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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서머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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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은 말을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가 혈액을 이해한다고 했다면, 혈액을 이해해야 했다.
“혈액은 생명이에요. 이제까지 존재한 것들 중 가장 완벽하고 전문화된 체액이죠. 최고의 유기공학으로 나온 것이고요. 혈액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일을 해내요. 우리에게 양분을 주고 우리를 보호하죠.산소를 몸 여기저기로 옮기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요. 체내 온도를 조절하고 재생하는 걸 돕고요.”
-103 p / <블랙 서머>
저는 추리물을 즐기는 편이지만, 영미권 작가들보다는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애거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의 소설도 좋아했고 드라마 홈즈 시리즈도 자주 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긴박감과 반전의 묘미는 역시 일본 작가들이 더 잘 살려낸다고 생각한 게 바로 이렇게 영미권 추리, 스릴러 작품들에 점점 질려갈 때 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의 이러한 생각이 매우 위험한 ‘선입견’이었음을 보여준 놀라운 소설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M. W. 크레이븐의 <블랙 서머>라는 책입니다. 영국 범죄 추리소설인데요. 정통 추리소설처럼 중반을 넘겨야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웹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리게 할만큼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첫 장면부터 살짝 잔인하면서 불법적인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긴장감이 증폭되고, 바로 몇 년 전 이야기로 돌아가서 처음 나왔던 장면이 어떤 원인의 결과로 나오게 된 것인지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표지 디자인은 상당히 스타일리쉬해서 좋았지만 두께가 꽤 있어서 잘 읽히지 않는 소설이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어서 작가가 영리한 ‘페이지터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열여섯사렝 군에 들어가 10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범죄학과 약물 오용을 공부하여 사회복지학 학위를 취득하고 보호관찰관으로 16년동안 일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확실히 전업작가 소설과는 다릅니다. 일단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리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줄거리를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가장 소릅돋게 하는 지점만 살짝 언급하자면 바로 “죽었다고 생각한 자가 다시 돌아온다”라는 것인데요. 물론 다른 추리소설에서 이런 설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는 ‘정말 죽은 자가 다시 돌아온 게 맞다’라고 믿어질만큼, ‘과학적인 검증’까지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되지요.

영국 컴브리아 경찰서의 형사인 워싱턴 포, 틸리 브래드쇼가 보여준 추리는 지적이면서도 대단했고,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두꺼운 책임에도 내용이 복잡하게 꼬여 있지 않아서 술술 읽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읽어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작가의 전작인 <퍼핏 쇼>에도 워싱턴 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니, 전작도 한 번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과연 실종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소설 매니아라면 이 엄청난 대작 소설을 읽으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에 푹 빠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