구의 기대에도 맞추지 않고, 그냥 하루를 보내보는 시간 말입니다. 저 역시 살면서 사람과 일에 지쳐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에 잠깐 숨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어서인지 이런 장면들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인물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누군가 힘들어한다고 해서 대단한 말을 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을 건네고 옷을 챙겨주고 차를 마시고, 말없이 같은 자리에 있어줍니다. 저는 이런 장면들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살다 보면 정말 힘들 때는 “힘내”, “좋아질 거야” 같은 말조차 부담스럽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옆에서 같이 밥을 먹어주는 사람, 괜찮냐고 계속 캐묻지 않고 그냥 있어주는 사람이 더 고마울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그런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책 속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큰 성공을 꿈꾸거나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애쓰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요즘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고, 너무 빠르게 성공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 더 벌어야 하고, 더 인정받아야 하고,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살다 보면 그냥 내 몫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사실은 너무 쉽게 지나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이 사람의 상처를 단순히 자연 속에서 쉬면 모두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이 가진 과거의 상처와 사회적인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멀리 떠난다고 해도 과거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살면서 생긴 상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완벽하게 괜찮아지는 일은 현실에서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남아 있고, 아픈 일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내 삶 전체를 결정하지 않게 되는 순간은 올 수 있습니다.


<새벽으로 가는 길>은 화려한 사건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마음이 조금 지쳐 있거나, 사람에게 상처받아 잠시 조용한 곳에 머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속도가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정형남 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순문학다운 순문학을 만난 것 같아,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무척이나 기분 좋은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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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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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도쿄 인사이트 산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유명한 장소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방법’이었습니다. 여행자로 도쿄를 찾으면 맛집과 명소, 쇼핑 목록부터 챙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도시에서 오래 살아간다는 것은 그곳을 소비하는 일과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매일 같은 역을 지나고, 일하고, 밥을 먹고, 좋아하는 장소를 만들면서 도시는 서서히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책을 쓴 다섯 작가님은 서로 다른 일을 하며 도쿄에서 생활해 왔습니다. 김학재 작가님은 이토 토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축가이고, 홍세희 작가님은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를 거쳐 여러 주방에서 경험을 쌓은 요리사이자 사케 소믈리에입니다. 이혜주 작가님은 패션과 공간을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유시연 작가님은 도시와 시간, 기억을 탐구하는 예술가입니다. 위지영 작가님은 문학과 잡지 편집 디자인을 공부한 출판 디자이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직업이 그대로 도쿄를 읽는 렌즈가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도시인데 누구에게는 건축이고, 누구에게는 음식과 계절이며, 또 다른 사람에게는 패션과 미술, 책으로 보입니다.





특히 건축가의 산책에서 ‘역’을 바라보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하라주쿠역과 오모테산도역을 잇는 길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패션 잡화와 먹거리 등이 뒤섞인 ‘참배길’로 읽힙니다. 서울역을 다룬 대목에서도 역은 교통수단의 종착점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이 처음 만나는 ‘도시의 관문’으로 설명됩니다. 





저 역시 여행할 때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도는 것보다 골목을 걷거나 동네 가게에 들어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작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목적지만 보고 움직이는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여행지에서는 간판 하나, 건물 하나도 유심히 보면서 출퇴근길의 풍경은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지나쳐 버립니다. <도쿄 인사이트 산책>을 읽고 나니 ‘산책’은 걷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리사의 도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책에는 계절 야채를 중심으로 여러 코스가 준비되는 무츠카리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제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음식문화는 자연의 변화를 식탁으로 옮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라주쿠의 서브컬처와 빈티지 문화, 미술관과 진보초의 책 문화까지 이어서 보면 도쿄의 매력은 ‘일본문화’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쿄 인사이트 산책>은 도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건축·요리·패션·미술·출판처럼 창작과 문화 분야에 관심 있는 분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삶을 궁금해하는 분이라면 관광 정보에서는 얻기 어려운 생활인의 감각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남은 것은 새로운 장소의 목록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습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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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 열네 명의 할머니, 한 개의 벤치, 오십만 명을 살린 마음 치유의 혁명
딕슨 치반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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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불안, 고립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 있는 분뿐 아니라 사람을 돕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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