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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위한 디자인 - 일의 본질을 다시 설계하는 AI 시대의 생각 훈련
올리비아 리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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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I, 일,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작업대 위에 동시에 올라와 있는 도구들처럼 느껴집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이 혼재된 시대에 ‘무엇을 더 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속도감 있는 처방보다, 오래 일해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정제된 질문을 만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올리비아 리 작가님은 디자인을 직무가 아니라 사고의 방식으로 확장시키며, AI 시대의 불안을 기술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올리비아 리 작가님은 산업디자인을 기반으로 프로덕트, 브랜드, 마케팅, 교육 현장을 두루 경험해온 디자이너입니다. 저자 소개는 화려하지만, 책의 태도는 오히려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AI를 잘 쓰는 법’이나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얕은 멀티태스킹이 어떻게 사고를 납작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깊은 사람은 왜 AI 앞에서 더 강해지는지를 차분히 설명합니다. 저 역시 기획과 글쓰기, 교육을 병행하며 도구에 의존할수록 생각이 흐려지는 순간을 자주 겪었기에, 이 부분에서 강한 공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은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라는 관점입니다. 작가님은 공부와 성장을 정보를 쌓는 행위가 아니라, 몸에 새기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책 속에서 언급된 “새로운 이론이나 기술을 배울 때 설명보다 실제로 써볼 때 더 기억에 남는다”는 문장은, 경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청이란 타인의 말을 조용히 듣는 태도가 아니라, 세계가 던지는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라는 점에서입니다. 이는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 개발, 마케팅 전반에 적용 가능한 핵심 역량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장면은, 일을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오히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기획서와 원고를 반복해서 고치고, 더 나은 표현과 구조를 찾는 데 집중할수록 결과물은 정교해졌지만, 정작 일의 중심이 흐려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더 많은 자료를 찾고, 더 새로운 도구를 익히려 했습니다. 그러나 올리비아 리 작가님이 말하는 ‘설계’는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무엇을 더 할지 고민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떤 구조로 바라보고 있는지 점검하라는 제안은, 제게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 경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경험을 한 단계 위에서 정리해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의 강점은 결과보다 흐름을 설계하라고 말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최근 조직심리학이나 학습과학에서 강조하는 ‘메타인지’와도 닿아 있습니다. 잘 일하는 사람은 정답을 빨리 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정의를 반복적으로 조정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일에 관한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AI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자신의 사고 구조를 점검하는 거울로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AI 시대에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 기획자,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자신의 일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 모든 직업인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점점 지치는지” 질문해본 적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은 속도를 늦추는 대신 방향을 다시 잡게 도와줄 것입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더 빨리 성장하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대신 덜 소모되며 오래 일하는 법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