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어느 고대 경전(天符經)으로의 산책
동네 아저씨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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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지식과감성# #어느고대경전으로의산책 #천부경 #추천도서



 

저는 지식과감성#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들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지식과감성#에는 제가 좋아하는 인문학 분야, 여행 에세이 등이 많이 출간되는 편인데, 모두 내용의 깊이가 있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최근 지식과감성#에서 출간된 <어느 고대 경전으로의 산책>도 저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무척 흥미롭고 깊고 또한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천부경은 현재 묘향산 석벽본, 최고운 사적본, 노사전 전비문본, 태백일사본, 농은 유집본 등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이 책의 13쪽에서 <천부경>이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이고, 동시에 먼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특유의 세계관과 전통사상의 토대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역사 자료라고 썼습니다. 그럼에도 <천부경>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천부경>을 자세히 해설하고 있는 이 책은 단연코 귀하고, 소장가치가 충분합니다.




 

천부경 해설을 위해 작가님은 ()’의 기본적인 정리부터 시작합니다. 천부경의 전문에는 일단 숫자들이 많이 보이므로, 일단 천부경에 표현된 숫자들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에 이렇게나 많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수()에 대한 지식이 서양의 수()’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동양의 수()는 서양의 수()와는 다릅니다. 고대 동양 문화권에서는 숫자들을 통한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구성하여 일상에서 널리 활용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동서양 수()의 차이를 전혀 알지 못했겠지요. 동양의 수()에서는 무, 일원, 양의, 삼재, 사상, 오행, 육합의 개념이 나옵니다. 숫자들이 품은 상징과 의미를 알고 나니 천부경의 수()도 무척 궁금해졌는데요. 바로 다음에 나오는 것이 천부경의 수()입니다. 작가님은 천부경의 수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일은 태초의 의지, 이는 법칙과 만물의 근간, 삼은 생명의 의식, 사는 만물, 오는 행위, 육은 완성이라고 말입니다. 정말로 신비하고 재미있는 해석이에요. 작가님은 이렇게 수에 대한 이야기로 서문을 연 후에, 본격적으로 천부경의 구절을 풀이합니다.




 

우주의 탄생이라는 경이로운 현상, 그리고 그 원리에 대한 천부경의 우주론이 바로 그 다음 장에 나오는데, 사실 천부경의 원문만 봐서는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구절이 나옵니다. 다행히도 작가님은 이 책에서,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해석을 해주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천부경은 우주의 탄생에 대한 거창한 선언이 실제로 실현되는 구체적인 원리를 상세하고 논리적으로 풀어서 우리에게 들려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친절함과는 별개로 그 표현방식은 지나치게 절제되어 있는 게 문제라는 것도 지적합니다. 막연히 천부경에 대한 찬양을 하는 게 아니라 천부경의 단점 역시 이렇게 언급하고 있어서 이 책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통해 천부경의 특이한 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대개의 경전들이 믿음을 통한 이해와 실천, 실천을 통한 체득과 각성, 각성을 통한 회향과 세상에 전함과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부경은 이해하나를 강조했다고 봅니다. 자신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한 이해말이지요. 저도 천부경이 이러한 책이라는 것을 177쪽까지 읽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종교에 대한 책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진리를 담고 있는 철학서이자, 우주의 원리를 파헤치고 싶었던 신비로운 경전이 바로 천부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고대 경전으로의 산책>은 어렵고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천부경에 한 걸음 더 성큼 다가가게 만드는 천부경 입문서입니다. 천부경에 대해 겉핥기 식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꼼꼼하고 자세하게 알려주어서 사실 입문서 이상의 방대한 지식이 들어있기는 한데, 제가 입문서라고 생각한 이유는 천부경이 어떤 책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필력이 워낙 뛰어나고, 배경지식도 출중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 행복했습니다. 다시 시간을 내어 천천히 정독을 할 생각입니다. 경전, 천부경,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어느 고대 경전으로의 산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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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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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재미있는 K-야생동물 이야기! 인문학적인 내용이 나와서 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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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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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야생버라이어티 #K야생동물 #한국야생동물 #팔도동물열전




사람처럼 행동하며 아름다운 사람을 납치해 간 황금멧돼지는 과연 어떤 괴물이었을까유몽인의 시에서는 이 황금멧돼지를 금저라고 표현했다이 말은 털이 금색인 멧돼지를 뜻할 수도 있고온몸이 황금으로 되어 있는 멧돼지를 뜻할 수도 있다금이라는 글자에는 쇠라는 뜻이 있으므로 어쩌면 온 몸이 쇳덩어리로 되어 있는 멧돼지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41 p / <팔도 동물 열전>

 




 

무척 흥미롭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 다른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곽재식 작가님의 <팔도 동물 열전>입니다. 곽재식 작가님은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이자 SF 소설가입니다. 이력만 보았을 땐 왠지 공학’, ‘과학에 대한 이야기만 쓸 것 같은데, 이번 책에서는 우리가 놓친 한국 야생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실 저는 작가님의 이력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바로 1장부터 읽었는데요. 우리나라 야생동물에 대한 지식이 아주 자세히 들어있고,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생물학, 문학을 전공한 분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한 분이어서 깜짝 놀랐지요. 곽재식 작가님의 관심분야, 독서량, 지식 등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입니다.




 

저는 매일 서울로 출퇴근을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요. 아침마다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출근을 하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왜 이리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이 많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곤 하지요.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님은 정작 한국에 살면서 이 나라를 대자연의 나라로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고 지적해요. 한국 땅의 64% 이상이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말이에요. 한국처럼 사람과 가까운 곳에 풍부한 자연이 펼쳐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일상 속 공간에도 소중한 자연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여덟 가지 야생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서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저는 출퇴근길에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모습만 보고 우리나라에 엄청난 숲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살았던터라, 작가님의 이러한 기획 의도에 관심이 갔고, 그래서인지 이 책에 푹 빠져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은 고라니, 멧돼지, 여우, 청설모, 너구리, 붉은박쥐, 담비, 반달곰입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거나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직접본 적은 없는 동물들이 대거 등장했기에 더욱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동물들이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는 이 야생동물들의 생태에 대해서 조사하고 쓴 책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인문학에 더 가까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된 책들은 <삼국사기>, <동명왕의 노래>, <훈몽자회>, <조선왕조실록> 등과 같이 우리나라의 옛 기록과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마치 옛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확실히 단순히 공학 공부만 한 분이 아니라 소설도 쓰고 인문학 공부를 한 분이어서 글이 딱딱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이 책에 소개된 동물들 모두 흥미로웠지만, 청설모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도에 청설모와 다람쥐가 유독 많다고 합니다. 청설모는 다람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깔이 좀 짙은 편이잖아요. 그런데도 묘하게 둘을 구분하는 게 어렵다고 느끼던 차에, 이 책에서 확실히 다람쥐와 청설모구분법을 100~102쪽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령 청설모와 다람쥐의 행동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다람쥐는 땅속에 굴을 파고 집을 짓지만, 청설모는 땅속이 아니라 나무 중간쯤의 높은 곳에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사람들은 청설모를 유독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다람쥐는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며 거의 움직이지 않는 반면, 청설모는 긴 잠을 자지 않고 추운 날씨에도 꿋꿋이 나뭇가지 위를 누비며 겨울을 보낸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동물이에요.

 

박쥐에 대한 글도 무척 흥미로웠어요. 작가님은 박쥐는 어떻게 바이러스에 잘 버텨낼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한 연구와 학계의 의견은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는데, 작가님은 영국의 생물학자 에밀리 크레이튼이 2020년에 발표한 인터페론 관련 연구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박쥐는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을 뿜어내서 몸속의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박쥐를 그저 음침하고 무섭고 살짝 징그러운 동물이라고만 생각헀어요. 그런데 박쥐의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이 무척 신비로웠고, 황금박쥐가 비소 성분에 중독되어 죽지 않고 살아남은 이야기도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나라 야생동물 이야기를 인문학, 과학 지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요. 동물에 얽힌 전설, 최근 연구까지 나오고 있어서 , 작가님은 언제 이많은 내용을 공부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듭니다. 야생동물에 대한 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출판계에 이렇게 의미있는 책이 나왔으니 앞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사라져가는 동물과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도 환경보호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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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 -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50가지 철학적 질문들
움베르토 갈림베르티.루카 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풀빛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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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매우의심스러운철학 #움베르토갈림베르티 #루카모리 #어린이철학 #인문학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들 중에서특히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스스로를 알고자 하지 않는 자는 자신을 적절하게 돌볼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무엇을 돌봐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표면적이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 / 31 p

 


 

 

저는 철학이야말로 아직 자아 정체성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꼭 배워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기본적으로 철학은 질문에서 시작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을 의심하고, 계속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점점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철학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비판하는 힘이 생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는 철학과목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학부모님들은 논술학원으로 철학교육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에 풀빛 출판사에서 출간한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어서 철학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학부모님들이 무척 반가워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쓴 움베르토 갈림베르티 작가님과 루카 모리 작가님은 모두 이탈리아 내에서 저명한 철학자로 활동중입니다. 먼저 움베르토 갈림베르티 작가님은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심리치료사이자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중입니다. 또한 루카 모리 작가님은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 대학교에서 철학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철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쓴 책이어서 확실히 이 책은 깊이가 있습니다. 동시에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보통의 철학 전공서적처럼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 독자가 읽어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배울 점이 많습니다.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굉장히 난해하고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는 학문 같지만, 이 책에서는 철학의 문제를 곧 ’, ‘인간다움’, ‘진리에 대한 이야기로 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아, 내면, 행복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생각한 적이 없었던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과 같은 질문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하여 독자들을 깊은 내면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가치, 목적, 도덕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은 선할까, 악할까?’라는 전통적인 철학적인 문제부터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까?’, ‘과학을 무조건 믿어야 할까?’ 등과 같이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질문들이 책 속에 등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았을 남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철학의 문제로 이야기합니다. 바로 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라는 질문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진리 탐구와 성찰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이 나옵니다. ‘죽고 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명확하게 풀리지 않는 미지의 질문, 그리고 가장 경이로운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질문 등이 책 속에서 계속 쏟아져 나옵니다.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 책은 마치 수업을 듣는 것처럼 경어체로 씌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이러이러한 철학적인 논제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철학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진짜 철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저명한 철학자의 말이라도 완벽하게 진리라고 주장하지 않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의 76쪽을 보면 세상 모든 이론이 그렇듯, 누구나 칸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추론을 통해 직접적인 경험이 가능한 것들을 통합하여 끈질기게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존재하죠. 여러분은 칸트의 말에 동의하나요?”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단순히 칸트의 철학은 이러이러하다라고 재미없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칸트의 철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있어서 역시 이탈리아의 철학자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철학서들은 미국 작가들이 쓴 책이 많은데,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탈리아출신의 철학자들이 쓴 책이라 확실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답을 주는 책이 아닌, 계속 질문을 던지게 함으로써 사고력을 쑥쑥 키워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글도 좋지만, 멋진 올컬러 삽화도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철학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님들께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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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 - 교사에서 고시원 원장이 된 인생 커리어 전환기
노지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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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교를나와고시원을차렸습니다 #추천도서 #두드림미디어 #노지현






더욱이 나의 직업은 교사였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방학과 안정적인 정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나간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머릿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춘기 아이처럼 그렇게 몹시도 방황했다. 하지만 40대의 방황은 그리 순수하지도 멋지지도 않았다.

-66 p / <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






<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라는 책 제목은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던 분이 왜 정글과 같은 사회에 나와서 고시원을 차렸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노지현 작가님은 공립학교 교사로 무려 20년이나 일을 하신 분입니다. 초임 교사도 아니고, 교사로서 어느 정도 좋은 입지를 다져 놓은 분임에도 과감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찾아 고시원 원장이 되셨다고 합니다. 요즘은 교권침해라는 교육 이슈로 교사의 인기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20년 전이라면 직업으로서 교사는 거의 최고의 위치에 있었을 때입니다. 물론 지금도 교사는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라 많은 청년들이 도전을 하는 직업입니다. 그런 직장을 그만두고, 고시원을 차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작가님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을 뒤로 하고 일단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참으로 진솔한 에세이입니다. 왜 교사를 그만두고 고시원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솔직하게 나와 있습니다. 작가님은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꼈다기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열심히 했기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였을 때 작가님은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셨는데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닌, 쉽고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자존감을 올려주기 위해 인문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수업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도 이끌어 내셨습니다. 제가 만약 학생 시절에 이런 과학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과학 시간이 무척 기다려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학생들에게 자존감 수업을 해주면서 본인이 선택한 길이 과연 맞을까라는 고민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했던 길을 따라온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게 된 것이지요. 사실 교사는 학창 시절부터 모범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규칙과 질서를 잘 따르고 어른들에게 큰 반항없이 평범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교사가 많이 되니까요. 작가님은 40이 넘어서야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하고 싶은 일을 본격적으로 구상합니다.





사실 교사를 하다가 학원 강사로 전직을 한다면 훨씬 쉬운 길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과에 대한 지식, 가르치는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교육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 '고시원 운영'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을 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고시원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원장이다 보니 좌충우돌 모든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모든 지위를 잊고 오직 이 분야에 대한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갖춰나간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겸손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정말 멋지고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4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진로를 재설정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 일수도 있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님의 용기와 도전이 무척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만약 작가님의 나이대라면 완전히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진짜 제가 원하는 일에 한 번쯤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과연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작가님은 치열하게 사는 사람만이 방황을 한다고 이 책에서 썼는데, 저도 크게 공감을 합니다. 방황은 단지 삶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진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저도 잊고 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 보아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정년, 월급이라는 작은 달콤함 때문에 인생 전체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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