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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않는 법 - 무엇이 죽고 싶게 만들고, 무엇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가
클랜시 마틴 지음, 서진희.허원 옮김 / 브.레드(b.read) / 2025년 4월
평점 :
나를 죽이지 않는 법 #자살 #절망 #살아남기 #죽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자살 #절망 #살아남기 #죽음 #나를죽이지않는법 #브레드 #클렌시마틴

실제로 자살 기도는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지배적 욕구가 동기가 되었음이 분명한 본인의 행동 때문에 생을 너무 일찍 마감한 많은 이를 생각해 보라.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자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시인인 로버트 로웰은 또 어떤가? 그는 지나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전 부인 엘리자베스 하드윅을 만나러 가던 택시 안에서 사망했다.
-109 p / 나를 죽이지 않는 법

처음에 책 제목인 '나를 죽이지 않는 법'을 보았을 때, 진짜 '자살'에 대한 내용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로 '나를 죽이지 않는 법'에 대해서 쓰고 있었다. 죽음, 자살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라 사실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b.read 출판사에서 어쩌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말로 누구나 읽어야 할 의미있는 책을 출간했다. 자살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거나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평안하지만, 내면은 불안하고 우울할 때가 많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살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심하게 느낀 적이 있는데, 사실 가까운 이들을 빼놓고는 나의 그런 마음과 자살 시도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는 게 없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통과했거나, 그런 시간을 앞두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삶에는 빛과 어둠이 있으니까.

이 책을 쓴 작가인 클랜시 마틴은 열 번이 넘는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자살 생존자이자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아쇼카 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고, 여러 의미있는 책들을 많이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굳이 자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없을 듯한 사람인데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든 내면에는 깊은 어둠이 있는 법이다. 단순히 자살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거나 자살에 대한 여러 이론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 작가의 자살에 대한 성찰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어서 몰입이 잘 되었다. 작가는 자기 소멸 욕구를 우리 모두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소멸 욕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과로와 인스타그램 중독, 물건을 지나치게 사거나 비싼 호텔에 묵는 등의 명백히 중독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봉리 수 있다고 한다. 자기 소멸 욕구는 우리 심리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측면이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작가만의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 자살을 한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실려있어서 자살과 죽음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그리고 확실히 철학과 교수가 쓴 책이어서 그런지 자살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들이 많이 드러난다. 쇼펜하우어는 "삶의 공포가 죽음의 공포를 능가하는 지점에 다다르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은 죽고 싶지 않다고 한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리고 책의 끝부분에는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터뷰'가 부록2로 실려 있는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한때 자살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서인지,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린포체는 누군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면 '사물을 바라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 일인지, 우리는 그걸 삶이라 부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조언이다.
현재 삶이 너무 버거워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죽이지 않는 법>을 추천하고 싶다. 무엇이 자신을 죽고 싶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이 책 한 권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