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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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 작가님은 흔히 서정으로 완성된 한국 단편소설의 한 정점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렇게 이효석 작가님은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가장 단순화되어 기억되는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효석 전집 2가 출간되었을 때 이효석 작가님의 단편 소설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단순하게 배웠던 메밀꽃 필 무렵, ‘향토 작가’, ‘서정적 문체라는 몇 개의 표식만으로 소비되기에는 그의 문학이 지나치게 풍부하다는 문제의식이 늘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집은 그런 축약된 이미지 너머에서, 이효석 작가님 문학이 실제로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효석 작가님 문학이 완숙기에 이르렀을 때의 감각과 형식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초기 경향문학 시기의 사회주의적 문제의식이나 현실 고발의 선명함은 한 발 물러나 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현실로부터 도피한 순수성이라기보다 정서와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려는 태도입니다. 이효석 작가님의 후기 단편들에서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촉매로 기능하며, 인물의 내면은 사건보다 먼저 흔들립니다. 그의 소설은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어떤 상태에 머물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또한 이효석 작가님 단편의 미덕은 서사의 중심이 사건이 아니라 정서에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성찬, 개살구, 해바라기와 같은 작품들은 갈등의 극적 전개보다는 감정의 미묘한 변주에 집중하며, 그 과정에서 언어는 서사를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감각을 조직하는 매체로 작동합니다. 특히 그의 문장은 시적 운율을 지니되 과잉되지 않으며, 이미지와 어휘 선택에서 일관된 미학을 유지합니다. 이 때문에 이효석 작가님은 종종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는 비판이라기보다 산문이 도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의미로 읽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황제입니다. 나폴레옹의 말년을 1인칭 회고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흔히 알고 있는 이효석 작가님의 향토적·서정적 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의 실험을 보여줍니다. 역사적 인물을 빌려 권력, 몰락, 기억의 왜곡을 사유하는 방식은 이효석 작가님이 단지 감각적 작가에 머물지 않고, 서사 구조와 화자의 위치를 치밀하게 고민한 작가였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그를 한 편의 명작을 남긴 작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의 문학을 갱신해 온 작가로 재인식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이 전집을 읽으며 다시 만난 메밀꽃 필 무렵,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기에 오히려 가장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예전에는 봉평의 풍경과 메밀꽃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면, 이번에는 허생원과 동이라는 인물의 고요한 외로움과 삶의 회한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에서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대신 발화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메밀꽃이 만개한 밤길은 감탄의 대상이기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정서의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읽을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을 때는 풍경이 남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의 침묵이 오래 남는다는 점에서, 메밀꽃 필 무렵은 단순한 향토 소설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읽히는 서정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이효석 전집 2는 이효석 작가님을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가로만 기억해 온 독자에게 분명한 재독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 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사랑과 상실, 욕망과 회한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당대의 감각과 언어로 세련되게 형상화합니다. 그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자연 또한 결코 무구하지 않습니다. 모든 감정은 흔들리고, 모든 풍경은 내면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책은 특히 한국 단편소설을 공부해 온 분, 혹은 한국문학의 서정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이효석 전집 2는 한 작가의 대표작 모음집이 아니라, 한국문학이 산문을 통해 도달한 정서적 완성의 한 지점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이효석 작가님의 문장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 서정은 지금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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