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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수업 - 오늘의 시민을 위한 칸트 입문 강독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6
김선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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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칸트는 '모든 변화에는 원인이 있다'라는 인과의 법칙 역시 선천적 종합 판단의 사례로 보았다. 인과율은 경험적 증거 없이도 보편적이고 필연적으로 인식되며,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인식의 틀이다. 칸트는 이것이 우리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인식 구조 자체에 속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인과율은 세계에 속한 것이지만, 그 인과율을 적용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인간의 인식 구조가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과율은 필연성을 갖는다.
-46쪽 / <칸트 수업>


철학사의 중력과 같은 인물 ‘칸트’에 대한 책이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선욱 작가님의 책입니다. 바로 <칸트 수업>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인생명강’ 시리즈의 하나인데, 이 시리즈는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하여 오늘을 살아갈 지혜와 내일을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인사이트 제공’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리즈이므로, 어려운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는 게 특징입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철학 전공자, 혹은 서양 철학을 이미 깊이있게 알고 있는 독자들을 외에도 칸트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독자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그렇다면 가볍고 흥미 위주인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왜 우리는 ‘칸트’에 대해 읽어야 할까요?

플라톤은 ‘이데아’라는 개념을 통해 진리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후에는 경험론자가 등장해서 ‘감각에서 진리가 온다’라고 주장했지요. 칸트는 그들의 관점 중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서 ‘진리는 내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존재한다’라는 철학을 내놓았습니다. 다시 말해 세상을 아는 방식은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 의식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는 세계는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식틀’을 통과한 결과물이므로 ‘물자체’는 영원히 모른다는 선언이므로 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 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의 인식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짜뉴스를 구분해야 하고, 인지편장을 자각해야 하며, 객관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뿌리는 칸트에 있기 때문에 칸트의 철학을 통과한다면 어제보다 더 나은 판단력과 사고력을 지닌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칸트를 읽어도 살 수는 있지만, 칸트를 이해하면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선욱 작가님의 <칸트 수업>은 지적인 삶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굉장히 훌륭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칸트 수업>에서는 ‘칸트의 인식론, 도덕철학, 휴머니즘의 철학, 미학과 정치철학, 민족과 시민과 글로벌 시민의식’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모두 칸트 철학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이 책은 칸트 철학을 어려운 철학의 내용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단순히 칸트 철학의 지식만을 제공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철학 전공을 하지도 않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칸트 철학 입문서가 아닌 ‘칸트의 사유가 지금 우리의 삶에 무슨 의미를 주는가’를 묻고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칸트의 인식론은 세상을 보는 렌즈를, 도덕철학은 세상을 보는 기준을, 미학은 세상에 대한 감수성을, 정치철학은 바깥의 질서를 정리해주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칸트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대상들, 예컨대 신, 우주, 영혼과 같은 존재론적 주제을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그런 것들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이 비판의 의미이며, 칸트가 말하는 철학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이때의 비판은 단순한 비난이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과 같이 공허한 담론이 아닙니다. 작가님은 이때의 비판은 이성의 자기비판을 의미한다고 씁니다. 칸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이성비판>은 단순히 존재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인식론적 저작이라는 것이 작가님의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한 줄 설명인데 아주 명료하고 깔끔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칸트의 사유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칸트를 따라 사유하고, 칸트에게서 많이 배우지만, 우리는 세상을 독백이 아닌 대화하는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칸트에게 배우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대화의 태도를 장착하고 자신의 철학의 길을 열어야 함을 이야기하는데, 역시 작가님 역시 훌륭한 철학자라고 느꼈습니다. 지식의 조건, 옳음의 기준, 판단의 역량, 세계시민의 시야를 탐구하고 싶은 분들에게 <칸트 수업>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멋진 책을 출간해주신 21세기 북스와 김선욱 작가님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