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폭스 이블 ㅣ 블랙 캣(Black Cat) 5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하도 오래간만에 추리소설을 읽은터라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어갔다.
요새는 책장만 넘기면 몇장 안가서 꿈속을 헤매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다보니
점점 책하고 거리가 멀어지고, 책을 잘 안보게 되니 여간해선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오가며 출퇴근버스에서 읽을만큼 열심히 보게 되었다.
제목에서 간사한 여우와 잔인한 악마가 연상되는 만큼 꽤나 붉은피가 난무할 듯 했지만,
예상외로 조심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살인장면의 터질듯한 긴장감도 마치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15세 미만에게만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할듯하게 슬쩍 지나갔다.
살인자의 모습도 광기나 가슴을 쥐어짤듯한 잔인한 것보다, 뭔가 부족하고, 오히려 연약한듯하여
상처받아 힘없는 털빠진 여우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듦으로 동정심마저 유발한다.
작가는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란 장르보다는 어느정도 메세지를 간직한 소설로 비춰지길
바라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적인 폭력행위 보다 말로서 더욱 사람을 상처입히는
언어폭력에 많은 비중을 두는것이나, 여우사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찬성-반대의 입장을
묘사하는 부분, 캠핑카족들이 일으키는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한 부분 등에서 생각보다 길게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에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 대령을 괴롭히던 두 부인에게 쏘아대는 말들을 읽다보면
한편으로 속이 시원하기까지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 악당은 죽어 마땅하다는 듯이
쉽게 살해되고, 거기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도록 만드는 것과 다름 없는듯 하다.
물론 이 책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식의 단순 구조로 싸잡아서 보면 안되겠지만,
추리소설에서 오는 어떤 꽉짜인 긴장감도 그렇고, 그렇다고 사회적인 문제점을 이슈로
끌어내고자 하는것도 그렇고, 뭔가 좀 흐지부지하게 느껴진다.
워낙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좋아서 흥미진진하게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었지만,
결말에서 갑자기 이야기의 중심을 벗어나는 인물이 범인으로 튀어나오고,
'아, 이렇게 연결고리가 형성될수도 있구나!'하는 반전에 감탄하긴 했지만,
뉴스 보도기사를 인용한 감정없는 결말로 끝나버리는 통에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왜 이책이 그렇게 명성을 떨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하겠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워낙 많은 매체에서 등장하는 기막힌 반전에 익숙해져 있어서일수도
있겠고, 아래분의 리뷰처럼 한번에 쉬지않고 읽어나가지 않아서 그렇다고 볼수도 있겠으며,
스토리라인을 이해하는 수준이 떨어져서 그럴수도 있을것이지만..하여튼 그렇다..