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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저항이다 - 시스템은 우리를 가질 수 없다
트리샤 허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11월
평점 :
저는 한동안 피곤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으면서 무모하게 등록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사립대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돈에 허덕이며 하루 하루를 비참하게 보냈습니다. 게다가 대학원생의 생명줄을 틀어쥐고 있는 교수들에게 밉보이지 않도록 온갖 신경을 쓰다보니 늘 힘이 들었습니다. 우울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버티지 못하고 꿈을 포기했습니다. 한때는 '내가 잠을 줄이고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대학에 남아 양질의 일자리를 가졌을텐데'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 참 미련하게 살았구나하는 후회만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주경야독을 하며 공부를 하려 했을까, 생각하면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마음 상하는 일도 많았고, 허리디스크로 꽤 고생을 한 기억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리샤 허시 작가님의 <휴식은 저항이다>를 만났을 때,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휴식'을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10대 시절에는 공부에 미쳐 살아야 하고, 20대에는 스펙을 쌓아야 하고, 30대 이후로는 돈을 계속 벌어 들여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휴식은 마치 죄악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이 책에서 여전히 백인우월주의,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우리의 몸을 악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으나 직접 말로 하기에는 꺼려지는 진실을 과감하게 드러냅니다. 누가, 언제 저에게 '휴식 따위를 할 시간은 없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입을 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잠도 줄이고, 열심히 살고자 발버둥쳤던 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진짜 의지로 했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리샤 허시도 이 책의 87쪽에서 '과로문화와 그것이 내 몸에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나의 저항은 한층 깊어진다. 우리 몸이 우리 것이 아니라 지배와 부를 추구하는 체제의 것이라는 과로 문화의 조작, 사기, 주장을 살펴보노라면 분노와 슬픔이 솟구친다'라고 썼는데,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분노가 곧 제가 느끼는 분노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낮잠사역단의 교리'를 만들어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휴식은 단순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없이 쉬는 게 아닙니다. 작가님은 휴식이란 '자본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뒤흔들고 밀쳐내므로 하나의 저항'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낮잠이란 상상과 발명과 치유의 관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낮잠은 그저 한가로운 사람이나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험악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과 부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위해 해야만 하는 저항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평균 노동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울한 국가에서 반드시 '낮잠사역단'이 널리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우리가 비록 육체적으로는 여전히 과로문화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영적으로는 그 기만을 끊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님의 Q&A가 수록되어 있는데, 'SNS에 대한 문답'도 있습니다. 작가님은 소셜미디어를 낮잠사역단을 팔로우하는 분들과 소통하는 도구로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릴스, 콘텐츠 제작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SNS'입니다. 작가님은 자본주의의 도구들을 완전히 외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를 잘 이용합니다.
저는 이 책의 중간 정도에 나와 있는 휴식 방법 20가지를 포스트잇에 써서 작업 공간에 붙여 놓았습니다. 늘 압박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며 저를 아껴주고 싶습니다. 남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쫓기며 살아가는 삶, 심지어 쉬는 날 조차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삶. 그런 삶은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라는 말을 매일 되뇌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백인우월주의와 자본주의가 망가뜨린 자존감과 자기 가치를 회복하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피곤에 빠져있는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은 저항이다>를 읽고, 자신의 삶을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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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