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학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유쿠미 에이시 감수, 이영란 옮김 / 성안당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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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심이 생기는 학문 분야가 '심리학'입니다. 인간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저 자신도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마음이 생기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심리학과 관련한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심리학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실거예요. 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결코 쉽게 덤빌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아무리 쉽게 쓰인 심리학 책이라 해도 어려운 심리학 용어가 꼭 들어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상당히 진입장벽이 있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끊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커질 무렵, 도서출판 성안당에서 펴낸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임상심리학>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감수자 유쿠미 에이시는 와세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공인심리사, 정신보건복지사, 언어청각사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학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쓴 책이라고 해서 읽기도 전에 주눅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임상심리학'이라는 전문 분야에 대해 다루고 있으나, 비전공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져 있습니다.


제1장에서는 임상심리학과 공인심리사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러한 직업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제1장의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흔히 정신과 의사와 공인심리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는 그 차이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인심리사가 진출하는 분야, 마음의 병에 대해 일반인이 주의해야 할 점 등도 나와 있어서 심리학의 전문성에 대한 알찬 정보들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2장 '아이가 품기 쉬운 마음의 문제'가 유독 와닿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혹은 아이를 상대하는 직업군, 예를 들어 유치원 교사나 초등학교 교사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발달 장애, 지적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틱 장애, 극한성 학습 장애, 의사소통 자애 등을 겪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의 특성을 모른다면 그저 '말썽꾸러기' 정도로 밖에 인식이 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어른과 아이의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이상한 걸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아이가 품기 쉬운 마음의 문제를 알아보는 게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일 것입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이가 어떠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는지 금방 알아볼 수는 없습니다.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임상심리학>에는 심리학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심리 장애의 특성을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핵심만 쏙쏙,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아서 무슨 이야기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왼편에 심리 장애에 대한 설명을, 오른쪽에는 도표나 그림으로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머릿 속에 지식이 잘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줄글보다 영상에 익숙한 사람들도 접근하기 좋은, 편집이 훌륭한 책입니다.


제3장에는 '어른이 품기 쉬운 마음의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마음의 병에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우울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의외로 마음의 병이 없는, 평범한 사람을 찾는 게 힘듭니다. 알게 모르게 마음의 병을 조금씩 갖고 있어서, 서로에 대해 오해도 쌓여가지요. 저는 어른이 품기 쉬운 마음의 문제를 읽어 보면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진 마음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요.




이 책은 심리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자들이 읽기 편한 '임상심리학' 입문서입니다. 임상심리학이 무엇이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겪는 흔한 심리 장애가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추천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어려웠던 임상심리학이 한 결 더 가깝게 다가온 느낌입니다. 저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마음은 변할 수 있다'라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심리 장애가 있어서 괴로운 분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못들정도로재미있는이야기 #임상심리학 #성안당 #유큐미에이시 #ADHD #추천도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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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크리브의 괴물도감 동양괴물 쥬크리브의 괴물도감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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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무서운 괴물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괴물에 대해 무서워하면서도 신기해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요. 저 역시 어릴 때 무서운 구미호가 나오는 '전설의 고향'이나 공포 장르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괴물이 나오는 콘텐츠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 보곤 합니다. 몇 년 전에는 일본 괴물 누라리횬이 등장하는 <간츠 오>라는 영화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괴물 콘텐츠는 보고 또 봐도 항상 무서우면서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괴물'에게 신비롭고 매력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괴물 콘텐츠를 즐기다보면 '괴물들을 한 번에 정리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괴물들을 많이 접하긴 했는데, 괴물의 외모, 특성, 능력, 국적 등이 뒤죽박죽 되면서 헷가리는 시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마침 저처럼 괴물을 정리해보고 싶은 괴물 매니아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쥬크리브의 괴물도감>입니다.


저는 동양괴물만 정리된 '동양괴물편'을 읽었는데요. 한국,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괴물들이 무려 34종이나 수록된 책입니다. 나름대로 괴물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제가 괴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부분도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요 대상이 '어린이'인만큼 괴물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괴물에 대해 잘 모르는, 괴물 입문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괴물도감입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괴물'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게임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주로 괴물이잖아요. <쥬크리브의 괴물도감>은 아이들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편집이 잘 되어 있습니다. 괴물의 모습이 올컬러로 들어있고, 개별 위험도, 종족 위험도는 별점으로 표시되어 있어서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각 괴물별로 '능력치'가 육각형 도형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능력치에는 체력, 지능, 초능력, 공격력, 방어력, 기동력이 있습니다. 어떤 괴물은 방어력, 공격력이 높은 반면 지능이 낮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괴물은 모든 능력치가 다 높기도 합니다. 괴물의 능력치를 개임 캐릭터 프로필처럼 나타낸 점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아이들이 열광할만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괴물의 순위를 매기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괴물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대장 괴물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거지요. 이 책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반영해 놓았습니다. 사신수, 사흉수를 단순히 소개만 해놓은 것이 아니라 '사신수와 사흉수가 대결을 했을 때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를 마치 '게임 화면'처럼 써 놓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정리해 놓은 부분도 좋았습니다. 보통 도깨비나 오니나 비슷한 것 아닌가하고 구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니를 오니가 아닌, 도깨비라고 그냥 도깨비라고 해석을 해서 한국의 도깨비와 헷갈리는 콘텐츠도 가끔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두 괴물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외형과 역할, 약점 등'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이로써 확실히 한국 도깨비와 일본 도깨비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쥬크리브의 괴물도감>을 읽으면서 동양에 이렇게 멋지고 신기한 괴물들이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습니다. 무서우면서 친근한 게 바로 동양괴물들이지요. <쥬크리브의 괴물도감> 서양괴물편도 어서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올드 스테어즈 출판사의 도감 시리즈,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괴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쥬크리브의괴물도감 #괴물 #올드스테어즈 #어린이책 #아동도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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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아이브 who? special
조약돌 지음, 백재이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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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어린이에서 기획한 시리즈 'Who? special'에  <아이브> 편이 출간되었습니다.

가을, 레이, 이서, 리즈, 안유진, 장원영으로 이루어진 아이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세대 아이돌이죠.

멤버들 모두 보컬이면 보컬, 댄스면 댄스, 비쥬얼이면 비쥬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게다가 케미도 좋아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진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브는 단기간에 엄청난 팬덤을 모은 걸로 유명하죠. 

제 주변 친구들을 보아도 아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저 역시 아이브 팬이어서 다산어린이 신간 <Who? 스페셜 아이브>을 배송 받았을 때 '꺄아!' 환호를 질렀답니다.




책 표지도 정말 예쁘고, 내용도 애니메이션 보는 것처럼 재미있어서 배송 받은 날 다 읽어버렸어요.

이 책은 글만 빡빡한 책이 아니라 '만화'입니다.

게다가 흑백이 아닌, 올컬러라서 눈이 아주 즐거워요. 만화 컷마다 아이브 멤버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이돌'하면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이 책 내용의 절반은 아이브 멤버들이 어떤 노력을 통해서 꿈을 이루었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인기가 많은 걸그룹이 되려면, 단순히 얼굴만 예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저는 <who? 스페셜 아이브>를 읽으면서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도 전보다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치열한 노력과 경쟁을 해야 데뷔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책을 보면 알 수가 있어요.




아이돌 멤버들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경쟁 구조에서 어떻게 올라가는지를 읽다 보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아이브 뿐 아니라 최근 인기가 많은 4세대 아이돌에 대한 것도 책 속에 언급이 되어 있어요.

저는 아이브의 팬이지만, 다른 아이돌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라면, 이 책에서 아이돌 간접 체험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독후 활동'도 좋았습니다.

그냥 '아이브 좋다! 역시 아이브다!' 이렇게만 생각하는 책이 아니에요.

'아이브가 이런 노력을 해서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이 되었다면 나는 어떤 꿈을 이룰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뒷부분입니다.



데뷔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돌 연습생들은 무대에 설 날을 꿈꾸며 매일 연습합니다. 아이브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다면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저는 제가 이루고 싶은 꿈,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습관을 정리하면서 독후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날 모든 사건이 긍정적인 결과'가 될 거라는 '원영적 사고' 독후 활동도 재미있게 했어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몰입감이 가득한 <who? 스페셜 아이브> 강력 추천합니다.

아이브의 팬, 아이돌을 꿈꾸는 어린이들은 이 책을 절대로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브 #아이돌 #추천도서 #인기도서 #IVE #다산어린이 #성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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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이 사라진 세상에서 동화향기 22
류영진 지음, 임윤미 그림 / 좋은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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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사에서 소재를 취한 창작물들을 꽤 많이 접했습니다. 모두 썩 나쁘지도, 그렇다고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만큼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역사동화상을 받은 작품들도 몇 권 읽었지만, 독서가 끝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머릿 속에서 금방 지워져 버렸습니다. 읽다가 포기한 역사 소설도 있습니다. 역사물은 나랑 맞지 않나보다,하고 생각할 무렵 류영진 작가님의 <갓이 사라진 세상에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작품이 진짜 역사 동화구나!'라고 감탄을 했습니다. 한 편의 웰메이드 미니 시리즈를 본 느낌이었거든요.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 '유교걸', '유교보이'라는 말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대개 보수적이고 얌전한 사람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유교'를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쓸데없이 진지한, 소위 꼰대같은 이미지가 씌워진 게 유교인 것 같습니다. 유교의 핵심은 그런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갓이 사라진 세상에서>에는 조선을 지탱해온 선비문화, 즉 '진짜' 유교 사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하되고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만 유교를 알고 있다면, 꼭 이 동화를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사회, 문화, 경제, 국제 정세 등 모든 것이 뒤흔들리기 시작한 구한 말입니다. 조선의 모든 것들이 붕괴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타격을 입은 직업 중의 하나가 바로 '갓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단발령이 실시된 이후로 갓을 쓸 이유가 없어진 것이지요. 갓이 뭐 중요한건가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조선 시대에 갓은 유교를 평생 공부했던 양반의 프라이드를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갓을 쓰고 불량한 자세로 앉아있거나 머리를 방정맞게 흔들 수는 없었습니다. 갓을 쓴다는 건 양반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우리가 보통 조선의 선비라고 하면 갓을 쓰고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을 떠올리지, 상투만 튼 사람을 떠올리지 않지요.




이 동화에서는 '갓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아버지를 둔 '원식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원식이는 아직 10대 초반의 아이인데, 세상은 어지럽습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평생 해왔던 직업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칙칙하거나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신분제가 무너져 가는 시대여서 원식이는 학당에 다니며 선교사 선생님에게 공부를 배우기도 하고, 양반 신분인 승욱이와도 친구가 됩니다.




저는 그동안 조선 시대 역사를 공부하면서 '갓'에 대해 그렇게 의미를 둔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화를 읽으면서 '갓'이 얼마나 조선 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장인이 갓을 만들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치는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상투 위에 쓰는 모자인 줄만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 작품에서는 조선과 개화기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인 원식이처럼, '갓'도 이렇게 애매한 시대에서 그 생명이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되는지가 흥미롭게 드러나 있습니다.


원식이가 성장하여 결국 아버지의 뜻을 받아 이어나가는 결말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동화 속 원식이 아버지, 원식이, 그리고 의병들 등 외세에 맞서 싸워나갔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겠지요. 이 동화는 역사를 너무 어렵게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도록 잘 쓴 작품입니다. 역사동화는 그냥 다 그저 그렇다라는 편견을 깨준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고, 앞으로 류영진 작가님의 차기작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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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이사라진세상에서 #좋은꿈 #동화향기 #류영진 #어린이책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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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저항이다 - 시스템은 우리를 가질 수 없다
트리샤 허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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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동안 피곤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으면서 무모하게 등록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사립대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돈에 허덕이며 하루 하루를 비참하게 보냈습니다. 게다가 대학원생의 생명줄을 틀어쥐고 있는 교수들에게 밉보이지 않도록 온갖 신경을 쓰다보니 늘 힘이 들었습니다. 우울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버티지 못하고 꿈을 포기했습니다. 한때는 '내가 잠을 줄이고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대학에 남아 양질의 일자리를 가졌을텐데'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 참 미련하게 살았구나하는 후회만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주경야독을 하며 공부를 하려 했을까, 생각하면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마음 상하는 일도 많았고, 허리디스크로 꽤 고생을 한 기억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리샤 허시 작가님의 <휴식은 저항이다>를 만났을 때,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휴식'을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10대 시절에는 공부에 미쳐 살아야 하고, 20대에는 스펙을 쌓아야 하고, 30대 이후로는 돈을 계속 벌어 들여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휴식은 마치 죄악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이 책에서 여전히 백인우월주의,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우리의 몸을 악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으나 직접 말로 하기에는 꺼려지는 진실을 과감하게 드러냅니다. 누가, 언제 저에게 '휴식 따위를 할 시간은 없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입을 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잠도 줄이고, 열심히 살고자 발버둥쳤던 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진짜 의지로 했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리샤 허시도 이 책의 87쪽에서 '과로문화와 그것이 내 몸에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나의 저항은 한층 깊어진다. 우리 몸이 우리 것이 아니라 지배와 부를 추구하는 체제의 것이라는 과로 문화의 조작, 사기, 주장을 살펴보노라면 분노와 슬픔이 솟구친다'라고 썼는데,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분노가 곧 제가 느끼는 분노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낮잠사역단의 교리'를 만들어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휴식은 단순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쉬는 게 아닙니다. 작가님은 휴식이란 '자본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뒤흔들고 밀쳐내므로 하나의 저항'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낮잠이란 상상과 발명과 치유의 관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낮잠은 그저 한가로운 사람이나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험악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부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위해 해야만 하는 저항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평균 노동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울한 국가에서 반드시 '낮잠사역단'이 널리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우리가 비록 육체적으로는 여전히 과로문화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영적으로는 그 기만을 끊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님의 Q&A가 수록되어 있는데, 'SNS에 대한 문답'도 있습니다. 작가님은 소셜미디어를 낮잠사역단을 팔로우하는 분들과 소통하는 도구로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릴스, 콘텐츠 제작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SNS'입니다. 작가님은 자본주의의 도구들을 완전히 외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를 잘 이용합니다.


저는 이 책의 중간 정도에 나와 있는 휴식 방법 20가지를 포스트잇에 써서 작업 공간에 붙여 놓았습니다. 늘 압박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며 저를 아껴주고 싶습니다. 남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쫓기며 살아가는 삶, 심지어 쉬는 날 조차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삶. 그런 삶은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라는 말을 매일 되뇌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백인우월주의와 자본주의가 망가뜨린 자존감과 자기 가치를 회복하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피곤에 빠져있는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은 저항이다>를 읽고, 자신의 삶을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휴식은저항이다 #트리샤허시 #장상미 #에세이 #추천도서 #갈라파고스 #신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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