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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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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대륙 남부 지방의 농경이 점차 아프리카에서 끌고 온 노예 노동력으로 채워지면서 유럽의 찬송가와 아프리카의 노래 및 춤이 뒤섞여 새로운 문화적 혼종 장르로 발현될 기회가 생겨났다. 이는 훗날 북미의 음악-딱딱한 유럽 음악의 주도면밀함을 버리고 대중들의 음악에 좀 더 확고히 뿌리를 내린-이 발전해나가는 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155 p / <음악의 역사>

음악은 전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라고 비유됩니다. 비록 서로 언어는 다를지라도, 음악을 통해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음악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음악이야말로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예술 중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평소에 음악을 즐기기만 했을 뿐, 그 역사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소소의책 출판사에서 <음악의 역사>라는 책이 출간되어 무척 관심있게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즐기고 있는 음악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되었는지 알아본다는 것은, 저의 호기심과 흥미를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일이었으니까요. <음악의 역사>는 음악을 음악을 실무에서 진정으로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을 쓴 로버트 필립은 음악가이자 작가입니다. BBC 예술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신임 교수로서 다년간 오픈 대학교와 함께 일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옮긴 이석호 번역가님은 음악 관련된 책을 스무 권 정도 번역한 음악 전문가입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들이 쓰고 번역한 책이어서, 번역된 책이 갖는 특유의 번역체가 없고 내용도 알차서 독서하는 내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연대표로 보는 음악 및 예술의 역사’가 나옵니다. 마치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주요 사건 정리 연대표를 연상시키는 표입니다. 저는 음악에도 이러한 역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연대표를 관심있게 보았는데요. 음악의 역사는 무려 ‘기원전’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00~2000년대까지 정리되어 있어서 ‘대중음악’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이 연대표의 장점입니다. 가령 J.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암살된 게 1963년의 일인데, 이 연대표에서는 그 사건이 벌어지고 일년 후, 1964년에 비틀스의 첫 미국 투어가 있었다고 기록합니다. 음악이 세계사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음악이 단독으로 어디에선가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의 삶 속에서 함께 숨쉬며 발전해온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무턱대고 음악적인 지식을 전제한 채 어려운 음악사를 나열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음악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하면서 독자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더욱 깊게 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삶은 음악에 영감을 줄 리듬의 원천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그러나 리듬만으로 음악이 되는 경우보다는 선율과 화음이 나란히 존재하는 음악이 보통은 더 많다고 합니다. 선율과 화음 중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쪽은 선율이지만, 화음은 근본적이라고 합니다. 저는 평소 음악을 들으면서 리듬, 선율, 화음 이런 개념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작가님의 예리한 설명을 읽고 나서 음악을 분석하는 기준이 생긴 듯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무려 400페이지가 넘지만, 글 하나 하나가 에세이나 칼럼같이 끊어져서 읽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심지어 음악이 무엇인지 전혀 몰라도 흥미로운 세계사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마치 ‘세계사와 관련한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음악의 역사>는 음악을 공부하기 위한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더라도,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전해 온 음악의 역사 등을 읽다보면 음악이라는 게 결국 인류와 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중세 성가, 오페라, 뮤지컬, 재즈, 힙합 등과 같은 모든 장르를 다루고 있는 방대한 책이라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음악의 계보를 꿰뚫고 싶은 분들에게 <음악의 역사>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