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 - 1969-2025: 혁신을 이끈 41명의 경제학자들
김나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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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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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노벨 경제학상이라는 무게감 있는 제목과 달리, 독자를 위압하지 않는 방식으로 경제학의 핵심 질문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책입니다.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경제 관련 교양서를 즐겨 읽어 온 독자인데요. 제가 보았을 때, 이 책은 경제학이 왜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입문서에 가깝습니다. 수식과 그래프 중심의 설명 대신, 우리가 실제로 겪는 선택과 갈등을 출발점으로 삼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문제의식을 풀어내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나영 작가님은 오랫동안 교실과 강연 현장에서 경제를 설명해 온 교육자답게, 복잡한 이론을 단순화하되 왜곡하지 않는 균형 감각을 보여 줍니다. 책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특징은 쉽게 쓰되 얕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쓰였지만, 경제학에 어느 정도 익숙한 독자에게도 충분한 사고 거리를 던집니다. 각 장이 특정 경제학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하나의 생활 속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 역시 독서 부담을 크게 낮춥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3장에 실린 클라우디아 골딘의 시간 프리미엄 보상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남성을 앞서는 상황에서도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 문제가 아닌 장시간·대기 상태 노동에 과도한 보상을 주는 구조로 설명하는 대목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노골적인 배제보다 제도 설계의 미세한 편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 인적자본 이론이나 노동 공급 이론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독자로서는, 기존 지식이 현대 노동시장 분석으로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의 강점은 개별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관점의 경제학자들을 한 무대에 올려 놓는 데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유진 파마와 시장의 비이성을 강조한 로버트 쉴러를 함께 소개하는 구성은, 경제학이 정답을 제시하는 학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논쟁하며 발전해 온 학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여기에 게임 이론, 행동경제학, 제도경제학 등 다양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독자는 경제학의 큰 지형을 조망하게 됩니다.

 

이 책은 경제 뉴스가 어렵게 느껴지는 청소년은 물론, 이미 여러 경제 교양서를 읽어 왔지만 이론의 맥락이 흩어져 있다고 느끼는 성인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특히 이 이론이 왜 중요했는가”,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분량으로 최대한의 통찰을 전한다는 제목처럼, 이 책은 경제학을 한 단계 더 이해하고 싶어 하는 교양 독자에게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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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위한 디자인 - 일의 본질을 다시 설계하는 AI 시대의 생각 훈련
올리비아 리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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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자인 #기획 #개발 #마케팅 #성장 #일을위한디자인 #올리비아리 #한빛비즈 #신간도서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I, ,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작업대 위에 동시에 올라와 있는 도구들처럼 느껴집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이 혼재된 시대에 무엇을 더 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속도감 있는 처방보다, 오래 일해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정제된 질문을 만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올리비아 리 작가님은 디자인을 직무가 아니라 사고의 방식으로 확장시키며, AI 시대의 불안을 기술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올리비아 리 작가님은 산업디자인을 기반으로 프로덕트, 브랜드, 마케팅, 교육 현장을 두루 경험해온 디자이너입니다. 저자 소개는 화려하지만, 책의 태도는 오히려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AI를 잘 쓰는 법이나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얕은 멀티태스킹이 어떻게 사고를 납작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깊은 사람은 왜 AI 앞에서 더 강해지는지를 차분히 설명합니다. 저 역시 기획과 글쓰기, 교육을 병행하며 도구에 의존할수록 생각이 흐려지는 순간을 자주 겪었기에, 이 부분에서 강한 공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라는 관점입니다. 작가님은 공부와 성장을 정보를 쌓는 행위가 아니라, 몸에 새기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책 속에서 언급된 새로운 이론이나 기술을 배울 때 설명보다 실제로 써볼 때 더 기억에 남는다는 문장은, 경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청이란 타인의 말을 조용히 듣는 태도가 아니라, 세계가 던지는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라는 점에서입니다. 이는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 개발, 마케팅 전반에 적용 가능한 핵심 역량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장면은, 일을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오히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기획서와 원고를 반복해서 고치고, 더 나은 표현과 구조를 찾는 데 집중할수록 결과물은 정교해졌지만, 정작 일의 중심이 흐려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더 많은 자료를 찾고, 더 새로운 도구를 익히려 했습니다. 그러나 올리비아 리 작가님이 말하는 설계는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무엇을 더 할지 고민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떤 구조로 바라보고 있는지 점검하라는 제안은, 제게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 경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경험을 한 단계 위에서 정리해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의 강점은 결과보다 흐름을 설계하라고 말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최근 조직심리학이나 학습과학에서 강조하는 메타인지와도 닿아 있습니다. 잘 일하는 사람은 정답을 빨리 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정의를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일에 관한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AI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자신의 사고 구조를 점검하는 거울로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AI 시대에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 기획자,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자신의 일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 모든 직업인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점점 지치는지질문해본 적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은 속도를 늦추는 대신 방향을 다시 잡게 도와줄 것입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더 빨리 성장하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대신 덜 소모되며 오래 일하는 법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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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기술 - 말 한마디 안 해도 원하는 것을 얻는 듣기의 힘
야마다 하루 지음, 정지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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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기술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 #잘듣는방법 #신간도서 #추천도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청의 기술>은 흔한 커뮤니케이션 자기계발서처럼 잘 말하는 법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하기에 과도하게 집착해 온 우리의 습관을 조용히 되돌려 세우며, ‘듣는 행위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지적인 활동인가를 차분히 설득하는 책입니다. 평소 자기계발서나 소통 관련 책을 즐겨 읽어온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얄팍한 기능을 알려주는 흔한 스타일의 책이라기보다, 태도와 인식의 방향을 바로잡는 제대로 된 안내서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침묵 속의 집중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능력임을 일깨웁니다.



 

야마다 하루 작가님은 사회언어학자로서의 연구 이력과 개인적 경험을 균형 있게 엮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특히 사고로 청각 장애를 겪은 뒤 듣지 못하는 상태를 통과하며 경청의 본질을 체감했다는 배경은 이 책의 주장에 과장 없는 무게를 더합니다. 이론은 많지만 훈계는 없고, 사례는 풍부하지만 감정에 기대지 않습니다. 은행원 회의 대화 분석, 문화권별 소통 방식, 비언어적 신호 해석 등은 학문적 토대 위에서 설명되지만, 일상 대화에 바로 대입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입니다. 문단 간 여백 또한 충분해서, ‘속도를 늦추고 읽게 만드는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세 가지인데요. 첫째, ‘듣기 지능이라는 개념을 단순한 예의나 공감 능력이 아니라 정보 처리·판단·관계 조율을 아우르는 종합 역량으로 정의한 점입니다. 그리고 빠른 듣기와 느린 듣기를 구분해 상황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도 좋았습니다. 저 역시 회의나 대화에서 늘 모든 말을 동일한 밀도로 들으려 애썼는데, 이 책을 통해 무엇을 걸러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경청의 핵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비언어적 경청에 대한 분석을 읽으며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얼굴 표정, 시선, 몸의 방향 같은 요소들이 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설명은,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훌륭한 힌트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장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소주제는 1장의 ‘14개의 마음으로 듣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듣기를 귀의 기능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청각 시스템, 인지 과정, 감정 반응까지 포함해 듣기를 다층적인 마음의 작동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주의 자원이나 인지 부하 개념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경청은 상대를 위해 참고 견디는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이 더 정확히 판단하고 선택하기 위한 전략이 됩니다. 듣는 태도가 바뀌면 말할 때의 어조와 질문의 질도 함께 달라진다는 점을 일상 생활 속에서 실제로 조금씩 확인하는 중입니다.

 

<경청의 기술>은 말이 막히는 사람보다, 오히려 말을 잘한다고 평가받아 온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릅니다. 회의에서, 관계에서, 혹은 가족과의 대화에서 왜 자꾸 엇갈리는가를 고민해 본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더 많이 말하라고 부추기지 않습니다. 대신 덜 말하고 더 정확히 듣는 법을 알려줍니다. 읽고 나면 대화의 목표가 설득이나 승리가 아니라, 이해와 연결로 조용히 이동합니다. 그 변화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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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순례
헤르만 헤세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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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순례 #헤르만헤세 #독일문학 #추천도서 #신간도서 #헤세문학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방순례>는 헤르만 헤세 작가님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유독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겉으로는 동방을 향한 순례단의 여정을 기록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내면의 붕괴와 재구성을 그린 정신적 기록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저는 흔히 소설에서 기대하는 서사적 쾌감이나 사건의 연쇄보다는, 오히려 고백에 가까운 문장의 밀도를 통해 독서 자체가 하나의 사유 행위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헤르만 헤세 작가님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문학을 삶의 유일한 구원으로 선택한 인물입니다. 청소년기의 좌절과 정신적 위기, 전쟁과 정치적 고립, 반복되는 창작의 무력감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이라는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동방순례>는 그러한 삶의 궤적 중에서도 특히 말년을 향해 가는 중간 지점에서, 더 이상 이전 방식으로는 자신을 지탱할 수 없음을 자각한 작가가 선택한 형식적 실험이자 고백입니다.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는 서사 자체를 해체하는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순례단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여정은 점차 붕괴되고 화자는 신뢰를 잃으며 독자 역시 길을 잃습니다. 이는 단순한 플롯의 실패가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헤세 작가님은 자아 실현을 성취가 아닌 소멸의 과정으로 제시합니다. 젊음의 생성과 성숙의 내려놓음을 대비시키는 이 사유는, 삶을 끊임없는 성장 서사로만 소비해 온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정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헤르만 헤세 문학 전체에서 볼 때 <동방순례><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를 지나 <유리알 유희>로 나아가기 직전의 관문과 같은 작품입니다. 개인적 신화와 상징이 집단적 질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그는 더 이상 나를 찾는 이야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이 소설에서 암시된 결맹과 기록의 문제는 이후 헤세가 인간과 공동체, 정신과 제도의 관계를 사유하는 토대가 됩니다.

 

이 책은 삶의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독자에게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성취와 확신의 언어가 더 이상 자신을 설득하지 못할 때, 이 작품은 혼란 그 자체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헤세 작가님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그의 문학 세계가 어떻게 개인적 고백에서 보편적 성찰로 확장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자기 삶의 내면을 다시 질문해 볼 계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을 찾는 분들께, <동방순례>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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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자유론 - 자유는 상처를 먹고 자란다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이남 편역 / 포텐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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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자유론 #김이남 #철학 #인문학 #존스튜어트밀 #자유 #포텐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역 자유론>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정치·법 교과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설계하는 사용설명서’로 재배치한 책입니다. 김이남 편역자님은 밀의 핵심 철학을 ‘해악 금지 원칙’ 한 줄로 끝내지 않고,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현실—인정욕구, 통념, 관계의 압박, 성공 강박—속에서 자유가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지를 34개의 질문형 아젠다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했을 때 고전 강독보다는 “내 머리속 자동문장 점검표”를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유를 권리로만 말하지 않고, 성숙한 인격이 감당하는 능력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매우 색달랐구요.




 

저는 이 책에서 특히 상식은 강자의 논리일 수 있다 그러니 내 시각을 세워라 그러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묶인다라는 3단 뼈대를 반복해, 독자가 흔히 빠지는 두 함정(내 자유니까라는 방치 공동체를 위해라는 과잉개입)을 동시에 경계하게 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 구성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 이유는, 밀의 원전이 가진 긴 논증을 줄이는 대신 현대적 갈등 장면을 먼저 배치하고 거기에 밀의 개념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밀의 <자유론>이 마치 저의 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표현의 자유를 단순한 권리 선언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보존으로 해석한 점입니다. 이는 밀의 언론·사상 자유 옹호가 단지 공적 토론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개인이 자기 삶을 실험하며 성장하는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틀린 주장에도 어느 정도의 진리는 들어 있다는 태도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검증의 윤리로 읽힙니다. 헤겔식 변증법까지 끌어오지 않더라도, 반대 의견이 내 신념의 빈틈을 드러내는 검사용 엑스레이라는 관점은 충분히 철학적으로 단단합니다. 혐오는 자유가 아니다를 해악 원칙과 연결해, 감정 배출(카타르시스)과 공적 해악을 구분한 점도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단순히 고전을 쉽게 해석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서 고전으로 독자를 해부한다는 데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자기계발형 인문서가 대개 자기 확신을 북돋는 데 치우친다면, <초역 자유론>은 오히려 자기 확신을 의심하는 기술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독자가 얻는 구체적 인식 변화는 꽤 실용적입니다. 예컨대 비난받지 않는 삶은 안전하다라는 등식을 깨고, ‘비난 회피가 내 선택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또 타인을 바꾸려는 선의가 사실은 통제 욕구일 수 있다는 자각, 내 자유가 타인의 피해 위에 서는 순간 자유가 아니라는 경계선 감각 같은 것들이 남습니다. 읽고 나면 자유가 기분 좋은 단어에서, 결과를 감당하는 판단력이라는 무거운 단어로 바뀝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주제는 아무리 옳은 의견도 강요하면 안 되는 이유였습니다. 우리는 옳음을 알게 되는 순간, 상대를 설득이 아니라 교정하려 듭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강요를 정당화합니다. 밀의 해악 원칙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타인에게 실제 해를 끼치는가를 기준으로 권력을 제한합니다. 이 책은 그 원칙을 일상으로 끌어와, ‘옳은 말이 상대의 판단력을 빼앗는 순간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지배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논쟁의 목표가 상대를 이기는 것에서 각자가 더 나은 판단을 갖게 하는 조건 만들기로 바뀌게 만들어 줍니다. 상대가 틀릴 자유를 남겨두는 게 무책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관계와 공동체의 성숙을 돕는다는 결론에 닿습니다. 결국 자유는 착한 방임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 속도를 존중하는 고난도 예의입니다.

 

고전 원전의 문장 밀도에 질리기 쉬우나, ‘자유/자기다움/관계/통념같은 주제를 현실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특히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내가 나로 살면 손해 아닌가?”를 자주 계산하는 분들께 <초역 자유론>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밀을 학술적으로 정밀하게 읽고 싶은 독자는 원전이나 정통 해설서가 더 적합합니다. 다만 자유를 말하면서도 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라는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막힘의 정체를 꽤 정확히 잡아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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