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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평정심의 철학
이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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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 문제는 불안이다. ‘불안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불안이 우리를 지배한다. 사회적 갈등이 양극화로 치달으면 내전이 일어날까 두렵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핵무기 사용 위협이 현실이 될까 두렵고, 경제가 나빠져서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주식 단타 거래자와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는 모델의 눈에도 불안이 서려 있다.
-127 p /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처럼 책제목이 강렬한 인상을 준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화’라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매일 마주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사실 저는 화를 잘 내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늘 좋은 사람인 척, 마음이 너그러운 척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쓸데없이 화에 사로잡혀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그 일을 만든 원인 제공자에게 굉장히 화를 쏟아냈는데, 사실 그 사람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저는 ‘그때 감정을 좀 더 다스릴걸’하는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화를 내고 나서 속이 시원한 게 아니라 오히려 찜찜한 감정만 늘어났던 것이지요.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을 보면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보는 느낌입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도 늘 조마조마하고, 가까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만 하루하루 커져갑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이 책제목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0년 남짓한 인생을 살면서 ‘화’라는 부정적인 에너지에 휩싸여 산다면 얼마나 허무한 인생일까요. 그래서 이 책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쓴 이진우 작가님은 연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에서 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독일어, 철학을 공부한 분이라 그런지 글의 내공이 무척 좋았습니다. 출판계에 인문학을 전공한 작가도 아니면서 소위 얕은 지식으로 ‘인문학팔이’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진짜 전공을 한 분들이 좋은 글을 써주셔서 무척 기쁩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세상에는 화낼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무작정 화는 나쁜 것이니 내지 말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화가 모든 악덕을 능가하기 때문에 최악의 악덕이라면, 아마 병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역병이라고까지 평가합니다. 화는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완전히 뒤집어놓기 때문에 다른 악덕도 제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화를 어떻게 다스릴지’에 대해서 ‘철학’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합니다. 왜 우리는 분노에 휩싸이게 되는지, 왜 화를 내고 복수를 하면 위험해지는지에 대해 철학적인 사유와 근거를 제시해 줍니다. 그리고 역경을 길들이는 법, 불안을 극복하는 법과 같은 현대인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책도 보여줍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시간을 잘 쓰는 법,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법을 통해 왜 쓸데없는 감정인 화에 휩싸여 살아서는 안 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또한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에 가까워진다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진실, 삶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 진정한 행복과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공감이 가는 구절이 참 많았는데요. 저는 특히 작가님이 세네카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세네카는 우리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화와 같은 무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전에 없앨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토아철학은 감정에 대한 이해를 전제라고 한다고 합니다. 물론 감정을 이해한다고 화를 다스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작가님 역시 인정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세네카를 읽으면서 스토아학파의 감정 이론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를 읽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늘 불안과 초조 속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훌륭한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무척 보람된 독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늘 손에 닿는 곳에 두고 읽으면서 화를 멀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