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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 -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강희원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5년 10월
평점 :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하나 서평 #순국 #평화 #비폭력 #전쟁 #왜국가를위해죽어야하나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현재 한반도에는 ‘휴전선’이라는 전서을 경계로 남과 북에 두 국가가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와 같이 대립하고 있다. 남북의 각 지역을 지배하는 정치권력은 일제 식민지배, 광복, 외세에 의한 분단과 격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따른 내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항상 민족통일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양쪽의 국가권력은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 ‘민족통일’을 위한 전쟁에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것을 강요한다.
-42쪽 /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

지식과 사유가 깊은 책을 만났습니다. 강희원 작가님의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라는 책입니다.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출간한 이 책은 작가님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공부해 온 법의 문제, 그 중에서도 ‘인간, 국가, 사회, 종교, 정치, 언어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저 가벼운 재미만을 추구하는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토록 무겁고도 진중한 그러면서도 국민이라면 누구나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질문인 ‘왜 국가를 위하여 죽어야 하나’와 같은 주제의 책을 만나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법학이나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하는 편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법학이나 정치학에서 다루는 추상적인 국가에 대한 이론에 대해 쓴 것이 아닙니다. 작가님은 ‘대한민국에서 병역의무란 도대체 무엇인가, 국가와 민족이란 무엇인가, 국가와 민족은 언제 생겼는가, 순국이란 무엇인가, 순국을 찬양하는 것만으로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젊은 이들의 죽음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왜 국민은 국가를 위해서 생명을 바치는가’와 같은 고민 끝에 이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 법학을 연구한 작가님의 내공이 담겨 있어서 깊이가 있습니다.

이 책의 1장은 ‘인간과 국가 그리고 전쟁’이라는 주제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쟁’입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도 전쟁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동서 양 진영 간의 새로운 대립과 갈등으로 장기화되어 제3차 세계대전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유대인의 전쟁기계로서 이스라엘과 아랍인의 하마스 간에 전쟁이 발발한 지도 해를 넘기기도 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이는 인류사의 치욕적인 비극인 ‘전쟁’들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고, 앞으로 인류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이 책에서 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죽어야 하는지,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고 민족은 반드시 국가를 가져야 하는지, 민족과 국가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은 없는지 묻고 있는 것입니다.

1차원적인 사회 교과서 혹은 법학 교과서에는 단순히 국가와 법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 나열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근본적인 물음, 즉 국가와 민족이 왜 존재하는지를 묻고 있어서 독자의 사유를 넓혀줍니다. 작가님은 ‘민족’을 단순히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민족이라는 신화’라고 씁니다. 그리고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며, 지배권력의 부산물이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님은 이렇게 ‘만들어진’ 민족이라는 개념에 자신을 희생시키고, 국가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봅니다. 작가님이 우려하는 것은 이 책의 268쪽에 나온 것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이 붙으면, 모든 전쟁이 그랬듯이 양쪽의 젊은 군인들이 서로 피를 흘리고, 힘없는 민중만 일상을 잃고 도탄애 빠지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반세기 이상 남북이 갈라진 채로 살고 있고, 각자 서로의 권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생해왔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우리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삶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국가 권력’의 실체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철학의 근본 주제들에 관심이 있는, 어느 정도 교양이 있는 독자들과 한반도의 평화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분들에게 강희원 작가님의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