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자유론 - 자유는 상처를 먹고 자란다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이남 편역 / 포텐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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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역 자유론>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정치·법 교과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설계하는 사용설명서’로 재배치한 책입니다. 김이남 편역자님은 밀의 핵심 철학을 ‘해악 금지 원칙’ 한 줄로 끝내지 않고,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현실—인정욕구, 통념, 관계의 압박, 성공 강박—속에서 자유가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지를 34개의 질문형 아젠다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했을 때 고전 강독보다는 “내 머리속 자동문장 점검표”를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유를 권리로만 말하지 않고, 성숙한 인격이 감당하는 능력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매우 색달랐구요.




 

저는 이 책에서 특히 상식은 강자의 논리일 수 있다 그러니 내 시각을 세워라 그러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묶인다라는 3단 뼈대를 반복해, 독자가 흔히 빠지는 두 함정(내 자유니까라는 방치 공동체를 위해라는 과잉개입)을 동시에 경계하게 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 구성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 이유는, 밀의 원전이 가진 긴 논증을 줄이는 대신 현대적 갈등 장면을 먼저 배치하고 거기에 밀의 개념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밀의 <자유론>이 마치 저의 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표현의 자유를 단순한 권리 선언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보존으로 해석한 점입니다. 이는 밀의 언론·사상 자유 옹호가 단지 공적 토론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개인이 자기 삶을 실험하며 성장하는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틀린 주장에도 어느 정도의 진리는 들어 있다는 태도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검증의 윤리로 읽힙니다. 헤겔식 변증법까지 끌어오지 않더라도, 반대 의견이 내 신념의 빈틈을 드러내는 검사용 엑스레이라는 관점은 충분히 철학적으로 단단합니다. 혐오는 자유가 아니다를 해악 원칙과 연결해, 감정 배출(카타르시스)과 공적 해악을 구분한 점도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단순히 고전을 쉽게 해석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서 고전으로 독자를 해부한다는 데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자기계발형 인문서가 대개 자기 확신을 북돋는 데 치우친다면, <초역 자유론>은 오히려 자기 확신을 의심하는 기술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독자가 얻는 구체적 인식 변화는 꽤 실용적입니다. 예컨대 비난받지 않는 삶은 안전하다라는 등식을 깨고, ‘비난 회피가 내 선택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또 타인을 바꾸려는 선의가 사실은 통제 욕구일 수 있다는 자각, 내 자유가 타인의 피해 위에 서는 순간 자유가 아니라는 경계선 감각 같은 것들이 남습니다. 읽고 나면 자유가 기분 좋은 단어에서, 결과를 감당하는 판단력이라는 무거운 단어로 바뀝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주제는 아무리 옳은 의견도 강요하면 안 되는 이유였습니다. 우리는 옳음을 알게 되는 순간, 상대를 설득이 아니라 교정하려 듭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강요를 정당화합니다. 밀의 해악 원칙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타인에게 실제 해를 끼치는가를 기준으로 권력을 제한합니다. 이 책은 그 원칙을 일상으로 끌어와, ‘옳은 말이 상대의 판단력을 빼앗는 순간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지배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논쟁의 목표가 상대를 이기는 것에서 각자가 더 나은 판단을 갖게 하는 조건 만들기로 바뀌게 만들어 줍니다. 상대가 틀릴 자유를 남겨두는 게 무책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관계와 공동체의 성숙을 돕는다는 결론에 닿습니다. 결국 자유는 착한 방임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 속도를 존중하는 고난도 예의입니다.

 

고전 원전의 문장 밀도에 질리기 쉬우나, ‘자유/자기다움/관계/통념같은 주제를 현실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특히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내가 나로 살면 손해 아닌가?”를 자주 계산하는 분들께 <초역 자유론>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밀을 학술적으로 정밀하게 읽고 싶은 독자는 원전이나 정통 해설서가 더 적합합니다. 다만 자유를 말하면서도 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라는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은 그 막힘의 정체를 꽤 정확히 잡아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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